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병선 전주대학교 부총장

 인간언어의 기원에 대해서는 다양한 학설이 있다. 구약성경 창세기 11장 1-9절에 의하면, 하나님이 우리 인간에게 한 언어(말)를 사용하도록 하셨다. 하지만, 인간은 이 한 언어를 사용하여 바벨탑을 세워 하늘에 도달하려는 시도를 하였다. 이를 중지시키려 하나님은  서로 알아들을 수 없도록 서로 다른 말을 사용하도록 하게 하였으며, 이후 우리 인간들은 수많은 언어를 사용하고 있다.
1951년부터 2-5년 주기로 세계 언어에 대한 연구보고서를 출간하는 미국 댈러스 소재 Summer Institute of Linguistics International의 Ethnologue: Languages of the World 제21판(2018년 2월 출간)에 따르면, 현재 지구상에 존재하는 언어의 수는 7,097개에 이른다. 이를 지역별로 나누어 보면, 아프리카 2,143개(30.2%), 아메리카 1,060개(14.9%), 아시아 2,300개(32.4%), 유럽 288개(4.1%), 태평양연안 1,306개(18.4%)로 분포되어 있다. 파푸아뉴기니아에는 841개 언어가 사용되고 있어 가장 많은 언어가 사용되고 있는 국가로 조사되고 있으며, 그 뒤를 이어 인도네시아 710개, 나이지리아 526개, 인도 455개, 미국 334개, 중국 302개, 멕시코 228개의 순으로 조사되었다. 
이러한 7,097개의 언어 중 백만 명 이상이 사용하는 언어 수는 1.3%인 93개 언어뿐이며 세계인구의 약 80.2%가 이 1.3%의 언어를 사용하고 있다. 나머지 7,004개의 언어는 세계인구의 약 19.8%만이 사용하고 있다. 반면 전체 언어의 약 1/3에 해당하는 2,851개 언어는 사용자가 1,000명 미만으로 곧 지구상에서 사라질 위기에 처한 언어들이다. 약 22%인 1,559개 언어는 가족 간에만 사용되고 있는 문제언어(in trouble)이며, 13%인 922개 언어는 부모세대만 사용되고 있는 죽어가고 있는 언어(dying)이고, 370개 언어는 사라진(extinct) 언어이다.
몇 년 전 워싱턴포스트는 절반가량인 3천5백 여 개의 소수민족 언어가 2,100년까지 사라질 위기를 맞고 있다고 경고하였다. 유엔 산하 유네스코(UNESCO)의 소멸위기 언어연구 프로젝트 ‘ATLAS’ 는 2천 4백개의 언어가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고 발표한 바 있으며, 언어는 그 민족의 역사와 정보 그리고 문화유산이 담겨져 있기 때문에 소수민족의 언어를 보존하고 살려야 한다는 주장과 함께 이들을 살리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그런데 정작 우리가 염려하여야 할 것은 지구상에서 사라지게 될 소수민족의 언어가 아니라 지구상에서 사라져야 할 언어가 창궐하고 있다는 점이다.
몇 년 전 KBS 스페셜에 의하면, 청소년의 대다수가 욕설을 입에 달고 다닌다. 초등학생부터 고등학생에 이르기까지 욕을 하지 않는 것이 비정상적이란 평가를 들을 정도이다. 초등학생의 경우 97% 이상이 일상적으로 욕을 사용하고 있다. 심지어 욕을 빼고 남는 건 감탄사 밖에 없다고 한다. 10대인 청소년만의 문제가 아니다. 최근 방송과 신문지상에는 유명 정치인들의 가족 간의 욕설과 사회지도층 인사들의 폭언이 난무하고 있다. 가짜뉴스는 우리의 일상뉴스가 된지 오래이다.
이 지구상에서 사라져야 할 언어로는 ‘욕설, 비난, 비꼼, 독설, 저주, 모욕, 가짜뉴스’ 와 같은 것들이다. 이러한 사라져야하는 언어 대신 사라져가고 있는 언어인 ‘사랑, 감사, 칭찬, 축복, 격려, 화해와 일치’를 표현하는 언어를 많이 사용하고 보전하자. 그리하여 우리민족의 찬란한 유산을 길이 간직하는 표현하는 아름다운 언어가 지속 될 수 있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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