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세기 말부터 10세기 전반까지 거의 50여 년 유지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소위 ‘나말여초’라는 애매모호한 시기로 지칭되어 왔던 후백제기 문화 양상을 밝히기 위해서는 본격적인 발굴과 비교 연구가 시급하다.”
  진정환 국립광주박물관 학예연구관은 27일 국립전주박물관 강당에서 열린 ‘고고학으로 후백제를 알리다’ 국제학술대회에서 주제발표 ‘후백제 불교미술의 특징과 예술성’을 통해 이같이 주장했다.
  진 연구관은 후백제 불교미술품을 금동불, 석불, 석탑, 석등, 승탑으로 나누고 발원 계층에 따라 각각 다른 특징을 보인다고 밝혔다. 왕실 발원 불교미술품으로 왕궁리 오층석탑과 금동불, 봉림사지 불교미술품, 나주 철천리 석불입상 등이 있고 호족이 발원한 미술품으로 남원 신계리 석불좌상, 보성 유신리 마애불좌상 등이 있으며 민간 주도 향도결사(불교 신앙 활동을 목적으로 조직된 신도들의 결사) 발원 미술품으로는 남원 호기리 마애불을 꼽았다.
  더불어 최근 새롭게 해석되고 발굴된 왕궁리 유적과 봉림사지의 고고자료는 미술사적 분석과 정황만으로 후백제 미술품으로 비정했던 왕궁리 오층석탑과 봉림사지 석조미술품들의 조성시기를 규명하는 단서를 제공하고 있음을 확인했고 후백제 유적 출토 명문와와 와당에도 불교미술품에 투영된 후백제의 조형의지가 반영됐다고 강조했다.
 

▲ '전주성'명 쌍봉황문 암막새

이어 ‘한정적인 고고자료’의 한계를 인정하면서 후백제 문화의 정체성을 확인하기 위한 두 가지 방안을 제시했다.
  먼저 후백제 문화의 정수를 담고 있는 ‘후백제 도성’에 대한 전면적인 발굴이다. 특히 관성에 의한 발굴과 해석이 아닌 치밀한 발굴과 세심한 분석을 통해 통일신라 및 고려와 다른 후백제 문화층을 확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후백제 발굴유적에서 확보된 표지적 유물과 기존에 발굴된 소위 나말여초 유적 풀토품과의 비교연구의 필요성. 이를 통해 기존에 나말여초로 비정해왔던 유적과 유물 가운데 후백제의 유적과 유물이 무엇인지를 알게 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관련 유물 대부분을 소장하고 있는 국립박물관을 중심으로 대학, 문화재 발굴 기관 등 관련 기관의 공동연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토론자로 나선 엄기표 단국대 교수는 “후백제가 조성한 것이라고 명확하게 제작국과 시기를 편년할 수 있는 불교미술품에 대한 연구는 신중을 기해야 한다”면서 “늦었지만 후백제와 관련된 유적지가 하나하나 발굴 조사되고 관련 연구 성과가 진행되는 것으로 보아 앞으로 상당히 기대된다”고 밝혔다.
  후백제의 정치, 경제, 문화, 예술 전반을 다룬 이번 학술대회에는 모두 6명의 중국과 국내 학자가 발표했다.
  중국 절강대 백승호 교수의 ‘후백제와 오월의 국제외교’를 시작으로 ‘진안 도통리 전축요와 월주요(이군, 중국 영파박물관)’, ‘후백제 왕궁과 도성체제 연구(곽장근, 군산대)’, ‘후백제 집수시설 출토유물 현황(조명일, 군산대 가야문화연구소)’, ‘전남지역 후백제 문화유산의 역사성(최인선, 순천대)’, 그리고 진정환 학예관 순으로 발표가 진행됐다.
  한편 이번 학술대회는 국립전주박물관(관장 천진기)과 호남고고학회(회장 곽장근)가 주관하고, 군산대학교 가야문화연구소와 전주문화유산연구원이 후원했다.
/이병재기자·kanadas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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