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를 막을 수 있었지만 책임자 그 누구도 경각심을 갖지 않았습니다.”

검찰이 지난 2월 전주에서 발생한 조부모와 손자 등 일가족 일산화탄소 중독 사망사고와 관련해 예방할 수 있었던 인재(人災)로 판단했다. 검찰은 그 책임을 물어 아파트 안전관리 책임자와 공사업자, 보일러 수리기사, 보일러 수리업체 업주 등을 법정에 세우기로 했다.

전주지검 형사2부(부장검사 김경우)는 주민 공지 등 안전조치 없이 공동배기구 폐쇄를 의뢰한 아파트 안전관리 책임자 A씨(60)와 공사업자 B씨(57), 피해 가정의 의뢰를 받아 사고 직전 가스 누출을 점검한 보일러 수리기사 C씨(39), 보일러 수리업체 업주 D씨(40)에 대해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고 7일 밝혔다.

A씨는 2017년 10월 방한·방풍을 이유로 아파트에 설치된 공동배기구 폐쇄를 B씨에게 의뢰, B씨는 이를 시공하면서 주민 공지 등 안전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혐의로 기소됐다. 1980년 입주를 시작한 해당 아파트는 과거 연탄보일러를 사용해 공동배기구가 설치됐으나 이후 가스보일러로 교체하면서 그 이용이 줄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C씨는 2월 8일 사고 발생으로부터 2시간 전인 오후 3시 50분 보일러 가동에 이상을 감지한 피해자들의 요청을 받아 출동, 오후 4시 10분부터 20분가량 머무르면서 가스 유출을 확인하지 못한 혐의로 기소됐다. 그는 보일러 설치 자격을 취득하지 않고 10개월 동안 근무하면서 2차례 가량 출동한 것으로 파악됐다. 업주 D씨는 경험과 능력이 충분하지 않은 C씨를 검출장비 없이 홀로 점검에 보낸 혐의다. 사고 이후 가스안전공사가 점검한 결과 아파트 벽면에서 263bpm, 공동배기구 100bpm, 보일러 배기구 87bpm의 가스를 계측했다.

전주 일산화탄소 중독 일가족 사망은 지난 2월 8일 오후 6시 40분 전주시 우아동 아파트에서 배모(78)씨와 배씨의 부인 윤모(71)씨, 손자 배모(24)씨 등 일가족 3명이 일산화탄소 중독으로 숨진 사고다. 이들은 평소 뇌경색을 앓는 윤씨의 병간호를 이유로 상당기간 집을 비웠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날도 배씨와 윤씨는 오후 2시 병원에서 퇴원, 익산에 거주하던 손자 배씨는 병간호를 이유로 전주를 찾아 사고를 면치 못했다.

검찰 관계자는 “안전의식 및 경각심 결여가 비극을 불러왔다. 안전관련 종사자의 경각심을 깨우는 계기가 되길 바라며, 비극이 재발하지 않도록 관계부처에 실태점검을 의뢰했다”고 말했다.

검찰은 안전관리 책임자 등에 대한 형사 처분과 함께, 전북도에 노후 공동주택에 대한 점검을, 산업통상자원부 및 국토교통부에 보일러 설치 업체의 일산화탄소 측정장비 구비 의무화 등을 의뢰했다.

한편 전북도에 따르면 사업계획 승인 년수 기준, 도내 1980년대 승인된 아파트는 420개 단지, 1990년대 승인된 아파트 551개 단지로 집계됐다./권순재기자·aonglh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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