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시 교동 한옥마을 주민인 A씨(52)는 생활공간에 몰려드는 관광객 탓에 사생활침해 등 불편을 겪고 있다.

A씨가 거주하는 한옥은 낮은 담벼락과 마당이 있는 건물로, 인근 고층에 자리 잡은 커피숍에서 집안 곳곳이 훤히 들여 보인다. 대문 틈이나 낮은 담벼락 넘어 기웃이는 관광객을 마주하는 경우도 부지기수다.

A씨는 생활공간이던 한옥마을이 관광 명소로 부상하면서 대문과 창문을 열어놓는 등 일상적인 부분조차 어렵게 됐다.

전주 한옥마을 일대에서 20여년을 생활한 B씨(47)는 요일과 시간 구분 없이 몰려드는 관광객 탓에 소음과 악취, 위생 문제를 호소했다.

새벽부터 늦은 밤까지 관광객들이 웃고 떠드는 탓에 좀처럼 숙면을 취하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B씨는 “외부에서 유입된 장사하는 사람들만 좋지 이전부터 살던 주민들은 관광객이 마냥 반갑지 않다. 과거에는 집값이 인상하면서 주민들이 많이 떠났다면 최근에는 관광객들로부터 벗어나고자 마을을 떠나곤 한다”고 하소연했다.

‘오버투어리즘’(Over+Tourism·과잉관광), ‘투어리스피케이션’(Touristify+Gentrification) 등 관광지에 거주하는 주민과 관광객 사이에서 발생하는 갈등이 전북 지역에서도 관측되고 있다.

두 사회 용어는 각각 수용할 수 있는 범위 이상 관광객이 몰려 도시를 점령하고 주민 삶을 침범하는 현상, 관광객 유입으로 주거지가 관광화 되어 거주민이 떠나는 현상을 칭한다.

전주 한옥마을도 서울 북촌마을, 부산 감천마을, 제주 등과 상황이 크게 다르지 않다. 10일 전주시에 따르면 한옥마을 인구는 해마다 감소세를 보이는 가운데 10년 새 절반가량으로 줄었다.

2008년 1060세대 2339명에서 2010년 952세대 2083명, 2012년 808세대 1711명, 2014년 653세대 1322명, 2016년 644세대 1285명, 2018년(7월 기준) 619세대 1164명으로 감소했다.

줄어든 한옥마을 인구와 달리 관광객은 2016년 1000만명을 넘어선 이후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2015년 10월부터 이듬해 9월까지 1년간 한옥마을에서 사용된 이동통신 기록과 SNS 등 빅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1066만9427명이 다녀갔다. 이는 전주시가 공식 집계를 시작한 2013년 방문객 508만명의 2배 규모다.

이와 관련해 전주시는 지속가능한 상호 공존을 위한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오는 12일 행정안전부 주관 열린소통포럼에 참석한다는 방침이다.

이날 포럼 주제는 ‘관광지가 되어버린 삶의 공간, 상생의 길을 찾자’다.

전주시 관계자는 “생활공간에 관광객들이 몰리면서 소음 등 민원이 제기되곤 한다. 지역주민과 관광객 사이에서 발생할 수 있는 갈등과 관련해 논의하는 자리가 있어 참석하게 됐다. 아직까진 마땅한 해결 방안이 없어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권순재기자·aonglh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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