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내에서 마련되는 2018 한옥자원활용 야간상설공연이 2일 임실을 끝으로 모두 개막한다. 야간상설공연은 도내 전통자원인 한옥경관을 활용한 야간관광 콘텐츠를 발굴하는 사업으로 체류형·숙박형 문화관광 프로그램을 목표로 하고 있다. 전주를 비롯해서 남원, 고창, 정읍, 임실 등 5개 지역에서 열리는 공연으로 매년 새로운 공연 트렌드를 보여주며 관람객들의 호응 받아와 올해도 기대가 높다. 지난달 5일에 개막한 전주 마당창극 ‘변사또 생일잔치’를 비롯한 5개 공연의 주요 줄거리와 공연일정을 소개한다.

▲ 변사또 생일잔치
판소리 ‘춘향가’ 중 ‘변학도 생일잔치’ 대목을 중심으로 변학도 관점에서 재해석한 초연작이다. ‘도화’라는 새로운 인물 설정을 통해 변학도가 돈과 권력에 집착하게 된 계기, 춘향의 사랑과 정절을 가벼이 여기게 된 심리적 특성들을 이야기 속에 반영시키고, 이를 현대적인 시각으로 풀어냈다. 사랑의 가치에 대한 물음, 그 중요성에 대한 원전의 메시지는 그대로 담아간다.
변학도는 몰락한 양반 집안에서 태어났다. 공부를 열심히 했으나 번번이 실패하고 과거에 늦게 급제한다. 등용이 된 후 금수저 자제들과 달리 흙수저 변학도는 한직으로 돌다가 급기야 한양에서 남원으로 부임명령을 받는다. 변학도는 좋은 성적으로 한양에 머물 줄 알았는데 남원으로 가게 되자 분노한다. 그래도 변학도는 사랑하는 도화와 함께 남원으로 가면 잘 살아보리라 위안을 삼는다. 하지만 도화는 “연애하는 내내 가난한 것도 힘들었는데 한양도 아닌 시골에서 자신이 어떻게 살아갈 수 있겠냐”며 갈 수 없다고 말한다. 변학도는 돈이 없어 시골로 가게 된 것과 사랑하는 여인에게 거절당한 것에 분노를 느끼고 어떻게든 돈을 벌어서 한양에 입성하고 사랑하는 여인도 되찾으리라 결심한다.
전주한벽문화관 혼례마당. 10월 6일까지 매주 토요일 밤 8시. 패키지 3만원, 일반 2만원.
▲ 춘향만리
전통 판소리 김세종제 성우향 바디를 중심으로 판소리 춘향가의 탄생 배경을 설명한 작품.
판소리가 가지고 있는 고유의 재미 ‘해학과 풍자’이 압권이다. 방자는 탈춤의 말뚝이와 같은 역할을 맡아 이몽룡을 들었다 놨다하며 양반의 권위를 풍자한다. 박남은 소리꾼 특유의 능청스러운 연기와 재치 있는 입담으로 극의 긴장을 이완시키며 관객들에게 웃음을 선사한다. 박남의 소리에 맞춰 춤으로 표현된 ‘사랑가’ 대목은 단연 일품이다. 닿을 듯 닿지 않는 춘향의 교태와 애타는 몽룡의 모습이 군무와 어우러져 꽃과 나비처럼 아름답게 그려졌다. 이별 후 춘향의 안타까운 마음은 살풀이로 표현했다. 고요한 가운데 움직임이 있는 정중동(靜中動)의 몸짓으로 담담하게 속으로 삭히는 이별이다. 위험에 처한 춘향을 구하고 변사또를 봉고파직하는 어사출두 대목은 자진모리 장단의 경쾌한 리듬으로 권선징악의 메시지를 통쾌하게 담아 관객들에게 카타르시스를 선사한다. “춘향가의 발상지이자 배경지인 남원에서 한번쯤 반드시 풀어내 시도해야 할 공연이다”(연출 주호종)
춘향테마파크 동헌. 9월 29일까지 매주 토요일 밤 8시. 1만원.
▲서사무용극 ‘해어화, 다시 피다’
예기들을 키워내던 권번 부설 예기 양성소를 바탕으로 아양계(풍류객의 모임) 일원인 단소 명인 ‘전추산’과 태인 기생 ‘소란 김옥진’의 이야기를 덧대 풍류의 멋을 극대화한 작품.
초야도 치르지 못하고 과부가 된 가인을 위해 시아버지 동근은 정읍의 기생, 예심을 소개한다. 예심은 춤과 노래도 잘하지만 특히 재담에 능하다. 가인은 그녀를 통해 기생의 삶을 알게 된다. 그녀와 함께 가야금과 판소리 등을 하면서 전통문화예술에 대한 흥미를 느낀다. 가인은 예심의 서사에 반하고 점점 기생이라는 여성들에게 관심을 갖게 된다. 일본인들로 인하여 기생이 전통문화예술 연희자로서 있을 수 없고 술집의 작부 취급을 당하며 급기야는 돈이 필요한 권반의 어머니가 일본인에게 급전을 써서 권반이 넘어 갈 위기에 처하게 됐다는 것을 알게 된다. 가인이 기생학교에 들어와 교육을 받을 때, 선생들이 가르치는 춤과 노래 등에 회의를 느낀다. 그들은 마치 꼭두각시처럼 옛것을 그대로 따라 하는 것만을 원하기 때문이다. 가인은 새롭게 해석하고 그것을 함께 논의할 선생이 필요하다는 것을 느낀다. 이때 전추산이라는 선생을 만난다. 그로 인해 풍류가 무엇인지 예인의 정체성에 대해 배우게 된다. 권번의 주인이 된 가인은 ‘가인 예기양성소’로 바꾸고 기생을 철저히 전통문화예술 연희자로 키운다. 그리고 위안부로 끌려가게 된 예기들을 구해준다.
고택문화체험관. 9월 8일까지 매주 토요일 밤 8시. 2만원.
▲판타지 감성농악 ‘이팝:신의 꽃’
화려한 말발로 좌중을 압도하지만 내용에 실속은 없는 ‘허풍쟁이’대포수. 마을 이장이기 때문에 바깥세상 구경할 일이 많은 대포수는 특유의 리더십일 발휘하며 사람들에게 신임을 얻는다. 허풍은 떨지만 마을 사람 모드를 제 식구처럼 아끼는 대포수 곁엔 아이부터 할머니까지 마을 모든 여자들이 따른다. 그러나 그의 허풍을 제대로 꿰뚫고 있는 사람이 있다. 양반이다. 금수저 물고 태어나 큰 변고 없이 안정적인 삶을 살아온 양반은 자기중심적이다. 집에 돈이 많아 이곳저곳을 다니며 견문은 쌓았을지 몰라도 사람의 마음을 얻어본 적은 없다. 희색 두루마기에 정자관을 쓰고 한 손에는 곰방대를 들고 이곳저곳 참여하기 좋아하는 양반은 사실 사람들의 관심과 사랑이 필요한 존재다.
양반의 부인 망구는 참견쟁이 남편대신 자신의 이야기를 일일이 들어주는 대포소를 좋아한다. 아들인 참봉을 각시에게 장가보낸 후 엄마로서 자신의 임무는 끝났다고 여긴 망구는 자기주도적인 새 삶을 살겠다고 만방에 선언한다.
고창농악전수관 야외공연장. 9월 1일까지 매주 토요일 밤 8시. 1만원.
▲춤추는 상쇠-히히낭락 필봉!
1914년 4월, 이석용 의병장이 형장의 이슬로 사라지며 막이 오른다. 1941년 9월 눈부시게 푸른 어느 가을, 풍물 소리 풍성한 중뱅이 고을에 애기 상쇠가 태어나고, 애기 상쇠는 풍물굿을 지키며 자라난다. 청년이 된 애기상쇠는 이웃마을 순이와 결혼을 하고, 아들 봉필에게 굿을 가르치며 살아간다. 세월이 흘러 시대가 변하자 중뱅이골 사람들은 하나, 둘 도시로 떠나고, 청년 봉필이도 떠나고 싶어 하지만, 아버지는 봉필에게 마을굿을 이어 가라며 굿 가르치는데 더욱 몰두한다.
그러던 어느 날, 어려서 마을을 떠난 춘배가 봉필을 찾아온다. 쑈단의 사회자로 성공한 춘배는 봉필에게 쑈단에 잠시 출연해 달라고 부탁을 하고, 봉필은 아버지 몰래 쑈단에서 공연을 하게 되는데... 봉필은 공연을 성공리에 끝마치고, 이를 지켜 본 쑈단 단장은 파격적인 조건으로 봉필에게 스카웃 제의를 한다. 봉필은 쑈 단장의 스카웃 제의에 입단을 결심하고, 들뜬 마음으로 집으로 향한다. 이 사실에 아버지는 극구 반대하고, 봉필은 마을을 떠나기로 결심한다.
필봉농악전수교육관 취락원. 9월 8일까지 매주 토요일 밤 8시. 1만원.
/이병재기자·kanadas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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