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한정 전북대 신약개발연구소 소장

 

가동 22년 만인 지난 5월 30일, 구조조정에 따라 폐쇄 결정을 내린 군산 제너럴모터스(GM)의 상흔이 지역 곳곳에 남아 있다. 근로자의 점심식사를 준비하던 도시락 배달 업체와 주변 식당들은 적막하다 못해 언제는 활기가 있었나 싶을 정도로 음산하기까지 하다. 현대중공업 군산조선소 역시 작년 이맘때, 7년 만에 문을 닫았다.
기업이 한 사람을 고용하면 평균 4인 가족의 생계와 경제활동을 책임지게 되며, 이것이 경제의 견인차 역할을 하는 주요 시스템이 되어 왔다. 한국경제를 떠받들던 해양·조선·자동차·반도체 산업의 흥망성쇠가 여전히 지역의 희로애락과 맞물려 있다.
기초생계가 흔들릴 정도로 가정경제가 어려워지면 정신과 심리, 사회관계에까지 영향을 미쳐서 건강한 삶을 유지하기가 어렵다. 따라서 정부는 적어도 노동자의 안정된 고용과 그들이 절벽으로 내몰리지는 않도록 하는 기초적 사회기반 시스템을 갖춰 주어야 한다. 그래서 우리는 잘 인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내고 있는 부가가치세를 포함해, 다양한 종류의 세금을 내고 있는 것이다.
저성장 시대에는 고난도의 기술을 기반으로 하는 기업들만 살아남을 수 있으며, 이러한 특성 때문에 일반 근로자의 고용계수가 점점 낮아지고 있다. 이제 더 이상 기업에 고용의 미덕을 발휘해 달라고 요청하기도 어려워지고 있음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산업경제의 책임을 기업의 몫으로만 돌리기보다 저물어져 가는 지역경제를 주체적으로 고민해야 할 시점이 온 것 같다.
아직 지역에서는 거점국립대학교를 비롯한 지방중심대학, 사립대학들이 지역의 젊은 피를 순환시키는 역할을 맡고 있다. 학령 인구의 급감으로 뜨거웠던 지성과 사회인식의 상아탑 시대는 저물고 있지만, 지역자체 동력으로 현재까지도 뜨겁게 숨쉬고 있는 대학들에게 지역사회의 새로운 역동성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하나의 대학으로서는 작지만, 지역대학들이 공동체의식을 가지고 공동 지주회사, R&D 공동 기획, 창업문화 활성화, 유능한 교수들의 지역대학 공동체 교육으로 꺼져 가는 산업경제의 불씨를 살릴 것을 제안해 본다.
다른 지역에 비해 전북에는 고향에 대한 지극한 애정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많은 것으로 안다. 우리 모두의 어머니가 계실 것 같은 느낌이다. 아직도 한옥 형태의 옛집들을 볼 수 있고, 정성 가득한 국밥 한 그릇을 저렴하게 먹을 수 있는 곳이 전주이고 전북이다. 모두가 사랑하는 이 지역에서 아직 찬란하게 숨 쉬고 있는 대학들이 각개전투하기보다는 공동 집합체를 태동해 농생명 소재 지주회사와 공동의 산학연 허브를 구성하고, 교수와 학생의 교류를 통해 ‘더불어 함께 사는’ 하나의 대학으로 거듭나기를 소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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