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재인 대통령이 27일 오전 청와대 춘추관에서 전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가진 제2차 남북정상회담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2차 남북정상회담을 통해 꺼져가던 북미정상회담의 불씨를 다시금 지폈다는 평가가 나온다.

문 대통령은 27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전날 열린 남북 정상회담 결과를 발표하고 기자단 질문에 답하는 내내 6.12 북미정상회담의 성공적인 개최를 거듭 강조했다.

사실 전날 남북정상회담이 열리기 전인 지난 25일만 해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6.12 북미정상회담을 전격 취소하는 등 한반도 비핵화 여정이 한치 앞을 알 수 없는 살얼음판이었다. 김계관 북한 외무성 제1부상이 트럼프 대통령의 북미회담 취소 발표 후 즉각적으로 “언제 어디서든 회담에 응할 용의가 있다”는 메시지를 내긴 했지만, 그것만으로는 돌아선 북미회담을 붙잡기에는 부족했다.

그런 가운데 핫라인 통화를 하던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긴급하게 두 번째 남북정상회담을 갖고, “북미정상회담의 성공을 통해 전쟁과 대립의 역사를 청산하고 평화와 번영을 위해 협력하겠다”는 김 위원장의 의사를 이끌어냈다. 이는 정상 차원의 의지를 보다 명확히 함으로써 불발 위기에 놓인 회담 추진의 불씨를 살리며 문 대통령의 북미 중재 역할이 다시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제 모든 노력은 한편으로 남북관계를 개선시키기 위한 것이기도 하지만 또 다른 한편으로는 남북관계 개선에 반드시 필요한 북미정상회담의 성공을 위한 것”이라며 “미국과 북한 모두와 긴밀히 소통하고 협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이번 회담에서 김 위원장에게 지난 22일 한미정상회담의 트럼프 대통령의 의중을 전하며 북미 정상간 불신의 벽을 허무는 데 집중했다. 문 대통령은 “김 위원장의 비핵화 의지는 확고하다. 다만 김 위원장은 자신들이 비핵화할 경우 미국이 적대관계를 종식하고 체제안전을 보장할 지에 대해 걱정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북미가 회담에 합의하고 실무협상을 하기로 한 것은 미국도 북한의 비핵화 의지를 확인한 것 아닌가”라고 말해 북한의 비핵화와 그에 따른 미국의 후속조치 이행에는 이견이 없다는 의견을 보탰다. 이어 북미정상회담이 성공 열쇠는 의제 협상을 포함한 실무 협상에 달렸음도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또한 북미정상회담의 성공에 이어 남북미 3자 정상회담을 통한 종전선언도 추진되면 좋겠다는 기대감도 내비쳤다.

이와 함께 두 정상이 4.27 판문점선언 합의 이행을 바탕으로 오는 6월1일 남북고위급회담 개최를 못박으면서 잠시 주춤했던 남북관계 개선이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장성급회담을 비롯해 이산가족상봉 준비회담인 적십자회담 등에서 남북교류 사업의 일정 등이 논의될 예정이다.

한편 문 대통령은 회담 결과 발표문에서 “지난 회담에서 우리 두 정상은 필요하다면 언제 어디서든 격식없이 만나 서로 머리를 맞대고 민족의 중대사를 논의하자고 약속한 바 있다”고 언급하고, 남북의 대립과 갈등을 극복 방법으로 정례적인 만남은 물론 이번 만남처럼 직접소통을 위한 격의 없는 실무형회담을 이어갈 것임을 시사했다.

/청와대=최홍은기자·hiimnews@

 

다음은 문재인 대통령과의일문일답

―4·27 남북정상회담 이후 한 달 만에 이뤄진 이번 정상회담 개최의 배경과 의미는.

▲4·27 판문점 선언의 후속 이행과 6월 12일 북·미 정상회담을 앞둔 준비 과정에서 약간의 어려운 사정이 있었다. 그런 사정을 잘 불식시키고 북·미 정상회담의 성공을 일궈내는 것, 그리고 4·27 판문점 선언의 신속한 이행을 함께 해 나가는 것이 매우 중요한 시점이라고 봤다. 그런 상황에서 북한 김정은 위원장이 요청을 해왔고, 또 남북 실무진이 통화를 통해 협의하는 것보다 직접 만나 허심탄회하게 대화를 나누는 것이 좋겠다고 판단해 전격적으로 회담이 이뤄진 것이다. 사전에 회담 사실을 우리 언론에 미리 알리지 못한 것에 대해 양해를 구하고 싶다.

―발표문에서 '김정은 위원장이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 의지를 피력했다'고 밝혔는데 향후 6·12 북·미 정상회담에 어떤 영항을 미칠지
▲김정은 위원장은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에 의지가 확고하다는 것을 어제 다시 한 번 분명하게 피력했다. 김정은 위원장에게 불분명한 것은 비핵화 의지가 아니라 자신이 비핵화를 할 경우 미국이 적대 관계를 종식하고 체제 안전을 보장하겠다는 것에 대해 어떻게 신뢰할 수 있는가에 대한 걱정이다. 반면 한·미 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이 비핵화할 경우 적대관계를 확실히 종식하는 것뿐 아니라 경제적 번영까지도 돕고 싶다는 의사를 피력했다. 나는 양국이 가지고 있는 이런 문제를 서로 전달하고 또 직접 소통을 통해 상대의 의지를 확인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북·미 정상회담의 남은 변수가 있다면
▲6월 12일 북·미 정상회담이 성공적으로 열릴 것인지 여부는 지금 북·미 간 그 준비를 위한 실무협상이 곧 시작될 것으로 알고 있다. 실무협상 속에는 의제에 관한 협상도 포함된다. 의제에 관한 실무협상이 얼마나 순탄하게 잘 마쳐지느냐에 따라 6월 12일 북·미 정상회담이 차질 없이 열릴 것인가, 또 성공할 것인가가 달려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북·미 양국 간에 상대가 무엇을 원하고 있는지를 분명히 인식하는 가운데 지금 회담이 추진되고 있기 때문에 실무협상도, 또 6월 12일 본 회담도 잘 되리라고 기대하고 있다.

―김정은 위원장의 비핵화 의지가 확고하다고 판단한 근거가 무엇인가
▲그 점에 대해서는 여러 차례 이미 설명했고, 폼페이오 (미국 국무부) 장관도 방북 시 김정은 위원장을 만나 직접 확인했다고 말한 바 있다. 추가적인 설명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북한이 그동안 단계적·동시적 비핵화 해법을 말해왔는데 이번 회담에서 보다 진전된 혹은 다른 내용을 말한 게 있나
▲비핵화에 대해 뜻이 같다고 하더라도 그것을 어떻게 실현해 갈 것인가라는 로드맵은 양국 간에 협의가 필요하고, 그런 과정이 어려울 수 있다. 그러나 로드맵은 북·미 간 협의할 문제이기 때문에 앞질러서 내 생각을 말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김정은 위원장이 회담에서 CVID(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돌이킬 수 없는 비핵화)에 대해 명확히 얘기했는가
▲북한의 비핵화 의지에 대해서는 거듭 말했기 때문에 거듭된 답변이 필요한 게 아니라 북·미 간 회담을 하려면 그 점에 대한 상대의 의지를 확인한 후 회담이 가능하리라고 생각한다. 북·미 간 회담을 합의하고 실무협상을 한다는 것은 미국에서도 북한의 의지를 확인한 것이 아니냐고 말하고 싶다. 혹시라도 확인 과정에 미흡한 점이 있었다면 실무협상 과정에서 다시 한 번 분명하게 확인하게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트럼프 대통령이 북·미 정상회담 취소를 선언한 뒤 김정은 위원장과의 만남이 이뤄졌는데, 그 사이 트럼프 대통령과 소통했는가
▲지금 하고 있는 모든 노력은 남북 관계를 개선하기 위한 것이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남북 관계의 개선에 반드시 필요한 북·미 정상회담의 성공을 위한 것이다. 북·미 정상회담의 성공을 위해 나는 미국·북한 양국과 긴밀히 소통하고 협의하고 있다. 최근 미국을 방문해 트럼프 대통령과 회담을 가졌고 어제 김정은 위원장과 다시 회담을 가졌다. 어제 김정은 위원장과의 회담에서 논의된 내용은 이미 미국 측에 전달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 문 대통령 3자간 핫라인 통화가 필요하지 않나
▲핫라인 통화라는 것은 말하자면 즉각 전화를 받을 수 있는 통신 회신이 구축돼야 한다. 남북 간에 최근 그것이 개설됐고 또 북·미 간에도 앞으로 구축될 필요가 있다고 본다. 그런데 아마도 남·북·미 3국 간의 핫라인 통화를 개설할 정도까지 가려면 사전에 남·북·미 3자 간의 정상회담부터 먼저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런 기대를 가지고 있다. 북·미 정상회담이 성공할 경우 남·북·미 3자 정상회담을 통해 종전선언이 추진됐으면 좋겠다는 기대를 가지고 있다.

마지막으로 공통적으로 가지고 있을 의문에 대해 한 가지만 말한다. 어제 논의한 내용을 왜 바로 발표하지 않고 오늘 발표하게 됐느냐는 것은 북한 김정은 위원장의 요청에 따른 것이다. 북측의 형편 때문에 오늘 논의된 내용을 보도할 수 있다고 하면서 우리도 오늘 발표해 줬으면 좋겠다는 요청을 했다. 그래서 어제 회담 사실만 먼저 알리고 논의한 내용은 오늘 따로 발표하게 됐다는 점에 대해 언론에게 양해를 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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