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해서 가슴 아리는 삶의 희노애락···

<조기호 시인 스무번째 신작 '하지 무렵' 출간> 이병재 기자l승인2018.06.18l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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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기호 시인

  “요즘은 아내에게 혼나는 재미로 산다//집에 들어오기 무섭게/오늘도 혼이 났다//침침한 눈으로 시집을 읽으려다/아직 밖이 훤한데 벌써 불을 켰다고 혼나고//TV는 저 혼자 놀게 켜놓고/비실비실 졸고 앉았다며 또 혼이 났다//속으론 남편체면이 깎일까봐/일을 시키지 않으려고//어머니 기일에 쓸 생률과/더덕껍질을 손수 벗기면서도//아내는 그저 나를 혼내는 재미로/황혼 무렵 사랑을 그리 소화하는 게다//비시시 웃고 있던/막내사위 녀석이//우리 이웃집 영감님은요/아침에 눈 떴다고 혼났데요//한 수 거든다”(‘황혼 무렵’ 전문)
  여든에 접어 든 원로 시인의 잘 익은 삶이 펼쳐진다.
  투박하지만 구절 구절 가슴이 아리다. 어처구니없는 웃음과 농이 나오지만 때론 눈물이 나도록 슬프다. 세상의 살아간다는 것이 희노애락이다. 솔직하다.
  조기호(81)시인의 신작 ‘하지 무렵(인간과문학사)’이 출간됐다.
  시집은 1부 ‘그리움이 솟아나는’, 2부 ‘이별백신’, 3부 ‘민들레 예수쟁이’, 4부 ‘하늘가는 길’, 5부 ‘여름 걸가기’, 6부 ‘사랑허물기’, 7부 ‘전주성’, 8부 ‘보리똥 익을 때’로 구성됐다.
  그의 시에는 ‘세상과 사물의 이치를 어느 정도 들여다볼 수 있게 된 사람의 성숙함과 지혜로움, 자신의 상황을 알고 인정하는 겸손함’까지 담겨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래서 이 시집은 ‘직설적이면서 관능적인 감각을 되살려 향토적인 정서를 한데 담았다’고 한다.
  “김치 한 보시기 놓고 맥주병 따던 니나노 집/옛 세월을 되새김질하며 사는 나이에 이르러/사람 산다는 게 그런 걸 어쩌랴/이제 저 시인도 나만큼 늙어 가는 가 보다”(‘산다는 것’ 일부)
그는 시집에서 시인의 말을 통해 “스무 번째 시집을 엮음에 ‘양적 변화는 질적 변화를 부른다’는 카를 마르크스의 이행법칙을 믿고 저지르는 소행머리가 결코 아님을 감히 밝힌다”며, “80평생을 겪어온 손때 묻은 연륜과 저 세상 가기 위해 버리고 비우는 연습을 조금씩 배워나가는 기특하고 가상함이 스며든 것들 몇 편을 꾸려 조제해 보았다”고 밝혔다.
  전주 출생으로 문예가족을 비롯해 전주풍물시인동인, 전주문인협회 3~4대 회장을 역임했다. 목정문화상, 후광문학상, 전북예술상, 시인정신상, 표현문학상, 전북문학상 등도 수상했다.
  시집으로는 ‘저 꽃잎에 흐르는 바람아’, ‘바람 가슴에 핀 노래’, ‘산에서는 산이 자라나고’, ‘가을 중모리’, ‘새야 새야 개땅새야’, ‘노을꽃보다 더 고운 당신’, ‘별 하나 떨어져 새가 되고’, ‘하현달 지듯 살며시 간 사람’, ‘묵화 치는 새’, ‘겨울 수심가’, ‘백제의 미소’, ‘건지산네 유월’, ‘사람을 만나서 사랑을 꿈꾸었네’, ‘아리운 이야기’, ‘신화’, ‘헛소리’, ‘그 긴 여름의 이명과 귀머거리’, ‘전주성’, ‘민들레 가시내야’, ‘이별백신’ 등이 있다.
/이병재기자·kanadasa@
 


이병재 기자  kanadasa@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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