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원시 동충동의 한 주택에서 70대 아버지와 30대 아들이 숨진지 한달여만에 발견됐다.

부자가 남긴 봉투에는 현금 120만원과 함께 “주인 할머니 정말 죄송합니다”라는 글이 적혀 있었다.

경찰에 따르면 지난 3일 오후 1시 30분께 남원시 동충동의 한 주택에서 아버지 A(71)씨와 아들 B(37)씨가 숨진채 발견됐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연락이 되지 않는다. 사고를 당한 것 같다”는 주민의 신고를 받고 출동해, 강제로 문을 열고 들어가 이들의 시신을 발견했다.

부자가 살던 월세방 창문과 출입문은 실리콘과 테이프로 밀봉된 상태였고, 타다 남은 번개탄이 발견됐다.

이들 부자는 봉투에 현금 120만원을 넣고 겉면에 “주인 할머니 정말 죄송합니다”라는 유언을 남겼다.

A씨는 대장암, 아들 B씨는 결핵과 우울증을 앓고 있었지만 극심한 생활고를 겪을 정도로 큰 금전적 고통은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남원시에서 ‘주거급여’로 월세와 공과금 등을 지원해줬으며, 노인연금과 2명분의 기초생활수급자 급여도 지원해줬다.

월세나 공과금, 건강보험료 연체는 없었으며, 의료비용도 지원을 받아 큰 부담이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15년 전 두 아들과 함께 월세 10만원을 내는 조건으로 이 집에 세들어 살았다. 그러다 A씨가 2015년 대장암 판정을 받고 투병생활을 하기 시작하면서 가계가 급격히 기울어졌다. 부인은 이미 30년전 세상을 떠난 상태였으며, 작은아들 B씨는 평소 외출하는 것을 기피했다. 비교적 건강한 큰 아들 C씨는 광주에서 일용직근로를 하며 이들을 지원해왔다. 평소 B씨는 형인 C씨에게 ‘죽고 싶다’는 메시지를 자주 보냈던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B씨가 신병을 비관해 아버지와 함께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보고 정확한 사망 경위를 조사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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