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연구역이 꾸준하게 늘어나고 있지만, 정작 흡연시설을 설치하지 않아 길거리 간접흡연 피해가 늘어나고 있다.

11일 오전 11시께 전주한옥마을 일대에선 사람 발길이 뜸한 골목마다 담배를 피우는 흡연자를 쉽게 볼 수 있었다. 한 시간 가량 살펴보니 30여명이 담배를 피웠다. 관광객들은 간접흡연으로 눈살을 찌푸리며 빠른 걸음으로 자리를 피했다.

어린 자녀 2명과 함께 찾은 최모(42·전주시 효자동)씨는 “한옥마을 전역이 금연구역으로 지정된 지가 오랜데 아직도 여전하다. 차라리 흡연공간을 제공하고, 그 외 지역에서의 위반 행위에 대해선 단속을 강화했으면 한다”고 지적했다.

유동인구가 많은 전주시외버스터미널도 상황은 별반 다르지 않았다. 별도의 흡연시설을 두지 않은 이곳은 터미널 입구부터 주변 택시승강장, 승객 승하차 구역 등지에서 흡연자들이 목격됐다. 심지어 담배꽁초를 버릴 수 있도록 모래를 채운 항아리나 깡통도 놓여 있었다.

길거리 흡연은 유흥 밀집 지역에서도 쉽게 이뤄졌다. 이날 오후 11시께 찾은 전주서부신시가지 일원은 술집과 음식점 앞 길거리에서 담배를 피우는 흡연자들로 넘쳐났다. 결국 간접흡연의 피해는 담배를 피우지 않는 시민들의 몫으로 돌아갔다.

주거지에서의 간접흡연도 여전했다. 금연아파트 등이 늘어나고 있지만 아파트 입주민들은 베란다와 화장실, 계단, 주차장에서의 간접흡연을 호소했다.

흡연자들은 대체로 금연구역이 늘어나고 있지만 이와 함께 흡연부스 등 담배를 피울 수 있는 공간은 따로 없어 정책의 실효성을 지적했다.

전주한옥마을에서 담배를 피우던 한 관광객은 “흡연자들도 사람들의 불편한 시선에 길거리 흡연을 자중한다. 다른 지역에선 터미널이나 휴게소 등 흡연부스를 쉽게 볼 수 있는데 전주는 그렇지 않은 듯하다”고 설명했다.

관련해 전주시에 따르면 전주에서의 금연구역은 2016년 한옥마을 전역을, 2017년 한성호텔 인근 전주객사 4·5길 등 확대되고 있다.

반면, 시에서 운영하는 흡연부스 및 흡연구역은 단 한곳도 없다. 금연구역 확대를 하고 있지만 흡연시설은 따로 마련하지 않아 흡연자로 하여금 거리흡연을 조장하고 있는 셈이다.

전주시 관계자는 “현재 보건복지부 금연정책상 흡연을 조장하는 흡연시설 설치는 어렵다”며, “흡연구역을 설치하면 주변 주민들의 반발 등 민원의 우려가 있어 조심스럽다”고 설명했다.

전주시 금연구역 내 흡연 적발은 2016년 347건, 2017년 463건, 올해 7월까지 350건으로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김용수습기자·km49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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