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농촌은 이제 ICT(Information and Communications Technologies) 융복합으로 이뤄지는 첨단기술농업을 지향하고 있다. 6차산업과 연계되는 창업농업과 4차 산업혁명을 통해 미래농업으로 가는 데 청년들은 가장 중요한 주체가 된다. 뿐만 아니라 농촌 초고령화 시대에 접어들면서 우리 농촌을 유지하는데도 청년들의 농업 창업은 필수 요소로 꼽히고 있다. 농촌의 무궁한 자원을 활용해 농업을 희망산업으로 가꾸는 데 역시 이들의 관심이 절실한 시점이다. 청년 농업을 준비하는 이들에게 영농 의욕을 복 돋아 주기 위해 농촌에 먼저 뛰어든 청년 농업인들에게 농촌·농업을 물어 봤다.

◆원로 청년 농업인

고창군 구수면 '고수농장'에서 일하는 염상훈(38)씨는 오래된 청년농업인이다.
고3 때 농업으로 직장을 결정한 후 산란계 농장을 운영한 지 만 20년 차 베테랑 농부다.
그래서 원로 청년 농업인 소리를 듣는다.
하지만 염상훈씨는 '멋쟁이 농업인', '공부하는 농업인'이란 말을 듣고 싶다.
그래서 20년간 꾸준히 공부하고 있으며, 놀 때는 신나게 논다.
또 배드민턴과 골프를 취미로 가지고 있으며, 교육레크리에이션 수업을 듣는다.
화요일에는 기타를 배우고, 수요일에는 '디제이' 연습에 열중한다.
그러면서도 원로 청년 농업인답게 고창군 농업기술센터 각종 교육 과정 대표를 맡고 있으며, 청년 농업인 CEO 모임을 만들어 후배들을 교육한다.
그래서 염상훈씨는 '멋쟁이 원로 청년 농업인'이다.

◆농업 정착 동기

실업계 고등학교를 다니던 염상훈씨는 고1 때부터 빨리 돈을 벌고 싶었다. 방황하던 염상훈씨는 집을 나서 중국집 배달도 해 보고 노숙도 해 보는 등 힘든 사회경험을 시작했다. 그러던 염상훈씨는 고3이 되던 1997년 "부모님에게 월급을 받고 일하면, 돈도 안정적으로 벌고 부모님 마음도 편하게 해 줄 수 있겠구나"하는 마음이 생겼다. 이때부터 부모님이 운영하시던 산란계 농장(약 2만수)에 취직해 월급 100만원씩을 받아 저금하며 농업을 시작했다. 농사일을 직접 경험하며 가정의 소중함을 깊게 깨우친 것도 이 때다. 이 후, 고창군 농업기술센터에서의 교육생과 고창군 4H연합회 회원으로 활동한 지 20년차다.

◆교육의 필요성

염상훈씨가 고창군 농업기술센터에서 교육을 받은 지 벌써 20년이다. 그동안 꾸준히 영농교육을 받았으며, 지금도 다섯 거리 아카데미 '즐길 거리' 대표와 '고창 이야기농업학교' 대표를 맡는 등 교육에 열성적이다.
염상훈씨는 "교육에 집중하는 이유는 '변화시키고 싶은 나'를 위해서"라며 "농사꾼이 아닌 농업 CEO로서 나를 시작하기 위해 교육에 매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염상훈씨는 앞으로는 계란 생산뿐만이 아닌, '구운 계란'을 온라인상에 유통하는 등 6차 산업인으로 변화하고자 하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
이에 염상훈씨는 '고수농장'에 자동화 시스템을 도입해 부모님과 함께 3명이 파트너쉽으로 운영하는 체계를 갖췄다. 현재 4만수의 산란계를 가족농 중심으로 운영하는 것은 내가 가진 것에 만족하고, 이를 지켜나가고자 하는 마음에서다. 보통 전국 평균 농가당 10만수의 산란계를 키우는데, 투자비가 크게 증가하고 직원들 인건비도 부담이 크다. 또 무분별한 사육마릿수 확대로 양계농가들이 생산비도 못 건지는 어려움에 처하는 경우를 종종 경험했다.
우리가 함께 살아가야 할 방법을 찾는 염상훈씨는 가급적 함께 망할 수도 있는 일을 추진하지 않는다.

◆단단한 선배 농업인

염상훈씨는 아픔도 오랫동안 경험했다. 일찍 결혼해 아들과 딸을 얻었는데, 18세 고등학생인 아들이 1급 장애인이다. 어릴 때부터 중환자실 신세를 많이 졌던 아들 생각에 죽고 싶을 만큼 힘든 경험도 많았다. "이제는 아들을 하늘이 주신 선물이라 생각 한다"는 염상훈씨는 "여러 가지 힘든 경험 덕분에 스스로 '단단함'을 느낀다"고 말했다.
계란 값이 바닥을 쳤던 어려움, 사업 실패에 대한 어려움 등을 겪어내고 이제는 사업가로서의 자신감과 인생의 단단함을 갖춰가고 있다는 것이다.
그 단단함과 영농 노하우를 이제부터 후배들에게 전해주고 싶다는 게 염상훈씨 생각이다.
염상훈씨는 "농업 농촌이 빠르게 변하고 있고, 귀농 귀촌인도 빠르게 늘고 있다. 이 중 지역의 청년 농업인들이 정착하는데 도움이 되고 싶다"며 "이에 고창군 청년 농업인 CEO 모임인 '청춘창고'를 결성하고, 변화하는 시대에 맞는 농업과 농촌 청년으로서의 역할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국 최연소 4H 고창군 연합회장, 전라북도 연합회 부회장, 감사 등을 지낸 염상훈씨는 4H에 대한 신념이 강하다.
염상훈씨는 "'내가 아닌, 우리가 잘 사는 사회를 만들자'는 4H 이념처럼 '청춘창고'를 통해 청년 농업인들에게 도움을 주고 싶다"며 "모임에 선배들을 초청해 조언을 구하고, 질문과 토론 등을 통해 젊은 농업인들에게 노하우를 전수하고 있다"고 말했다.
염상훈씨는 또 "고창군은 타 지역에 비해 청년 농업인 비율이 높은 편인데도, 귀농하는 청년까지 상당수이다"며 "더욱이 직장을 다니며 매주 농촌을 찾아 공부하는 후배부터 준비를 철저히 하고 내려오는 후배까지 도와주고 싶은 후배들이 너무 많다. 이들이 고창군 시골의 문화와 유산을 물려받는 주역이 될 것이다"고 말했다.

◆시골아저씨가 싫은 농업인

염상훈씨는 자기를 소개할 때 '농업인'이라고 말한다. 농업인인 자신을 스스로 자랑스럽게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시골 아저씨'라는 평가는 싫어한다. 시골 사람이어서 깔끔하지 못하고 촌스러워 보인다는 편견도 싫다.
그래서 일할 때 빼고는 자신을 최대한 가꾸려 노력한다. '깔끔한 농업인' 소리가 훨씬 좋다.
또 염상훈씨는 취미가 많다. 배드민턴과 골프를 운동 취미로 가졌다.
이어 월요일에는 광주대학교 평생교육원에서 교육레크리에이션 수업을 듣는다. 많은 사람들과 소통하고 리드하는 연습을 한다.
화요일에는 기타를 배우며, 지역 선배들과 팀을 구성해 연습한다.
수요일에는 '디제이' 연습에 열중한다. 젊은 층이 듣는 빠른 비트와 음악은 일에 지친 자신을 깨워주기 때문이다.
다음 학기부터는 '칵테일'과 '바리스터' 과정을 배우려 한다.
염상훈씨가 많은 취미를 가진 이유는 새로운 농업에 도전하기 위해서다.
염상훈씨는 "지금까지 농촌 체험 관광은 기존 시골스러움에 기반을 두고 만들어졌다"면서 "나는 도시의 답답한 아파트에서 숨막혀 하는 젊은이들에게 휴식을 주고 싶다. 층간 소음 걱정 없이 떠들 수 있고, 도시의 클럽을 시골에서 느낄 수 있도록 관광상품을 만들고 싶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나는 농촌 청년이다. 하고 싶은 것도, 해 보고 싶은 것도 많다. 여기에서 멈추지 않고 열심히 배우며 실천하는 내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후배들에게

염상훈씨는 "지역민과 소통하고, 네트워크를 만들고, 확실한 목표를 세워 도전하라"고 후배들에게 조언했다.
지역민들이 느끼는 귀농인들은 보통 자신만의 세계 속에 갖혀 있고, "나는 모든 것을 알고, 준비해 왔다"는 착각에 빠진 것처럼 보인다는 것이다.
염상훈씨는 "농촌에 문화적 혜택이 없는 경우 이들은 속수무책이다. 대체 방법을 찾아 놀고 즐기면 된다. 그리고 지역민과 소통해야 정착하기 수월하다"며 "즐기고 쉬는 농업을 통해 새로운 농업 방식을 창작하라"고 주문했다.
또 작업복만 입고 항상 자기 일에만 열심히 빠져 사는 것도 경계할 것을 주문했다.
시골에 각종 단체가 많은 만큼, 자신만의 생각에 숨어 살지 말고, 나와서 지역과 소통하고 네트워크를 형성해야 보다 농촌정착이 수월하다는 것이다.
아울러 염상훈씨는 "너무 과한 빚을 내서 무리한 농업에 함부로 투자하지 말고, 계산하고 생각하고 확실한 목적과 뚜렷한 목표를 세워 대출을 신청하라"며 "이는 같은 경험으로 힘들었던 선배들의 교훈"이라고 말했다./황성조기자, 전라북도농업기술원 취재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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