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자 소명만으로 집행력을 얻게 되는 간이소송절차인 '지급명령'이 최근 5년간(2013~2017년) 590만건 이상 이뤄졌고, 그 중 10%를 넘는 63만건이 공시송달된 것으로 드러났다.
하지만 공시송달에 대한 이의신청은 379건으로 0.1% 미만 수준이었다. 이는 일반송달로 이뤄진 지급명령에 대한 이의신청률 11.9%에 크게 못미치는 비율이다.
국회 제윤경 의원(더불어민주당)이 대법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급명령과 관련한 공시송달이 2013년 약 4,000건에서 2017년 32만3,000건으로 4년만에 무려 78배 증가했다.
이는 '소송촉진특례법' 개정으로 2015년부터 금융사는 예외적으로 공시송달에 의한 지급명령이 가능해졌기 때문에 나온 결과이다. 개정법이 적용된 2015년 기준으로만 8만5,000건으로, 직전연도에 비해 18배 급증한 것이다.
'지급명령'이란 채권자의 간단한 신청에 따라 채무자 변론 및 증거조사 없이 금전 등의 지급을 명하는 간이재판이다. 채무자는 지급명령을 송달받은 날로부터 2주 이내에 이의신청할 수 있다. 그런데 이 지급명령을 법원홈페이지에 게시하는 공시송달로 대체해도 채무자에게는 사실이 전달됐다고 간주하는 것 때문에 금융사가 공시송달을 남발했고 채무자만 피해를 입고 있다는 것. 해당 공시송달제도는 오직 채권자 편의주의에서 비롯된 제도라는 지적이다.
실제 최근 5년간(2013~2017년) 일반송달(집배원이나 집행관을 통해 채무자에게 송달)된 지급명령은 495만건이고, 이에 대한 이의신청은 57만건으로 10%를 웃도는 이의신청률을 보였다.
반면, 공시송달된 지급명령은 63만건인데 이의신청은 379건으로 0.06%에 그쳤다. 이는 지급명령 공시송달 채무자의 99.94%가 이의제기 한번 해보지 못하고 채무상환의무가 확정됐음을 뜻한다.
제윤경 의원은 "금융사들은 채권의 유효성 검토 없이 무더기 지급명령을 통해 시효를 연장해놓고 보는 경향이 있다"며 "금융사의 회수편익만을 도모하는 현 제도의 적정성에 대해 재검토할 필요가 있으며, 법원 역시 채무자가 최소한의 권리를 보장받을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할 의무가 있다"고 강조했다./황성조기자

저작권자 © 전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