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희옥 전북문인협회장
종기(腫氣)는 포도상 구균이 피부에 감염되어 발진하는 모든 증상들을 일컫는다. 속눈썹 밑에 생긴 종기는 ‘맥립종(麥粒腫)’ 즉 ‘다래끼’라 하며, ‘종창(腫脹)’은 여러 인접 종기들이 뭉쳐 고름이 고인 것을 말한다. 병원균이 조직을 파괴하여 생긴 공간에 고름이 고인 것은 ‘농양(膿瘍)’이라고 한다.
지난날 위생상의 이유로 종기는 흔히 발병하였으며 심지어는 목숨까지 앗아갔기 때문에, 종기 치료법인 치종술(治腫術)로써 고약이 많이 팔렸다. 전주에서는, 70년대에, 전고 옆 구 진안사거리 쪽 길을 따라가면 좀 음침한 성황당고개가 나오는데 그 고개 너머 내리막자락에 ‘창원고약’이라는 꽤 유명한 고약제조업소가 성업을 이루기도 하였다.
종기의 ‘종’자는 그 훈이 ‘부스럼’이다. 그냥 내버려두면 괜찮을 상황을 ‘매급시’ 건드려 화를 자초함을 비유하여 ‘긁어 부스럼’이라고 하지 않던가.
작금의 우리나라 대소사를 보면 긁어 부스럼인 경우가 허다하다.
멀리 갈 것도 없다. 이전의 두 정권이 저질렀던 작태를 보면 그에 해당된다. 국토개발의 진정한 애국심보다는 대운하의 치적 과시라는 사욕에 혈안이 된 개발 탐욕이 대대적인 국민 저항에 부딪히자 꼼수를 부려 보로 축소하겠다고 발표해놓고는 수심 6미터의 토목공사로 실질적인 운하를 획책했었다. 이마저도 솔직하게 다루지 않고 어용학자와 부역자 정치인 및 공무원들까지 동원하여 어영부영 뭉개려다가 완전히 긁어 부스럼을 만들어버렸던 것이다.
그 다음 정권도 정책 수준이 아마추어를 벗어나지 못하였고, 여러 사전 징후들이 지적되었음에도 쓸데없는 짓들을 벌려놓는 바람에 사태가 탄핵지경에까지 이르고 말았다. 호미로 막을 수 있었던 것을 가래로도 막지 못한 상황은 위정자가 스스로 긁어 부스럼을 만들어 자초한 꼴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우리는 이러한 최근사에서 크게 교훈을 받아 그 꼴을 답습하지 않도록 정신을 차릴 필요가 있다. 모두가 남 일의 문제점들은 잘도 지적하고 비판하면서 정작 제 문제는 제대로 직시하지 못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사회의 지도자연하면서 지위에 걸맞지 않는 처신으로 판단력이 흐려지고 만다.
또 어떤 이는 자기가 하는 짓이 어줍잖은 행동인 줄도 모르고 허세 부리는 경우가 허다하다. 주변인들은 다 사태의 결말을 내다보고 있는데 정작 본인만 모르고 그 악화 과정의 한복판에 휘말려 분별력을 상실한 채 자아중독 병증에 걸려 있다.
우리는 항상 남의 탓만 하지 말고 제 탓으로 돌리며 상황을 악화시키고 있지는 않는가 스스로 돌이켜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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