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껏 잘 건넜는데 사고가 나겠어요.”

무단횡단으로 인한 사고가 전북 도내에서 해마다 수백건씩 발생하고 있지만, 무단횡단이 좀처럼 근절되지 않는 것으로 확인됐다.

8일 정오 전주시 덕진동 전북대학교 구정문 인근. 왕복 3차로인 권삼득로 200여m 구간에는 점심시간을 맞아 대학 교직원들과 학생들이 무리지어 쏟아져 나왔다.

도보로 2분가량 위치에 횡단보도가 2개 설치됐지만 이들은 이를 이용하지 않고 무단횡단을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한 시간 동안 지켜본 결과 122명의 시민들이 이곳 도로에서 무단횡단을 한 것으로 확인됐다.

상황은 식사를 마친 뒤에도 여전했다. 테이크아웃 컵을 손에 든 일단의 학생들은 마트 앞을 지나 차도를 무단으로 가로지르던 중 마주 오는 차량과 충돌 직전에 이르는 등 아찔한 순간이 벌어졌다. 일부 이어폰이나 해드셋을 착용한 채 식당 앞에서 상하차 작업을 하는 트럭을 지나는 경우도 있어 충돌사고가 우려됐다.

이날 무단횡단을 하던 한 학생은 “날이 더워 뙤약볕 아래서 기다리기 힘들어 무단횡단을 한다”면서 “차량이 오가는 것을 잘 살피고 건너서 사고 날 일은 없다”고 말했다.

전날인 오후 7시 30분께 찾은 동서학동 전주교대 인근 사거리 횡단보도는 상황이 더 심각했다. 횡단보도를 이용하는 시민을 찾을 수 없이 이곳을 지나던 모두가 차도를 제집 드나들 듯 활보하는 상황이다.

비단 대학가뿐만 아니라 유동인구가 많은 전주서부신시가지, 전주한옥마을, 버스터미널 등지에서도 무단횡단이 빈번하게 벌어졌다. 또 남부시장과 서부시장 등 노인인구가 많은 장소에서도 이 같은 무단횡단은 무분별하게 발생하고 있었다.

이에 운전자들이 무단횡단에 따른 사고 위험을 호소하고 있지만 좀처럼 나아지지 않고 있다. 운전자 황모(32)씨는 “학교 앞이나 골목길을 지날 때는 무단횡단을 하는 사람들이 많아 주의해 운전하고 있다. 최근에도 주정차 사이에서 튀어나온 아이들 탓에 놀랬던 일이 생생하다”고 말했다.

관련해 전북지방경찰청에 따르면 전북 도내에서 2016년과 2017년 2년 동안 무단횡단으로 인한 사고는 모두 1044건으로 확인됐다. 이 사고로 88명이 숨지고 992명이 다쳤다. 또 올해 들어 7월까지 206건의 사고가 발생해 18명이 숨지고 201명이 부상을 입었다.

경찰 관계자는 “대다수 시민들이 무단횡단의 위험성을 인지하고 있지만, 귀찮음과 덥다는 이유로 서슴없이 행하고 있다. 단속에 앞서 시민들의 안전의식에 대한 경각심이 필요하다”고 말했다./김용수습기자·km49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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