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내 대다수 시·군들이 법률까지 무시한 채 시민들에게 손해배상 책임을 떠넘기는 자치법규를 제정·운영 중에 있어 관련법 개정이 시급하다.

시·군에서 관리 중인 공공시설물의 하자 여부와 관계없이 ‘지자체 면책규정’이나 ‘주민에게 모든 책임 부여’ 등의 자의적인 규정을 정해놓고 책임을 회피하며 시민들에게 모든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

23일 전북도 및 행정안전부 등에 따르면 도내 14개 시·군 중 진안군을 제외한 나머지 시·군에서는 손해배상 책임과 관련, 주민에게 모든 책임을 떠넘기거나 시·군에 면책규정을 둔 조례·규칙을 제정한 것으로 나타났다.

시·군별로는 전주시와 남원시가 각각 5건, 무주군 4건, 고창·부안군 2건, 그 외 시·군은 진안군을 제외하고 각각 1건 등 총 26건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시·군에서는 소속 공무원이나 공무수탁사인 등이 직무를 집행하면서 위법하게 주민에게 손해를 끼치거나 공공시설물(영조물)의 설치·관리에 하자가 있어 주민이 손해를 입은 경우에는 국가배상법 또는 민법에 따라 합당한 금액을 배상해야 한다.

하지만 일부 자치법규에서 영조물의 하자 여부와는 관계없이 시·군에서 책임을 지지 않는다고 규정하는 등 자의적으로 손해에 대한 책임을 규정하는 경우가 있어 국가배상법이나 민법과 상충되는 문제가 발생해 왔다.

실제 김제시의 ‘농업기계 임대사업 운영 조례(15조4항)’에서는 ‘농기계 출고 후에 사용자의 과실로 발생하는 인적·물적 피해 및 사고 등에 대해서는 사용자가 모든 책임을 진다’고 명시돼 있다. 상위법인 관련 법률을 무시하고 주민에게 모든 책임을 부여한 조례를 제정한 것이다.

또 ▲군산시 ‘공동주택 부설주차장 개방에 따른 지원조례(13조2항)’ ▲전주시 ‘공공주택 부설주차장 개방에 따른 지원 조례(14조2항)’ ▲정읍시 ‘화물자동차 공영차고지 관리 운영 관리 조례(10조4항)’ ▲남원시 ‘공공체육시설 관리 및 운영 조례(15조2항)’ 등 26건의 조례·규칙에 이 같은 문구가 포함됐다.

시·군이 제정한 손해배상과 관련한 자치법규 조문은 ‘국가배상법’과 ‘민법’ 등 상위법령에 반하지 않아야 하지만 이 조례·규칙들은 상위법령을 무시한 채 시민들에게 모든 책임을 떠넘기고 있는 것이다.

도 관계자는 “현재 행안부에서 잘못 규정된 자치법규를 정비해 주민의 권리가 쉽게 침해될 수 없도록 시·군이 제정한 조례·규칙을 삭제 또는 폐지하거나 상위법령에 반하지 않도록 개정하라는 개선 공문이 왔다”며 “향후 상위법령 개정으로 인해 위법하게 될 가능성이 있는 자치법규에 대해서는 각 시·군에서 자율적으로 정비할 계획이다”고 말했다./김대연기자·r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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