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반의 위선과 허위의식을 통렬히 고발하는 판소리 배비장타령(裵裨將打令)이 창극으로 만들어 졌다.
  배비장타령은 여색에 빠지지 않겠다고 호언장담하고 제주도로 떠난 배비장이 기생의 유혹에 빠져 망신을 당한다는 줄거리로 뮤지컬, 연극 등으로 변용되면서 많은 사랑을 받아왔던 작품.
  전라북도립국악원 창극단이 제51회 정기·순회공연작으로 마련한 창극 ‘배비장전’은 조통달 창극단장이 작창을 맡아 70년 소리 인생의 정수를 쏟아 부은 작품이다. 특히 20여년전 국립창극단이 무대에 올린 배비장전에서 배비장 역을 맡았던 조 단장은 “당시 관객을 사로잡았다”며 “이번 공연도 소리를 중심에 둔 작품인 만큼 뛰어난 역량을 지닌 창극단원의 공연을 통해 당시와 같은 호응을 얻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배비장전의 음악은 판소리에 모태를 두고 계면조, 평조, 우조의 조화를 이루어 상황과 이면에 맞게 적절히 곡을 만들었다. 주요배역진의 노래는 전통 판소리에 기반을 두고 작창을 하였으며 서곡. 합창곡. 수행기생 곡. 피날레 곡은 작곡의 화려한 화성학을 빌려 아름답게 수놓았다. 도사공과 선원들 뱃노래 곡은 잔잔한 바다에 파도가 휘몰아치는 장면을 세세히 묘사하였고, 이어도 사나, 둥그래 당실 등 민요곡을 삽입하여 제주도의 멋을 한껏 살렸다.
  작곡은 제주도에 전해오는 토속민요와 통속민요의 선율을 차용하여 번안한 곡과 판소리의 우조와 계면조 선법적 음계를 바탕으로 한 전통음악어법으로 작곡했다. 작창 곡은 판소리의 느낌이 물씬 풍길 수 있도록 채보하였으며, 27인조 국악관현악단의 연주와 수성가락으로 소리의 맛을 살렸다. 또한 제주해녀가 된 무용수들, 유채꽃과 돌하루방 무대배경, 재주민요 등으로 제주도의 현장 분위기를 살려 이 작품의 볼거리를 더했다.
  배우들의 열연도 주목할 만하다. 극을 이끌어가는 배비장 역에는 김도현이 맡는다. 애랑 역에는 최현주와 한단영, 김경 목사 역에는 이충헌, 차돌 역에는 박현영, 배비장 어머니역에는 이연정과 김세미, 배비장 처역에는 문영주와 최삼순, 정비장 역에는 유재준과 박건, 월선 역에는 최경희와 고승조가 출연한다.
  선배 최현주와 애랑 역으로 더블 캐스팅된 한단영은 “소리와 춤 등 뛰어난 재능을 가진 애랑이 기생이라는 신분을 뛰어넘는 지조있는 모습을 보여준다”며 “선배들과 같은 무대에 서는 만큼 많은 배움을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이번 공연에서 기존 배비장전과 달리 많은 역할을 부여받은 차돌역의 박현영은 “대본을 읽어보면서 ‘내가 하고 싶은, 내 역할이다’고 느꼈다”며 “역할이 더욱 중요해진 만큼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고 다짐했다.
  제작진들도 화려하다. 대본은 우리지역의 정선옥(극작가), 작·편곡은 이화동(전북대학교 교수), 연출은 오진욱(연출가), 안무에는 여미도(무용단장), 지휘에는 조용안(관현악단장)이 맡았으며, 무대디자인에는 최기봉(수원여대 연기영상과 교수), 조명디자인 김태경(조명감독), 의상디자인 차승환, 분장 강지영이 참여했다.
  공연 일정은 다음과 같다.
▲29일 오후 7시 30분, 30일 오후 3시 한국소리문화의전당 연지홀
▲7월 5일 오후 7시 30분 고창문화의전당
▲14일 오후 3시 군산예술의 전당 대공연장
/이병재기자·kanadas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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