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위? 그냥 부채로 식히다 씻어야지 달리 방법이 있나.”

전주시 평화동에서 홀로 거주하는 김순자(85·가명) 할머니는 기록적인 더위에도 냉방기기를 모른 채 생활한다. 전기요금 걱정에 선풍기에는 먼지가 켜켜이 쌓여 있다. 선풍기도 취재진이 방문한다는 소식에 골방에 방치됐던 것을 급하게 꺼내 들었다. 에어컨은 김 할머니 집에서 찾을 수 없었다.

낮 한 때 36.9도에 이른 26일 오전 11시께 김순자 할머니는 집안 창문을 모두 열어놓은 채 부채로 더위를 달래고 있었다. 바람 한 점 들지 않고 힘없는 노파가 부치는 부채질은 이날 더위를 달래기에는 턱없이 부족해 보였다. 형광등 발열도 더위에 부담스러운 탓에 집안은 어두컴컴했다.

기초노령연금 20만원을 수급하고 있지만 병원비와 약값만으로도 턱없이 부족했다. 4년 전 협착증 수술을 받은 뒤부터 꾸준히 치료를 이어가고 있다. 생활비조차 부족한 탓에 선풍기는 김 할머니에게 사치로 여겨졌다.

지자체로부터의 지원도 고려해 봤지만 부양가족이 있어 그 문턱이 높았다. 김 할머니 자녀들은 모두 객지에 나가있어 가족들로부터의 돌봄을 마냥 기대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었다.

김 할머니는 자신은 움직일 수 있어 더위 쉼터를 이용하는 등 처지가 낫다고 설명했다. 거동조차 불편한 독거노인들은 기록적인 더위에 무방비 노출됐다고 했다.

이날 취재진과 함께 한 전주시 독거노인원스톱지원센터 남금란 생활관리사는 김 할머니 집에서 음식 장만과 집안 청소 등 가사를 살폈다. 김 할머니의 안부를 확인하는 일도 그의 몫이다.

남금란 생활관리사는 “이번 더위는 다른 때보다 빨리 시작해 어르신들의 걱정이 염려된다”면서 “날마다 어르신들을 방문하고 있지만 더위가 심한 요즘 같은 때에는 주변의 도움과 관심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올해 들어 전북 지역에선 지난 16일 남원 A씨(84), 23일 완주 B씨(78), 25일 C씨(86) 등이 모두 3명의 고령 인구가 온열질환으로 숨졌다.

전북도는 고령 인구에 대한 폭염 대책으로 △경로당 4200개소에 대한 무더위 쉼터 지정 △폭염대응 행동요령 등 당부 △무더위 쉼터 주·휴일 개방 등을 운영 중에 있다.

한편, 지난 4월 전주시가 실시한 독거노인 전수조사에서 전주에 거주하는 독거노인은 모두 1만162명으로 집계됐다./김용 수습기자·km49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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