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각반짇고리

  전통을 재해석하고 응용하여 한지공예 작품에 현대적 감성을 담아내는 송미령 교수(예원예술대학교 한지공간조형디자인학과)의 4번째 개인전 ‘한지미감(韓·紙·美·感)’이 12일까지 교동미술관 2관에서 열린다.
  이번에 출품되는 작품들은 ‘자수문오층장’, ‘봄빛’, ‘조각보머릿장’, ‘단청문버선장’, ‘약장’ 등의 한지가구와 ‘빛나들이’라고 이름 붙인 조명, ‘소반’, ‘항아리’, ‘팔각반짓고리’ 등의 소품까지 다양한 모습을 보인다.
  정교하게 전통 문양이 아로새겨진 것들이며 동시에 현대의 생활 감각을 기품 있게 느낄 수 있는 작품들이다. 전통 계승의 오랜 숙련과정을 통하여 체득된 감각을 현대적인 느낌으로 변형시킨 장인적 예술성을 느낄 수 있다.
  그의 예술적 범주는 어디까지나 모든 사람이 체감할 수 있는 보편적 현대성, 그로부터 활용할 수 있는 잔잔하게 기품이 주어질 수 있는 정도의 폭을 지키고 있다. 피카소적인 파격성이나 마르셀 뒤샹 같은 문제 제기는 없다.
  그러나 전통을 제대로 계승하면서 부드럽게, 유연하게 현대성이 스며들도록 하는 조용한 혁명을, 그 정교한 손끝 작업을 주시하면서 발견할 수 있다.
  “작가는 현대 사회가 필요로 하는 실용적 디자인 개념과 예술을 전통과 접목시키는 데에 온 힘을 쏟았다. 전통이 갖는 아름다움, 고유의 기법, 문화적 정체성 등을 현대라는 보편적, 실용적 가치와 엮어, 더 나은 창의성을 빚고 싶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문제는 쉽지 않은 고민을 안겨주었다. 전통과 현대는 서로 상반되면서도 보합되어야 할 가치를 지녀 끊임없이 그 이질성과 차이 그리고 모순 속에서 극복해내기 위한 투쟁을 벌여야했다. 우리가 일상사 속에서도 전통적 모럴과 현대적 개방성 사이에서 많은 충돌을 겪는 것 처럼 각 개체는 몸소 그 모순들을 겪으며 극복해내야 했다.”<장석원 전 도립미술관관장의 송미령 작가 평론 중 일부>
  작가는 20여 년 전 김혜미자 전라북도 무형문화재 제60호 색지장을 만나 한지에 입문하여 작품에 전념하였으며 그 과정중에 대학원을 마치고 강단에서 강의와 작업에 열중하다가 교수로 임용되어 예원예술대에서 후학을 양성하고 있다.
  작가는 전통 기법을 철저히 준수하면서 동시에 새로운 기법을 창안해 내기도 했다. 오색전지기법에 기본을 두고 조각나누기기법을 변형 시켜 문양을 새긴 조각나누기양각기법, 색 한지를 2~3장 미리 배접하여 나전이나 자수처럼 문양을 그대로 오려 붙이는 자개박이 기법, 자수의 도드라짐을 표현하기 위해 여러 가지 색지를 미리 붙여서 양각형식으로 오려 붙이는 자수기법 등을 개발해냈다. 전통의 문양을 드러내기 위한 양각기법, 투각기법을 실현하기 위해 색색으로 배접된 한지를 칼질하느라 그의 손마디는 변형되어 있었다.
  송 작가는 “20여 년간 양각기법, 투각기법을 실현하기 위해 색색으로 배접된 한지를 칼질하면서 손마디가 모두 변형됐다”며 “그 손마디는 ‘더 좋음’을 향한 노력을 대변하고 있고 이를 후학들에게도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병재기자·kanadasa@
 

저작권자 © 전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