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녹아내리다 105×158 Archival pigment print 한지

“예술은 보이는 것을 재현하는 것이 아니라, 보이지 않는 것을 보이게 만드는 것이다.”
  현대 추상회화의 시조인 폴 클레(Paul Klee)의 말처럼 아무나 볼 수 없는 풍경을 그는 담아낸다. 눈이 오거나 비오는 날에. 아니면 이른 새벽에.
  2년 전 ‘강산적요-스며들다’전을 통해 수묵화 같은 사진을 선보인 이흥재가 ‘강산적요Ⅱ-스며들다’를 통해 자연의 속살을 보여준다.
  6일부터 11일까지 전북도립미술관 서울관(가나인사아트센터 6층)에서 여는 이번 전시는 자연으로 한 걸음 더 들어갔다.
  그의 주목하는 자연은 여전히 화려하지 않고 유명하지 않는 곳이다. 한 때 전주시민의 상수원이었지만 이제 기능을 다 한 상관저수지도 그의 카메라를 통해 천혜의 절경으로 살아난다. 비가 오거나, 안개가 가득하거나, 눈이 내리면 호수의 표정이 달라진다. 4계절은 물론 아침, 저녁으로 다르고 햇빛과 달빛 따라 변화하는 저수지를 섬세하게 잡아낸다.
  상관저수지 물을 볼 때마다 <도덕경>의 ‘상선약수’가 떠오른다는 그는 “이른 봄 새벽, 물안개가 하얗게 피어오른다. 물과 산이 서로 스며들어 경계가 모호해지고 나중엔 마크 로스코의 색면추상처럼 느껴진다. 나와 물안개가 하나 되는 순간 카메라 셔터가 눌러 진다”고 고백한다.
  마이산 탑영제 벚꽃은 아름답다. 하지만 꽃잎 다 떨군 벚나무는 슬프다. 탑영제를 둘러싼 벚나무가 꽃잎을 빠트린 호수에 거꾸로 서있다. 벚나무와 꽃잎이 잠겼다. 그의 렌즈는 다시 벚나무와 꽃잎을 건져낸다.
  눈보라 휘몰아치는 날, 춤추듯 율동하는 흰 눈들이 정읍 김명관 고택을 감싸면 그의 카메라는 점묘법의 마티에르 효과를 낸다. 새끼불재를 넘어오며 만난 새벽안개에서 천국을 떠올리고 호수에 둥둥 떠다니는 벚꽃 잎에서 고요함을 느끼는 그는 사소한 것의 사소하지 않음을 증명하는 중이다.
  이흥재 작업 의미를 윤범모 미술평론가를 통해서 확인해 볼 수 있다. 윤범모는 이번 전시를 “자연의 내면세계를 카메라에 잡은 작업이 ‘강산적요’였다면 ‘강산적요Ⅱ’는 더 세부로 들어가 본질로 직행하려한 작업이다”고 이야기 한다. 화려한 수사가 필요하지 않는 본질의 세계에 이흥재 카메라가 있다고 한다. “(그의 작품은)부분 확대로 마치 추상화와 같은 효과를 보이기도 한다. 자연의 세부 묘사 혹은 자연의 본질을 집중 조명한 작업, 여기에서 이번 개인전의 성격을 느끼게 한다. 점입가경의 렌즈작업을 통하여 자연의 본질로 한 걸음 다 들어가게 하는 전시다. 이번 이흥재 개인전을 통하여 자연의 속살을 흠뻑 만끽할 수 있는 기회를 얻을 수 있을 것 같다.”
  전주대 대학원 미술학과(미술학 석사)와 동국대 불교대학원 불교사학과 예술사(문학 석사), 동국대 대학원 미술사학과(박사)를 마쳤다. 전북도립미술관장을 역임했으며 현재 전북예총 부회장과 무성서원 부원장, 정읍시립미술관 명예관장을 맡고 있다.
/이병재기자·kanadas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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