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열성어필(인종글씨)

  전주 어진박물관은 21일부터 9월 9일까지 신소장품 특별전 ‘왕의 권위를 담다’를 개최한다.
  전시는 총 3부로 구성되어 있다. 1부는 조선 임금들의 어필과 어보, 2부는 조선왕실의 족보, 3부는 태조어진을 봉안한 경기전과 조선왕실의 시조사당 조경묘를 지키는 사람들이다. 전시된 유물은 30여점이다.
  왕의 글씨 어필은 왕의 존엄과 권위를 담은 것이다. 어필은 통치의 수단이기도 하였다. 어필은 특별히 관리되었으며 함부로 써주지 않았다. 임진왜란 때 명나라 장군 이여송이 선조에게 어필을 요청하였으나 끝내 써주지 않았다고 한다. 조선의 역대 임금들이 글씨를 잘 썼지만 특히 세조·문종·성종·선조·숙종·영조·정조 등이 명필로 이름이 높았다.
  어필은 임금의 성품을 보여준다. 세조는 계유정란의 주역이지만 그의 글씨는 정갈하고 빈틈이 없어 세심한 성격을 보여주며, 인종글씨는 강하면서 정갈하다고 한다. 이러한 어필을 담은 『열성어필』을 임금이 지은 『열성어제』, 어보병풍과 함께 1부에서 전시한다.
  조선왕실의 족보는 태종대에 처음 정비되어 그의 후손들이 왕위를 이어가는 기틀이 되었다. 조선후기 숙종대에 이르러서 왕실족보를 종합한 『선원계보기략』을 처음 편찬하였다. 『선원계보기략』은 조선왕실의 족보를 대표한다. 고종대에는 조선왕실의 후예들을 파별로 나누어 대동보형태의 『선원속보』를 편찬했다.
  왕실족보는 조선의 상징으로 조선후기 5대사고의 선원각에 봉안되었다. 선원각에는 실록각과는 별도의 참봉이 임용되어 관리를 책임졌다. 조선왕실의 족보는 조선말을 거쳐 일제강점기에도 지속적으로 간행되었다. 2부에서는 이와 같은 왕실족보, 선원각 참봉 임용첩, 선원록 단자 등을 살펴볼 수 있다.
  3부는 경기전과 조경묘 지킴이들에 관한 유물들로 1878년(고종 15) 경기전 수문장을 지냈던 이교의의 임용장, 무과홍패 등을 만나볼 수 있다. 그의 집안에서 나온 『해원(解寃)』 이라는 필사본 책에는 경기전 수문장청 ‘경덕헌기’와 함께 동학에 관한 기록이 수록되어 있어서 주목된다.
  조경묘에 걸려 있는 ‘어제칙유’ 현판도 전주이씨대동종약원(전북지원장 이준기)의 허락을 얻어 전시한다. 이 현판은 영조가 내린 것으로 경기전과 조경묘 제례와 관리에 관한 내용을 담고 있다. 이 현판은 낡아서 진본은 박물관에 보존하고 복제본을 제작해 조경묘에 걸어두는 방법이 검토되고 있다.
  이동희 관장은 “이번 전시는 그간 수집한 유물들을 모아서 ‘왕의 권위’를 주제로 꾸민 것이다. 조선왕실의 권위와 상징체제, 조선왕실의 본향으로서 전주의 위상을 생각해 보는 자리가 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병재기자·kanadas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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