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화 전북대학교 명예교수

지금부터 37억 년 전 우주 한 구석에 지구가 탄생하였고 겨우 250만 년 전 지구상에 인간이 나타난 이래 이 행성의 주인이 된 과정을 찬찬히 되짚어 볼 필요가 있다. 오랜 역사에서 여러 동물들이 얼마동안 주인 행세를 했지만 공룡과 같이 지구에 닥친 재앙과 환경변화에 적응하지 못하고 멸종한 경우를 제외한다하더라도 정상적인 환경에서 육체적으로 나약한 인간이 어떻게 계속 생존하고 또 번창할 수 있었는가는 불가가의 한 일이다. 다른 동물에 비하여 힘과 육체적 기능면에서만 보면 결코 앞설 수 있는 조건을 갖추지 못하였다. 호랑이나 사자처럼 강하거나 힘이 센 것도 아니고 여우나 늑대처럼 빠르지도 못하는 등 신체적인 면에서는 어느 것 하나 우세한 요건을 갖추지 못하였다. 이 모든 열악한 조건을 극복하고 이 지구의 주인으로서 행세하고 있는 것은 언어와 문자라는 협동과 협력의 수단을 갖고 어느 동물보다도 큰 뇌에서 나오는 지식과 경험, 이 지식들이 쌓여 축적된 지혜의 덕이고 다시 지혜와 지식을 후손에게 전수 할 수 있는 수단을 갖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혼자만 갖고 있는 지식과 지혜는 여러 동물에서 보듯 별로 힘을 발휘하지 못한다. 한사람과 한사람, 그리고 여럿이 모여 집단화 하였을 때 놀랄만한 힘을 발휘하게 된다. 원숭이나 고릴라 등 동물에게도 협동하는 예를 보이기는 하나 동물적 본능에 의한 집단이고 힘과 지능을 합치는 진정한 협동에는 미치지 못한다. 인간만이 자기가 아닌 다른 상대와 힘과 지식을 함께하여 또 다른 일을 해낼 수 있다.
 수천 년 전에 거대한 피라미드를 만들었고 동남아 등 세계 곳곳에 장대한 인공 건축물을 건설하였으며 지금도 불가사의로 알려진 남미의 잉카 건축물은 모두가 힘을 합친 결과의 정수이다. 역사 이래 가장 발달한 현재, 모든 물질문명과 문화의 결과는 인간의 협동과 공동작업의 결과이다. 어느 것 하나 혼자의 힘으로 이루진 것은 없다. 과학자로서 가장 정상에 우뚝 선 아인슈타인도 내 업적은 거인의 어깨에 서서 조금 더 멀리 본 결과라고 하였다. 선조들이 이루어놓은 결과를 바탕으로 거기에 자기의 지식을 더해서 새로운 것으로 발전시키고 창조한 결과라는 얘기이다. 학문분야는 물론 모든 사회활동에서 협동과 협력은 가장 기본이면서 같은 노력으로 최대의 성과를 거둘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다. 수천 년 인간이 쌓아온 무언의 비법이며 인간만이 할 수 있는 최강의 수단이다.
 동물과 다르게 인간만이 갖고 있는 이들 별다른 특성들이 우리 사회에서 자꾸 약화되고 있다. 협동과 협력은 우리가 같이, 그리고 함께 가야 한다는 생각이 바탕에 깔려야한다. 내가 부족한 것을 상대가 채워주고 지치고 힘들 때 손잡고 같이 가주는 격려가, 다시 일어설 수 있는 큰 힘이 된다. 지금 우리사회는 개인주의의 극치로 치닫고 있으며 이 개인주의가 더 나쁘게 발전하여 이기주의, 즉 나만의 이익이 최선이라는 최악의 사회 풍토가 조장되고 있다. 더욱이 걱정되는 것은 정신적인 만족 보다는 모든 것을 물질 만능으로 보는 시각이 팽배해 있다는 것이다. 어찌하여 더불어 같이 가야 목적지에 이를 수 있다는 인간의 기본 정신에서 이렇게 멀어졌는가. 우리 모두가 인간이 발전해온 과정을 다시 한 번 깊이 생각해볼 때이다. 혼자, 개인이 할 수 있는 일은 많지 않다. 인간 사회의 합심과 협력은 1+1=2 라는 수학결과와는 크게 다르다. 1+1=∞(무한대)의 공식이 통한다. 어느 누구도 과연 혼자 모든 것을 할 수 있는가? 혼자 고립되었던 로빈숀크루소도 다른 사람과 같이 살기 위하여 그 오랫동안 피나는 노력하지 않았는가?
 지금 우리사회에 큰 갈등으로 표출되고 있는 노사문제, 계속되고 있는 정치집단의 추한 막장드라마, 인간이기를 포기한 각종 범죄 등은 배려와 같이, 함께 라는 정신이 완전히 실종되었다는 증거이다. 이런 사회의 피해자는 누구인가? 한순간 자기의 이익을 챙길는지는 모르지만 결국 재앙이 나에게도 돌아오는 악순환의 고리에 나도 묶이게 된다. 이제 이 어려운 사회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서로 상대를 생각하고 배려하면서 같이 가야 한다는 정신개조 운동이 필요한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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