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에게 책임을 떠넘기는 자치법규가 상당수 존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북지역도 예외가 아니다. 도내 일부 시·군들이 상위 법률을 무시한 채 주민들에게 손해배상 책임을 떠넘기는 자치법규를 제정·운영 중이다. 주민 권리가 너무 쉽게 지자체에 의해서 침해 당할 수 있다는 것이다. 주민을 보호해야 하는 지자체가 오히려 주민을 우습게 본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도 있다. 관련 자치법규 개정 목소리가 봇물터지고 있는 이유다. 지자체는 공무원이나 공무수탁사인 등이 직무 집행 시 위법하게 주민에게 손해를 끼치거나 영조물의 설치·관리에 하자가 있어 주민이 손해를 입은 경우, 국가배상법에 따라 민사상 계약관계에 있는 주민에게 손해를 끼친 경우에는 민법에 따라 고의와 과실 여부 등을 고려해 손해를 사정하고 이에 합당한 금액을 배상해야 한다. 당연한 이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부 지자체가 운영중인 자치법규에 영조물의 하자 여부와 관계없이 지자체가 책임을 지지 않는다고 규정하는 등 자의적으로 손해에 대한 책임을 규정하고 있다. 지자체가 관리 중인 공공시설물의 하자 여부와 관계없이 ‘지자체 면책규정’이나 ‘주민에게 모든 책임 부여’ 등의 자의적인 규정을 정해놓고 책임을 회피한 채 주민들에게 모든 책임을 떠넘기겠다는 황당한 행정을 하고 있다. 최근 본보에 따르면 김제시 ‘농업기계 임대사업 운영 조례’는 ‘농기계 출고 후 사용자의 과실로 발생하는 인·물적 피해 및 사고 등에 대해 사용자가 모든 책임을 진다’고 명시돼 있다. 이처럼 조례 등에 문제가 있는 사례가 도내에서만 26건으로 파악됐다. 다행히 행정안전부가 상위법령에 반해 손해배상 책임을 규정한 관련 자치법규 268건을 정비할 예정이라고 밝혀 결과가 주목된다. 전북도 역시 행안부에서 잘못된 자치법규를 정비해 주민 권리가 쉽게 침해될 수 없도록 시·군이 제정한 조례·규칙을 삭제 또는 폐지하거나 상위법령에 반하지 않도록 개정하라는 공문에 따라 각 시·군과 함께 자율 정비할 계획이란다. 각 지자체들은 자체 제정한 손해배상 관련 자치법규가 ‘국가배상법’과 ‘민법’ 등 상위법령에 반하지 않도록, 특히 주민에게 피해가 가지 않도록 시급하게 개정해야 한다.

저작권자 © 전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