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미경 전북대병원 치과보존과 교수

 

오복 중의 하나로 '건강한 치아'가 꼽힐 만큼 건강한 치아는 우리 삶의 질을 높이는 중요한 요소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건강하고 튼튼한 자연치아를 오랫동안 보존하고 지낼 수 있다는 것이 인생에 있어 얼마나 큰 즐거움이 된다는 것은 예나 지금이나 변하지 않는 사실이다.

늘어나는 수명만큼 의술도 눈에 띄게 발전하여, 자연치아가 건강하지 못해도 임플란트 등의 보철 치료로 대체하는 것이 가능해졌다. 하지만 구강관리를 덕목으로 여기던 과거와는 달리 너무 손쉽게 발치를 하고 자연치아를 대체하는 것이 과연 최선의 선택인지 다시 한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치과 치료는 자연치아의 건강을 오래 유지하고, 그로 인해 음식을 씹는 저작기능, 발음의 기능 등을 좋게 하는 것이 목적이며 임플란트와 같은 보철치료는 자연치아를 대체하여 치아의 기능성과 심미성도 살릴 수 있는 치료 방법이지만 자연치아 만큼 저작기능이 좋고 외부 충격을 흡수할 수 있는 튼튼한 치아는 없기 때문에 가능하다면 자연치아를 살려 주는 것으로 치료의 방향을 설정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한다.

자연치아를 살리는 방법은 치아의 상태에 따라 크게 3단계로 볼 수 있다. 첫 번째는 신경치료이다. 신경치료는 치아의 뿌리 끝에 병든 혈관과 신경 등을 제거하여 치아를 보존시키게 된다. 신경치료 후에도 염증이 발생하여 통증을 느낀다면 보통 발치로 이어지게 되지만, 발치 전에 할 수 있는 치료 중 치근단 절제술이 있다. 치근단 절제술은 병든 치아의 뿌리를 일부 잘라내는 것이다. 이 치료는 육안으로 확인하기 어려운 염증이 발생한 치아 뿌리를 섬세하게 절단해야 하기 때문에 현미경을 이용해 시행하게 된다. 현미경을 이용하기 때문에 정확하게 염증부위를 치료할 수 있어 성공률은 높지만, 치료 시간이 오래 걸리고 기구 도달이 되지 않는 부위가 있기 때문에 절제술 후에도 염증이 발생할 수 있다.
또 다른 방법 중 하나가 바로 치아재식술이다. 치아재식술은 치아와 잇몸 부위의 염증을 깨끗하게 제거할 수 있는 방법이다. 치아를 발치하여 육안으로 직접 보면서 염증을 제거한 다음 발치한 치아를 다시 심어주게 된다. 치근단 절제술에 비해 치료 시간이 짧고 모든 부위에 기구가 도달되는 장점이 있다. 치근단 절제술이나 치아재식술은 간단해 보이지만 과정이 까다롭기 때문에, 전문의의 정확하고 신속한 시술을 필요로 한다.

치과의사도 환자도 흔히 포기하고 발치하는 치아가 소위 뿌리만 남은 치아다. 그러나 뿌리만 남은 치아라 하더라도 치주인대만 건전하다면 신경치료 후 포스트 크라운 치료를 하면 살릴 수 있는 경우가 많다. 포스트 크라운 시술은 충치가 상당히 많이 진행된 치아에 시행한다. 치아를 감싸는 턱뼈에서 2~3mm 위까지 치아가 남아 있다면 치관확장술 등을 포함한 포스트 크라운을 시도해볼 수 있다. 눈으로 보기에 잇몸 살 살짝 아래 정도까지 치아가 남아 있으면 된다. 포스트 크라운은 치아의 신경을 제거하고 근관을 소독한 뒤, ‘포스트’라는 기둥모양의 보철을 치아의 빈 공간에 꽂아 지지대를 삼는 시술이다. 포스트로 단단하게 고정한 뒤, ‘크라운’이라고 불리는 치아 모양의 보형물을 씌워 마무리한다. 포스트 크라운 시술을 받은 치아의 뿌리는 자기 것이다. 따라서 임플란트와 비교할 수 없다. 이처럼 자연치아를 살리는 다양한 방법을 적용하고 난 후에도 상태가 좋아지지 않는다면, 그 때 임플란트를 시행하는 것이 순서라고 생각한다.

치아에 문제가 발생 되었을 경우 방법이 없을 것 같아도 무조건적인 발치 후 인공시술이 아닌 자연치아를 최대한 살려볼 수 있는 노력은 반드시 해볼 필요가 있다. 물론 가능하지 않은 경우도 있지만 말이다. 아무리 좋은 임플란트를 심어도 말 그대로 인공치아일 뿐 부모님이 물려주신 나의 자연치아보다 더 좋은 치아는 될 수 없다는 점은 잊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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