새만금 수질목표 달성 가능한가?

지지부진했던 새만금 사업이 신정부 들어 새로운 전기를 맞이하였다. 문재인 대통령은 새만금 사업의 신속한 추진을 위하여 기반시설의 조속한 완공 등을 약속하였고, 이로 인해 새만금 사업의 성공적인 추진에 대한 도민의 기대는 그 어느 때보다 높아진 것이 사실이다. 이러한 시점에서 향후 새만금 사업의 차질없는 수행을 위해 그동안 빠른 사업 진행의 걸림돌 중 하나였던 새만금호의 수질에 대한 전망과 해결책에 대해서 생각해보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

그동안 새만금 호의 수질관리 목표는 사업을 통해 조성되는 간척지의 용도에 따라 결정되었다. 사업 초기에 새만금 간척사업은 간척지의 대부분을 농지로 조성하여 농업 및 식량생산기지를 조성하는 것을 목표로 하였기에, 호수 수질 목표는 농업용수로 사용 가능한 4등급을 유지하는 것이었다. 이후 ‘새만금 내부개발 기본구상 및 종합 실천계획’이 새만금호 하류 지역을 산업, 도시, 관광, 환경 등 다목적 복합용도로 개발하는 것으로 변화하면서 적극적 친수활동이 가능한 수질인 3등급으로 조정되었다. 현재 새만금호의 수질관리 목표는 농업용지인 중, 상류의 경우 4등급을, 하류의 도시용지구간에서는 3등급으로 유지되고 있다. 이와 같은 수질관리 목표가 설정된지 약 10년의 시간이 흘렀고, 새만금호 수질에 대한 2020년의 중간평가가 빠르게 다가오고 있는 시점에서 현재 새만금호의 수질은 어떤 상태이며, 설정한 수질목표의 달성은 가능한지, 새만금호 수질을 개선시키기 위해서는 어떤 대책을 수립해야 하는지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고 있다. 

논리적으로 지극히 당연한 이야기지만, 새만금호 수질을 깨끗하게 유지하기 위해서는 호수로 유입되는 만경, 동진강의 두 하천의 수질을 개선하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다. 새만금호 유입하천의 수질개선 필요성은 새만금 수질정책에서 중심적인 내용으로 반영되어 새만금 유역 상류지역의 오염 저감을 위한 다양한 사업이 추진되었다. 사실 그간 수행된 오염저감 사업이 유입하천 유역에 집중된 것은 하천의 수질개선 필요성 뿐만 아니라, 준설과 매립으로 인해 물그릇의 크기와 형태, 그리고 물의 흐름이 지속적으로 변화하는 새만금호의 물리적 특성으로 인해 특정 사업을 장기적으로 수행하기 어려운 내부적 한계성에 기인한 바도 크다. 이러한 상황으로 인해 그간 호내의 수질정책은 오염저감 사업 보다는 수질현황을 파악하는 모니터링 사업에 집중되었던 측면이 있다.

새만금 수질을 개선하기 위한 여러 사업들이 수행된지 10여년의 세월이 흐른 현 상황에서 새만금호와 유입 하천의 수질에 대한 사업의 효과는 다소 다른 결과를 보이고 있다. 만경, 동진강 수질은 유역의 오염저감 노력의 결과 상당히 개선되었다. 예를 들어, 총인 농도의 경우 10년전에 비해 만경강의 경우 82%, 동진강은 56% 감소하였다. 호수로 유입되는 하천수는 점점 깨끗해지고 있지만, 안타깝게도 새만금호 내부의 수질은 개선의 징후를 보이고 있지 않다. 새만금호 내부 수질 측정자료에 의하면 지난 10년간 새만금 호 내부의 유기물 농도를 나타내는 화학적 산소 요구량 (COD)이나 조류 성장을 촉발시킬 수 있는 총인 농도, 호내 조류 현존량을 지시하는 엽록소a (Chl-a)의 농도는 감소추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용존상태 또는 고체 부유물질의 형태로 호수로 유입된 오염물질이 호수 내부에서 변화를 겪지않고 일정기간 호내에 머무르다 배수갑문을 통해 외해로 방출된다면 호수의 수질은 유입 하천의 수질과 유사해야 하고, 수질의 시간적 변화 또한 유입수의 변화양상과 관련성이 있어야 한다. 하지만, 최근에 수행된 조사연구의 결과는 유입 하천수의 수질변동 양상이 호수 내부수질 변화 양상과 매우 다름을 지시하고 있다. 예를 들어, COD의 경우 유역의 영농활동이 왕성해지는 봄에 유입 하천수에서 농도가 높게 나타났으나 호내의 경우 가을에 그 농도가 더 높게 나타났으며, 부유고형물질, 총질소, 총인의 경우에도 시간에 따른 물질의 성상변화가 유입하천과 호내에서 뚜렷한 차이를 나타냈으며, 호수 상류와 하류에서 조류의 성장 패턴도 다르게 나타났다. 

만경, 동진강 유입부와 새만금호 내부 수질인자의 차이는 하천을 통해 유입되는 오염물질의 형태, 즉 성상이 일정하게 유지되는 것이 아니고 호수 내부의 기작에 의해서 변화됨을 지시하고 있다. 현재까지 발표된 여러 연구결과에 의하면 오염물질의 성상변화를 초래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는 호수 내부의 조류 성장이다. 새만금호로 유입되는 대부분의 오염물질은 유기물이거나 미생물 성장의 재료로 사용될 수 있는 화학물질들이다. 만경강과 동진강 유역에서 영농활동의 증가로 오염물질 유입이 늘어나는 봄여름에는 수온의 상승이 수반되어 조류성장에 적합한 조건이 만들어질 수 있다. 높은 수온과 일조량이 지속되는 하절기 동안 지속적으로 성장하는 조류는 본격적인 수온의 하강이 나타나는 늦가을에 물리적 변화를 거치며 사멸하게 되고, 사멸한 조류 세포는 세균에 의한 분해과정에서 여러 오염물질을 방출할 수 있고, 호수 내부에서 침강하여 바닥 퇴적물에 축적될 수 있다. 호수 바닥에 축적된 조류세포는 바닥 수체의 물리화학적 조건 변화, 예를 들면 담수와 해수의 밀도차이에 의한 성층화 등에 의해 무산소 환경이 조성되면 유기물질이나 인과 같은 오염물질을 방출하게 되고 이는 다시 이듬해의 조류 성장을 촉발하는 기원 오염물질이 되는 악순환의 고리가 형성될 수 있다.

새만금호 내 오염저감 사업이 추진되지 않았던 지금까지의 상황과 유입하천의 수질개선에 영향을 받지않는 호내 수질상태를 미루어 짐작할 때, 이같은 과정이 이미 발생하고 있을 가능성이 있으며, 초기 새만금 사업의 성패를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인 수질개선을 위해서는 이 문제의 해결 또는 예방을 위한 대책의 수립이 절실히 필요한 상황이다. 이미 기술한 바와 같이, 그동안 새만금호의 물리적인 형태는 준설과 매립으로 인해 지속적으로 변화해 왔고, 이로 인해 호내 오염저감 대책을 수립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었으나 내년쯤에는 호내 준설과 동서2축도로 건설이 진행되어 호수 수체와 물의 흐름이 안정된 형태로 자리잡게 되므로 지속가능한 정책의 수립이 가능하게 된다. 그러므로, 조류성장이 최대치에 이르는 늦여름 또는 초가을의 방류를 통한 호내 조류의 제거나 오염물질이 축적되어 있을 가능성이 있는 퇴적물의 준설, 조류 성장의 재료로 사용될 수 있는 인의 처리시설 건설 등 다양한 선택지에 대한 종합적인 고려를 해야 할 시기이다.

지속적으로 변화하는 새만금호 환경 하에서 유입 하천 유역의 오염저감에 사업이 집중되어 있는 현재의 정책방향을 유지할 경우 호수의 목표수질을 달성할 수 있을지의 여부는 매우 불투명하다. 그렇기에 호수 내부 수질오염 저감을 위한 정책수립과 사업의 수행이 필요하다. 호수내부의 오염저감 정책에 대한 검토를 시작할때는 개별적 또는 여러 조합의 사업이 어떤 수질개선 효과를 낼 것인가에 대한 검토도 수행해야만 한다. 하지만, 사업의 종류에 관계없이 호내 조류성장을 막거나 방출을 통해 늦가을 발생하는 조류세포의 침강을 방지할 수 있는 방안을 제시할 수 있다면 개선되고 있는 만경, 동진강 수질과 더불어 호수 내부 수질을 목표로 설정한 수준으로 유지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이러한 사업은 호내 오염물질 축적과 이로 인한 악순환의 고리가 완전히 자리잡기 전에 연구검토와 사업시행이 이루어져야 한다. 더디기만 했던 사업 진행속도를 증가시킬 수 있는 기회를 수질문제로 인해 놓치는 우를 범하지 않아야 하기 때문이다.

김현수 전문기자(전북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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