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도립국악원의 색깔은 어디에?
  도립국악원 창극단 제51회 정기·순회공연작 창극 ‘배비장전’에 대한 한 줄 평가다.
  판소리 배비장타령은 ‘여색에 빠지지 않겠다고 호언장담하고 제주도로 떠난 배비장이 기생의 유혹에 빠져 망신을 당한다’는 내용으로 양반의 허위의식을 풍자한 작품으로 유명하다.
  특히 ‘배비장전’은 조통달 도립국악원 창극단장이 20여년전 국립창극단에서 배비장 역할을 맡아 많은 인기를 누렸던 작품. 때문에 시대는 많이 흘렀지만 배비장전의 새로운 해석과 연출을 통해 도립국악원의 정체성이 담긴 작품이 만들어질 것이라고 전망하는 관계자들도 많았다.
  하지만 지난 30일 첫 무대를 연 배비장전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상당수 국악인들은 가장 아쉬운 점으로 국립창극단의 작품과 큰 차별성이 없다는 점을 들었다. 새로운 작곡 몇 편과 오케스트라 연주로 편곡한 소리 등 국립창극단 작품과 비교해서 달라진 내용도 있지만 대사, 노랫말, 소리 등 많은 부분이 크게 다르지 않았다고 평했다. 공연 수준을 떠나 독창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은 깊이 새겨 들여야 할 부분으로 느껴진다.
  이와 함께 전북도립국악원 정기공연으로 남성 중심적인 사고에서 여성을 바라보는 ‘배비장전’이 적합하지 않다는 목소리도 많았다. 사회적으로 여성을 대상화하는 문제에 대해 ‘미투’ 등 많은 논란이 일고 있는데 이를 감수하고 배비장전을 꼭 올려야 했는냐는 문제제기다. 줄거리 면에서도 아쉬움은 남았다. 여색에 빠진 배비장이 아무런 불이익도 없이 현감으로 출세한다는 원작 줄거리를 무조건 따르기보다 시대적 상황을 반영해 좀 더 적극적으로 재해석 했어야 한다는 의견이다. 여기에 전반적으로 장면구성의 연결도 매끄럽지 못했다는 평가도 있었다.
  반면 긍정적인 면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새로운 얼굴 발굴이다. 배비장역의 김도현은 그동안 젊은 소리꾼으로 맡는 역할마다 좋은 평가를 받아 왔고 이번 공연에서도 예외는 아니었다. 소리와 연기에서 배비장 역을 잘 소화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배비장을 유혹하는 애랑 역의 최현주도 잘된 캐스팅으로 인정받았으며 전격적으로 발탁된 한단영도 기대만큼 실력을 보여줬다. 극 흐름에 절대적인 역할을 하는 차돌 역의 박현영도 ‘이성계’ 이후 발전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이병재기자·kanadas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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