겉은 평온했지만 광풍과도 같았던 6?13 지방선거가 시행된 지 2주 정도 흘렀다. 말 그대로 지방선거이기 때문에 이 선거가 갖는 의미는 제한적이지만 예년의 그것과는 다른 큰 울림으로 다가오고 있다는 점에 많은 독자들도 동의하리라고 생각한다. 지난 해 5월 한국현대사에 큰 획을 그은 촛불혁명에 의해 대통령선거가 있었고 우리는 ‘시민의 눈높이에서 생각하고 말하는 대통령’을 얻게 되었다. 서걱거리던 ‘삶과 정치’가 이제야 그동안 쌓여왔던 이질감을 털어내고 서로에게 안도와 신뢰의 눈길을 줄 수 있게 된 것이다. 지난 6?13 지방선거는 바로 이러한 분위기와 과정 속에서 치러진 것이다. 그만큼 문대통령으로 대표되는 여당의 중앙정치가 지방선거에 압도적인 영향력을 발휘하게 되었던 것이다.
  현재 우리 사회에서 진행되고 있는 분위기가 위와 같았기 때문에 선거결과에 대해서는 누구나 쉽게 예측할 수 있었고 그 예상은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여당은 대구와 경북을 제외한 거의 모든 선거구에서 압승을 거뒀고 정의당을 제외한 야당들은 당의 존립조차 위협을 받을 정도의 초라한 성적표를 받아들게 되었다. 지금 선장도 없이 방향을 잃은 채 우왕좌왕 하는 제1야당의 모습은 지금까지 묵혀 두었던 숙제를 한꺼번에 해야만 하는 극도의 중압감에서 비롯된 것이다. 그들은 현재 묵혀둔 숙제가 얼마나 되는지 나아가 그 숙제의 내용이 무엇인지 조차 아직 파악하고 있지 못하고 있다. 미뤄 두었던 숙제가 있다는 것을 그들이 어렴풋하게 인식하기 시작한 것을 그나마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
  이처럼 지난 6?13 지방선거 결과는 촛불혁명이 이끌고 있는 여정을 가감 없이 보여주고 있다. 지난 선거로 국정차원에서 진행되어 온 열린 변화가 지역으로 자연스럽게 흘러가게 될 것이다. 아직도 불투명한 요소가 곳곳에 산재해 있지만 촛불혁명이 상징하는 개방성은 앞으로 우리 사회에 착실히 뿌리를 내려가리라 필자는 확신한다.
  그러나 빛이 강하면 거기에 따라 그림자도 짙게 드리우는 것이 사물의 이치이다. 아무리 결과가 좋다 하더라도 그 일이 가지고 있는 본질을 놓쳐서는 안 된다. 지방선거는 나 자신의 주변의 삶을 꼼꼼하게 챙기는 일꾼을 뽑는 일이다. 그렇기 때문에 각 정당은 지역살림을 제대로 할 수 있는 후보를 합리적인 방식과 투명한 절차에 의해서 선택해야 하고 각 후보는 거창한 구호나 실현 불가능한 공약이 아니라 진지한 고민이 담긴 정책과 공약을 제시하여야 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북지역의 경우 이러한 우리의 바람은 이번에도 이뤄지지 못했다. 특히 여당의 경우 몇 몇 지역에서 공천을 둘러싼 잡음이 있었던 것은 물론 유권자의 고개를 갸우뚱 하게 하는 후보자가 공천되는 사례도 적지 않았다. 후보자 자신들의 문제는 더욱더 심각하였다. 아무리 실용성이 크다고는 하지만 중앙의 인맥이 후보가 갖춰야 할 요건의 전부인양 태연히 발언하는 후보, 필요한 예산이 얼마이고 또 그 재원을 어떻게 조달할 것인가에 대한 아무런 대책 없이 공약을 남발하는 후보, 논리성이 결여된 자신의 정책과 공약은 뒤로 한 채 유력후보의 흠집 내기에 몰두하는 후보의 모습은 이번에도 어김없이 다시 등장하였다.
  축제 뒤에 흐르는 적막함은 치열한 내일을 위한 여운의 시간이다. 선거라는 축제의 모든 것, 어떻게 보면 유권자인 나로부터 비롯된 것은 아닐까? 앞으로도 선거는 반복될 것이고 그 선택은 오롯이 유권자의 몫이라는 점을 다시 확인하고 싶다.

                                    유 진 식(전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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