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 불거지면 전액삭감·폐지 결정했다가 소나기 지나면 재편성·부활 결정하는 재량사업비, 이제는 결별해야 됩니다”
지난해 잇단 비리 적발에 따른 검찰수사 등으로 폐지가 약속된 지방의원 재량사업비 부활 움직임이 일고 있는 가운데, 시민단체에 이어 지역 정치권 내부에서도 전면 폐지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재량사업비가 지방재정법 위반, 예산편성·집행의 원칙·민주성 훼손, 의회의 집행부 견제·감시기능 약화 등을 초래하는 지방의회의 대표적 적폐로 치부되고 있다는 점을 부각하며, 이미 도민들은 ‘나쁜 예산’으로 판단하고 있음을 강조하고 있다.
정의당 전북도당 지방자치위원회 및 지방의원단은 13일 전북도의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전북도의회는 재량사업비(소규모주민숙원사업비) 되살리기 획책을 즉각 중단하라“고 강력 촉구했다.
지방의원단은 “(전북도의회 지도부가)최근 도의원들을 대상으로 재량사업비 재도입 여부에 대해 의견을 청취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이는)민주주의 정치의 기본을 갖추지 못한 발상이다. 의견청취 대상은 도의원이 아니라 도민들이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지난해 재량사업비 비리사건이 일파만파 확산될 당시 도의회가 도민들에게 ‘전격 폐지’를 공개적으로 약속했던 것을 상기시키며, 대 도민 공약을 뒤집겠다는 발상은 주권 위임자인 도민과 그 대리인인 도의원의 관계를 단절하겠다는 뜻과 다름없다는 점을 강조했다.
전북도의회의 재량사업비 폐지(전액삭감) 약속과 부활 시도는 그동안 여러 번 반복돼 온 것이 사실이다.
지난 2011년 감사원은 전북도 감사를 통해 2007년부터 2011년까지 5년 간 703억 원에 이르는 도의원 재량사업비가 ‘주민편익증진사업비’라는 명목 아래 부당하게 편성됐으며, 이중 621억 원이 도의원들의 지역구 관리 및 선심성 사업예산으로 집행됐음을 지적하고 재발방지를 요구했다.
당시 도의회는 감사결과에 따라 2011년 12월 정례회에서 2012년 예산 중 190억 원의 재량사업비를 전액 삭감했지만, 반년 뒤인 2012년 5월 추경예산을 통해 재편성했다.
또한, 지난해 재량사업비 비리사건과 관련해 검찰의 수사(현직의원 4명 구속 등 총 21명 기소)가 진행되자 도의회는 다시 재량사업비 폐지를 선언했고, 최근에 들어 부활 움직임이 포착된 것이다.
도의회 뿐 아니라 도내 여러 지역 기초의회 또한 재량사업비로 잡음이 일고 있다.
정읍시의회는 지난해 11월 재량사업비 폐지를 공언하고 올 본 예산에 편성치 않았던 것을 2018년 추경(1인당 1억 원)을 통해 편성한 것으로 알려졌고, 익산시의회도 1인당 5000만 원을 편성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의당 서윤근 의원(전주시의회)은 “소규모주민숙원사업은 적합한 방식과 절차를 거쳐 충분히 본예산을 통해 해결할 수 있고 그것이 지방의원의 역할이다”며 “지방의원들이 ‘소나기만 피하자’는 식으로 폐지와 부활을 번복하는 것은 뻔뻔스럽고 부끄러움을 모르는 처사”라고 비난했다.
한편, 정의당은 이날 전북지역 각 지방의회에서 완연한 일당독주체제를 구축 중인 더불어민주당이 ‘재량사업비 완전 폐지’를 당론으로 정해 공당으로서의 역할을 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유승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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