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수 자동차융합기술원장

전북에는 1990년대부터 현대자동차와 타타대우상용차를 중심으로 하는 상용차 산업과 한국GM의 승용차 산업, 이를 활용하는 특장차 산업 등 자동차산업클러스터가 구축되었지만 한국GM 군산공장의 폐쇄로 산업 생태계의 한 축이 심한 타격을 입게 되었다.

지난 4월 5일, 정부는 군산을 산업위기대응 특별지역으로 지정하고, 전기상용차 자율주행 전진기지 구축을 통한 자동차산업의 대체산업 육성 지원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전북에 상용차산업 혁신성장과 미래형 산업생태계를 조성해 위기를 극복하도록 지원하겠다는 취지이다.

상용차(CV, Commercial Vehicle)는 다수의 인원 또는 화물을 수송하거나 특수목적의 작업 등 상업적 목적을 수행하기 위해 제작된 차량을 말한다. 버스와, 화물트럭, 특장차 등이 이에 속한다. 상용차는 승용차에 비해 시장이 크지는 않지만 부가가치가 높다.

버스나 트럭과 같은 상용차는 물류의 특성상 하루에 주행하는 거리가 평균 157km로 승용차의 3.4배를 넘고, 경유 소비량의 50%가 상용차에서 소비된다. 환경문제로 인해 자동차의 연비와 배기가스 규제가 강화되는 상황에서 친환경 자율군집주행 기술이 승용차 보다 상용차에서 파급효과가 더 클 것은 자명하다. 더불어 친환경, 그리고 자율군집주행 기술의 도입은 상용차 산업생태계를 혁신적으로 변화시킬 것이다.

전북은 국내 중대형 상용차 생산의 94%를 담당하고 있는 상용차 생산기지이다. 이미 2.5톤 이상의 중대형 트럭과 16인승 이상의 중대형 버스 생산에 특화돼 있고, 김제 특장차전문단지가 분양 완료되어 단지를 확장해야 할 정도로 특장차 산업도 영글어 가고 있다.

하지만 전북의 상용차 산업생태계가 현재의 모습을 지속한다면 제2의 산업위기가 상용차 산업에서도 재연되지 않으리라고는 장담할 수 없다. 더욱이 미래상용차의 핵심이 될 센서와 전기전장부품분야의 전문기업이 태부족한 상용차 산업이 미래 기술의 경쟁에서 낙오되지 않으려면 미래형 생태계 구축을 통한 체질강화와 구조고도화가 시급하다.

다행히 전기차 관련 기업이 전북에 둥지를 틀고 있다. 1톤 미만의 전기상용차를 제작하는 IT엔지니어링이 지난 3월 김제 지평선산업단지에 입주계약을 체결했고, 스마트폰으로 운전자 없이 자동차를 부르고 탑승하는 자율주행 기술 시연회를 갖기도 했다. 최근에는 나노스가 전기자동차와 특장차 사업 진출을 위해 새만금 산단에 투자하겠다는 협약을 체결했고, 외국인 투자 전장부품기업인 예스테크는 군산자유무역지역에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이 회사는 차량 내부에 있는 각종 전기전자 장치에 전원 및 전기적 신호를 제공하는 배선을 생산해 르노 등 완성차 업계에 납품할 계획이다. 

  한편 전북도는 금년부터 '특장차산업 활성화 및 산업생태계 모델구축 사업’을 통해 특장차와 특장기자재 기술개발과 공동 브랜드 개발 등에 집중 투자하기로 했으며, 김제에 국내 최초의 특장차 자기인증센터개소에 이어 28개 전문업체가 입주를 완료하기도 했다. 이 산업은 상용차산업과 연계효과가 큰 고부가가치산업이며, 틈새시장으로 성장 잠재력이 입증된 산업이다.

  특수한 작업을 수행하기 위한 특수 설비와 구조를 갖춘 특장차와 사람의 손을 자유롭게 하는 특장기술과 접목하면 농기계, 건설기계, 산업로봇 등 다양한 형태로 발전이 가능한 산업이다. 전북의 상용차 산업 생태계가 확장되는 지렛대로 특장차 산업의 역할을 기대해도 될 것 같다.  

전북도에서는 상용차산업의 성장 모멘텀을 구축해 산업위기를 극복하고 미래형 산업생태계도 구축하는 대형프로젝트를 기획해서 정부에 예비타당성조사 대상사업으로 신청했다. 이 사업은 문재인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산업의 체질강화, R&D, 일자리 창출이라는 혁신성장의 모델로서 손색이 없다. 따라서 정부는 지난 4월 위기지역 대책사업으로 선정한 이 사업을 반드시 국가사업으로 채택하고 지원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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