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용웅 전북경제통상진흥원장

세대갈등은 인류사회의 고질병이다. 이 병을 진단하면 ‘이해, 경청, 공감’이라는 처방이 어김없이 내려진다. 자고로 병도 알고 약도 알건만, 좀처럼 치유가 되지 않는 증상이다. 그리하여 예나 지금이나 세대 사이의 비호감은 박멸되지 않고 철길처럼 평행선을 그으며 영속한다. 청년들은 일방적으로 가르치려 드는 기성세대가 그냥 싫다. 나이든 세대는 고생하며 낳아 기른 노고를 몰라주는 젊은 세대가 야속하다.
   누가 맞고 그르냐의 차원을 넘어, 세대갈등은 인간의 원초적 본능이어서 이를 일소하려 드는 건 무모한 시도일 뿐이다. 다양한 제도적 노력과 소통 의지로 그 간극을 줄이는 것이 우리에게 주어진 유일한 방도로 보인다. 투르게네프의 ‘아버지와 아들’, 염상섭의 ‘삼대’같은 소설을 보아도 역사는 세대갈등을 등에 지고 힘겨운 진퇴를 거듭해왔음을 알 수 있다. 
  얼음과 석탄처럼 서로 섞이지 않는 세대 간에 동반 창업과 경영이 과연 가능할까? 영화 '인턴'은 칠순에 달한 시니어 인턴과 초고속 성장한 30대 여성 창업자가 손잡고 어떻게 비즈니스를 키워가는 지를 흥미진진하게 그린다.
   단언컨대, 세대 간 협업은, 영화 속 이야기처럼, 가능한 일이고 또한 바람직하다. 경제통상진흥원은 이를 현실화하기 위해 ‘세대융합 창업캠퍼스’사업을 진행 중이다. 창의적인 아이디어로 가득한 청년과 경륜을 지닌 중장년을 2인3각처럼 묶어서 성공창업에 이르도록 돕는 프로그램이다. 매년 20팀 가량 선발해서 △사업화 자금(최대 1억 원) △투자유치 △기술경영 교육 △창업 공간 △해외시장 개척 등을 입체적으로 지원해주고 있다.
  2017년 중소벤처기업부에서 전국에 걸쳐 6개 주관기관을 선정했는데, 호남권에서는 경진원이 단독으로 뽑혀 3년간 70억 원을 투입하게 되었으니, 도내 예비창업자에게 단비가 내린 셈이다.
  세대융합 창업의 최대 장점은 청장년의 협업이 낳는 시너지를 바탕으로 실패 위험을 크게 줄일 수 있다는 점이다. 작년 11월에 선정된 23개 창업 팀이 불과 몇 달 동안 거둔 실적(매출 14억 원, 수출 16만 불, 고용 53명, 지식재산권 26건)이 이를 증명한다.
  또 다른 이점은 진정한 기술기반 창업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선정된 팀 중 정보, 의료, 교육 등 지식집약 산업의 비중이 56%나 된다. 이들 가운데는 신이 내린 직업인 대학교수직을 버리고 창업의 험로를 선택한 이도 있다. 이 팀은 쇼핑, 금융 등이 장악한 모바일 환경에서 교육 분야의 블루오션을 발견하고 스마트러닝 어플리케이션을 개발하였다. 휴대폰 잠금 화면에 학습 콘텐츠를 제공하고 적립금 방식의 포인트를 지급, 편의점 등에서 현금처럼 사용 할 수 있게 한다. 현재 고객 테스트에 들어갔으며, 머잖아 관련 시장에서 큰 반향을 얻을 것으로 기대된다.
  잘 나가는 대기업을 그만두고 IoT기반의 산업용 보호복을 개발하는 이도 있다. 산업현장에서 추락사고가 빈발하고 있으나 추락보호망 외에는 별 다른 대응책이 없다는 점에 주목한다. 사람이 추락하면 작업복의 감지 센서가 에어백을 팽창시켜 인명을 보호하는 원리다. 이미 국내 굴지기업들과 구매계약(약 340백만 원)이 성사되었고, 연내 작업현장에서 이 제품을 볼 수 있을 것이다.
  대한민국 도처에 창업열기가 뜨겁다. 이제 양적 팽창을 넘어 질적 변화가 절실한 때이다. 혁신창업이 더 많이 이루어지려면 지원정책의 쇄신이 필요하다. ‘세대융합 창업캠퍼스’는 종래의 시책과는 개념이 다른 참신한 시책이다. 이를 밑거름으로 가까운 시일 안에 전북에도 ‘야놀자, 우아한 형제들, 쏘카’같은 연 매출 1천억을 넘는 스타트업이 속속 탄생하길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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