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취자로부터의 안전공백 실태를 알린 익산 응급실 폭행 사건이 있은 지 한 달이 채 지나지 않아 전주에서 응급실 내 폭행 사건이 또 다시 발생했다.

의료진을 대상으로 한 주취폭력 사건이 최근 전북 지역에서 잇따르면서 주취폭력 문제가 도를 넘어섰다는 표현이 전혀 무색하지 않은 상황이다.

전주완산경찰서는 지난달 31일 응급의료에관한법률위반 혐의로 A양(19)을 불구속 입건했다.

A양은 지난 29일 오전 4시 30분께 전주시 한 병원 응급실 화장실에서 B씨(29) 등 간호사 2명을 손과 발로 수차례 때린 혐의를 받고 있다.

A양은 이날 술에 취해 길가에 쓰러져 있다 행인 신고로 인근 지구대로 옮겨진 뒤 119 구급대원에 의해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다.

의료진은 A양에게 수액주사 등의 조치를 취했으나, A양은 스스로 수액을 제거하고 화장실로 향했다.

B씨 등 간호사 2명은 이 과정에서 A양 상태 확인을 위해 뒤따라 화장실로 갔고 A양으로부터 발길질과 머리채를 잡히는 등 폭행을 당했다.

이들 간호사는 타박상과 찰과상으로 치료를 마치고 업무에 복귀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병원 측은 “익산에 이어 전주까지 응급실 내 주취폭행 사건이 재차 발생해 유감스럽다. 피해 의료진은 업무에 복귀했지만 트라우마를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수사기관에 의뢰한 만큼 잘못을 따져 책임을 물을 방침이다”고 말했다.

대한의사협회, 대한간호협회, 대한응급구조사협회 역시 이날 공동 성명을 통해 강경 입장을 밝혔다.

이들은 “응급의료현장의 폭력행위는 의료종사자만을 향한 것이 아니라 응급처치를 받아야 할 다른 선량한 환자들에 대한 폭력이며 진료방해 행위”라며 “의료기관 폭력 근절을 위해 의료계가 전방위적으로 노력하고 있는 와중에도 달라지지 않고 있다. 보건의료인들이 아무리 외쳐도 여전히 폭력이 계속된다면 우리의 인내심에도 한계가 있다. 정부의 즉각적이고 실효성 있는 조치가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현행법은 응급실에서 의료인이나 응급의료종사자를 폭행하는 등 응급의료를 방해하거나 의료용 시설 등을 파괴 손상 또는 점거한 사람에게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 벌금을 부과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관련해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홍철호 의원은 보건복지부의 ‘응급의료 방해에 대한 신고·고소’(2016년 578건·2017년 898건·2018년1월~6월 582건)를 토대로,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김광수 의원은 경찰청의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 위반현황’(2013년 152명·2014년 250명·2015년 341명·2016년 427명·2017년 477명)을 근거로 실효성 있는 대책 마련을 요구했다.

한편, 응급실 내 주취폭력 사건은 올해 들어 지난달 1일 익산에 이어 6일 강원 강릉, 31일 경북 구미 등 모두 4건으로 집계됐다./권순재기자·aonglhus@

저작권자 © 전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