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렵게 진입한 비무장지대 안에서 나는 무엇을 보았나. DMZ와 바깥세상 사이에는 남방한계선의 3중 철책만이 서 있을 뿐 경계의 안과 밖은 그 모습에서 별반 다르지 않았다. 카메라를 들이댈 마땅한 대상 또한 없었다. 아름다운 자연풍경을 살벌하다고 느끼는 것은, 또 그 풍경에 서려 있는 긴장감을 떨쳐내지 못하는 것은, 다만 나의 선입견 때문이었다. 밤새 경계근무를 선 병사들은 모두 취침 중이었고 가끔 인기척에 놀라 뛰어오르는 고라니를 제외하면 움직이는 생명체도 거의 보이지 않았다.”<박종우 작가노트>
  지난 2009년, 한국전쟁 휴전 이후 최초의 민간인으로 비무장지대 내부에 들어가 그 모습을 기록으로 남김 박종우 작가 전시 ‘Guard Posts-비무장지대 경계초소’가 27일부터 7월 29일까지 서학동사진관(대표 김지연)에서 열린다. 작가와의 대화는 30일 오후 4시.
  전시는 2009년 이후 2년 동안 집중적으로, 그리고 다시 5년간 간헐적으로 이어진 DMZ 작업으로 사실과 풍경에 대한 사진 르포르타쥬다.
 

그는 당시 작업을 통해 남북 대치의 숨막히는 풍경에 내재되어 있는 가슴 아픈 현실을 주관적으로 재해석하거나 판단하지 않고 그저 눈에 띄는 대로 기록하는데 주안점을 뒀다. 비무장지대에 대한 사진작업이 과거에 전혀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그에 대한 즉물적인 기록이야말로 어설픈 작가적 해석보다 훨씬 가치를 지니게 될 것이라고 여겼기 때문이다.
  그가 본 남과 북의 경계는 매우 뚜렷했다. 숲이 우거진 남쪽과 헐벗은 북쪽의 산은 자연스레 서로의 경계를 드러냈고 그 사이에 세워진 철책선이 끊이지 않고 동서로 내달렸다. 지상에서의 철책은 무척 견고하고 통과불가능하게 보였으나 하늘에서 내려다본 철책은 그저 보잘 것 없는 장애물에 지나지 않았다. 아득한 계곡 밑으로 한없이 뻗어 내려간 계단을 오르내리는 병사들이 마치 개미처럼 보였다.
 

비무장지대를 말할 때 가장 흔히 쓰는 표현이 ‘자연생태계의 보고’라는 수식어다. 하지만 실제 DMZ는 동식물의 낙원, 자연생태계의 보고가 아니었다. 원시림이 가득 들어차 있을 것이라는 기대와는 달리 수시로 일어나는 산불로 인해 나무들은 제대로 자라지 못했다.
 

지금까지 남북 분단의 상징인 DNZ는 60년 동안 우리의 발목을 잡아왔다. 격변하는 정세 속에서 2018년 4월 27일 판문점에서 남북정상회담과 함께 종전의 기대가 현실로 다가오고 6.12 북미정상이 얼굴을 맞대고 악수를 하면서 한반도 평화가 본격적인 화합의 괘도에 오르게 되었다. 종신형의 족쇄와도 같던 DMZ, 그 중에서도 최전방 경계초소 GP(Guard Posts)는 일반인들에게는 잘 알려지지 않는비무장지대 내에서도 고립된 이념의 섬으로서 존재해왔다. 김지연 대표는 “박종우가 이 사진을 찍을 때에는 꿈도 못 꾸었던 남북평화의 희망을 눈앞에 바라보며 이 사진을 보게 된 것은 감격할 만한 일이다. 그러기에 박종우의 사진은 암흑의 분단 현실을 뼈아픈 기억으로 삼는 선지자의 지도 같은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종우는 저널리스트에서 다큐멘터리스트로 전환한 후 세계 각지의 오지 탐사를 통해 사라져가는 소수민족 문화와 그들의 생활을 기록하는데 많은 관심을 기울여왔다.
  한편 서학동사진관은 지난 5월 DMZ 근처에서 진행된 사진 아카이브 작업 ‘유예된 시간을 기념하며’(이주용 작가)와 6월 7일부터 24일까지 강원도 7번 국도와 맞닿은 해안의 경계선 주변에 놓인 군사지대와 일상을 보여준 ‘보이지 않는 풍경 Invisible Scenery’을 통해 분단의 아픔을 담아내는 전시를 잇달아 기획했다.
/이병재기자·kanadas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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