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가 떠났습니다. 내일이면 끝이네요. 일자리 찾아 어디든 가봐야죠.”

한국GM 군산공장 폐쇄를 하루 앞둔 30일, 군산 지역은 ‘유령도시’라는 표현이 무색하지 않았다. 유동인구를 찾을 수 없고 건물마다 매각 또는 임대 안내가 내걸렸다. 거리에는 주인 없는 개들이 떠돌았다. 퇴직근로자, 협력업체 관계자, 인근 상인 등은 한국GM 군산공장 폐쇄는 ‘죽음으로 내모는 일’이라 표현했다.

군산공장 모든 설비 장비는 이날 멈춰 섰다. 자동차 8000대를 입출고하던 차고지는 차량 한 대 없이 썰렁한 모습이다. 이달 초 얼마 남지 않은 차량마저 인천과 창원 공장으로 옮겨졌다는 직원의 설명이다. 4년째 경비 업무를 본 67세 근로자 A씨는 격일제로 근무하는 탓에 이날 출근이 마지막이다. 자신은 아들, 딸 두 자녀를 출가시키고 공무원 정년퇴임에 따른 연금으로 그나마 처지가 낫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어린 손자들을 생각하면서 공장 안을 쳐다보는 순간 두 눈이 붉어졌다.

한국GM 군산공장 한 협력업체 대표 B씨는 자포자기 심정이다. 자동차 부품 생산을 의뢰받아 납품하던 중 생산 물량 감소에 따라 마진이 해마다 억 단위로 감소했다. 앞서 지난해 7월 현대중공업 군산조선소 중단 때에는 처지를 비관해 목을 매 숨지는 지인도 지켜봐야 했다. 군산에 뿌리를 내리고 공장을 운영하던 B씨는 업종 전환은 물론, 지역을 떠나는 일도 최근 결심했다. 전북도와 군산시의 대응 및 지원을 납득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군산 오식도동에서 8년째 음식점을 운영하는 C씨는 폐업을 생각하고 있다. 한때는 시간 구분 없이 찾는 손님들에 문 닫는 일 없이 24시간 운영도 했다. 반면 이날은 낮 12시 점심시간에도 음식점을 찾는 이 없었다. 손님이 줄면서 문 닫는 시간도 점차 빨라졌다. 매출은 당연 감소해 반 토막 수준도 못 미친다. C씨는 “임대 계약 종료까지는 버텨보는데 모르겠다. 경기가 좋아질 것이라 기대할 상황이 없어 오늘 내일 하고 있다”면서 한숨을 내뱉었다.

1996년 첫 가동한 한국GM 군산공장은 31일 공장 폐쇄조치로 22년 만에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게 됐다. 폐쇄조치에 따라 희망퇴직 등 근로자 대부분이 떠나고 협력업체 100여곳이 축소 또는 폐업 위기에 내몰리는 등 지역 경기 침체 위기가 이어지고 있다./권순재기자·aonglh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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