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무 시간 단축을 골자로 한 근로기준법이 본격 시행된 가운데 일과 생활의 균형이라는 긍정적인 평가와 함께, 혼란과 해석상 논란이 우려되고 있다.

다양한 근로 환경을 놓고 주 52시간 근무제가 어디까지 적용될지 또 개별 사업장과 노동자의 사례가 다양하기 때문이다.

“업무 강도만 높아졌네요” 도내 한 제조업체 생산직 직원으로 근무하는 A씨(42)는 주 52시간 근무제 시행 1주일이 지난 9일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부정적으로 평가했다.

A씨의 근무 시간은 법 개정에 따라 이달 1일부터 이전 주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단축됐다.

근무 시간이 줄었지만 업체에선 인력 확충 등 별도의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법 위반을 피하기 위해 탄력근로제, 유연근로제 등 근무 시간을 탄력적으로 운용하는 방안을 택했다.

사무직 직원 B씨(33)는 근무 시간이 단축되면서 담배를 피우거나 커피를 마시는 횟수가 이전보다 줄었다.

고용노동부가 안내하는 개정된 근로기준법은 휴게시간 흡연 등의 행위를 사용자의 지휘·감독 여부에 따라 근로 시간으로 인정하고 있다.

하지만 단축된 근무 시간에 업무를 마쳐야 하는 탓에 요원한 일이 됐다. 결국 정해진 업무를 감당하기 위해 쉼 없는 근무는 물론, 초과근무를 신청하지 않은 야간근무를 자청하는 실정이다.

B씨는 “일하는 시간이 줄었는데 근무하는 사람은 그대로여서 업무 강도만 높아졌다. 장시간 노동에 따른 폐단을 줄이기 위한 법 개정 취지에 맞춰 인력 확충이 절실하다”고 하소연했다.

반면 회식 횟수가 줄거나 음주보다 식사 중심으로 끝내는 등 일과 생활의 균형을 뜻하는 ‘워라밸’ 중요성이 부각됐다는 긍정적 평도 나왔다.

구인구직 매칭 플랫폼인 사람인이 직장인 695명을 대상으로 설문을 실시한 결과, 응답자의 54.4%는 ‘직장 내 회식 문화가 달라졌다’고 답했다.

‘회식 횟수 자체가 줄었다’(55.9%) ‘음주 보다는 식사 중심으로 끝낸다’(38.3%), ‘회식문화 개선 노력’(17.8%) 등이다.

개정된 근로기준법은 회식은 업무 목적이 아닌 것으로 판단, 참석을 강제했더라도 근로시간으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주 52시간 근무제 시행과 관련해 문의하는 사업주나 직장인들이 많다. 일과 생활의 균형이라는 개정 취지가 산업 전반에 정착하기에는 시간이 필요한 듯하다”고 말했다./권순재기자·aonglh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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