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수근 '장사하는여인'

  ‘하느님, 저도 이다음에 커서 밀레와 같은 화가가 되게 해주시옵소서.’ 12세 소년 박수근의 기도가 대를 이어 열매를 맺은 ‘3대를 이은 예술혼, 그리움- 박수근, 박인숙, 천은규 초대전’이 21일부터 누벨백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다.
  이번 초대전에는 평생 서민들의 삶을 선한 시선으로 보듬으며 한 시대를 풍미했던 작가 박수근이 저잣거리와 빨래터 등에서 상인과 아낙네를 모티브하여 마티에르로 담아낸 ‘아기 업은 소녀’, ‘귀로’, ‘장사하는 여인’ 등 주옥같은 작품들이 선보인다.
  이번 전시작품들은 원작은 아니지만 원작의 느낌을 거의 완벽하게 재현한 옵셋판화 작품이다. 옵셋판화는 교과서에 실릴 정도로 친근한 작품을 대중적으로 보급하기 위해 작품당 500매를 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옵셋판화 작품은 지난 2014년 덕수궁미술관에서 열린 ‘한국근현대회화 100선’전에 선보여 인기를 끌었다. 뛰어난 재현성 때문에 가끔 이 작품의 진품여부를 묻는 애호가들이 있다는 것이 큰 딸 박인숙의 설명이다.
  “잘 알려진 대로 아버님의 작품에는 어려운 환경에서도 진실과 선함을 잃지 않았던 당신의 성정이 고스란히 묻어나 있다. 고향의 꽃 향기 같은 정겨움과 어머니의 품 같은 따뜻함이 그림을 감상하는 분들에게도 고스란히 전해지기를 기대한다.”(박인숙)
  가난한 화가의 딸로 태어나 새 옷 한 번 제대로 입지 못하고 친척과 이웃들에게서 물려받아야 했던 어린 시절의 소원을 풀기 위해 평창올림픽 명인한복쇼에 패션모델로 서기도 했던 장녀 박인숙 작가의 ‘엄마따라’, ‘고향길’, ‘그리움’에서는 아버지에게서 연유된 가족과 고향의 모습이 아련하게 오버랩 되어 되살아난다.
  박수근의 외손자인 천은규 화가는 외할아버지와 어머니의 작품세계 위에서, 끊임없이 변화하며 생명력을 이어가는 인간의 감정이 지니고 있는 각각의 에너지를 ‘갈망’과 같은 작품을 통해 변용을 시도하였다.
  최영희 누벨백 미술관 대표는 “대를 이은 예술혼으로 활짝 꽃핀 소중한 작품들을 우리 지역에 소개할 수 있어 보람과 기쁨을 느낀다.”면서 “서정성과 가족애가 깃들어있는 박수근 화백 3대의 작품을 감상하면서, 함께 교감하고 치유되는 좋은 기회가 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이번 작품전은 7월 7일까지 이어진다.
/이병재기자·kanadas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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