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하루를 살다보면 문득 내가 내 삶의 주인이 아닌 그냥 이리저리 휩쓸려 노예처럼 살아가는 것이 아닌가 생각될 때가 있다.

많은 직장인들이 그저 일상처럼 일하고 퇴근 후 모임이다 뭐다 아무 생각없이 정해진 약속에 끌리듯 나가고, 자신이 하고 있는 일을 할 일이니 한다는 생각으로 문제의식 없이 지내며 의미 없는 하루를 보내기도 한다.

중국 선사어록인 임제록(臨濟錄)에 ‘수처작주 입처개진(隨處作主 立處皆眞)’이라는 말이 나오는데 수처(隨處)란 조건과 상황에 따라 달라지는 환경과 삶터이며, 작주(作主)는 그곳에서 주인공이 되어 주체적으로 살라는 뜻이다.

즉 “머무르는 곳마다 주인이 되라. 지금 있는 그곳이 모두 진리의 자리다.”라는 의미로 언제 어디서 어떤 상황에 놓여도 진실하고 주체적이며 창의적인 주인공으로 살아가면 그 자리가 바로 행복의 자리, 진리의 자리라는 가르침이다.

1980년대 초반 공직생활의 일상을 회상하면 그 당시엔 출근 후 마을출장을 나가 정부에서 내려준 목표대로 통일벼 식재, 마을환경 가꾸기 등 하루일정을 마을주민과 함께하고 퇴근 시 전 직원 회의를 통하여 결과를 보고하는 등 지금 공직 패턴과는 다른 생활을 해왔다.

요즘 면사무소직원의 일상을 보면 행정의 최일선에서 면민과의 교감을 통해 농가소득 증대 및 기반시설을 확충하는 방안을 마련하고 사회적 약자의 가정을 방문하여 복지사각지대를 발굴하는 등 주민이 주인이 되는 행정을 위해 적극 노력하고 있다.

일선행정이 정부주도 사업에서 거버넌스의 공공서비스 방식으로 바뀌면서 공직생활의 모습도 변한 것이다.

바뀐 것은 행정뿐만이 아니다. 1960~70년대 경제성장을 목표로 하는 개발도상국을 거쳐 국민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3만달러가 넘는 선진국 대열로 진입하였으나, 사회갈등은 장기화되고 복잡해지고 있다.

층간소음으로 인한 살인, 아파트 단지 입주민 아이 보호를 위한 택배차량 진입금지 등 도시지역에서 주로 발생하는 갈등 뿐만 아니라 신재생 에너지 바람을 타고 무분별한 태양광 사업, 축사 신축에 따른 갈등, 귀농·귀촌인과 원주민 간의 불협화음 등 농촌지역에서도 사회갈등은 심각한 수준이다.

이러한 우리 사회에 팽배한 갈등과 대립, 집단이기주의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공동체의식을 바탕으로 서로 이해하고 대화하는 자세가 중요하다.

나보다는 우리를 최우선으로 여기고 마을 발전을 위한 사업에 두 손 걷어붙이고 협심 단결하던 때가 그리운 감정은 나만이 아닐 것이라 생각된다.

이렇듯 공무를 수행하는 방식이 변하거나 사회환경이 변해도 변하지 말아야 할 것이 있는데 일선행정에서 주민들을 대하는 공직자의 자세이다.

타인의 하는 일에 끌려가지 않고 현재 자신이 있는 곳, 자신이 처한 상황에서 자신이 주체자가 되어 진실하고 창의적으로 공직생활을 한다면 공익에 대한 책임완수는 물론 자신의 꿈을 이루게 될 것이다.

누구든 최상의 인생도, 행복도, 평화도 바로 지금 여기에 있다. ‘수치작주 입처개진’의 자세로 인생의 주인공으로 살아간다면 그 자리가 곧 최고의 행복한 자리가 될 것이다.
     - 이홍대 장수군 번암면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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