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의 버려진 공간들이 사람이 모이는 공간으로 변신하고 있다. 흉물스러운 폐 공장에 문화예술을 입힌 사람들의 발길이 이어지면서, 오랜 세월 단절된 공간과 낙후된 거리가 재생의 옷을 입고 활기를 품어내고 있다.

▲ 빛바랜 회색공장에 활짝 핀 예술 꽃
지난 50년간 공장에서 배출되는 분진과 냄새, 소음에 고통받아온 팔복동 주민들에게 전주 제1산업단지는 반세기만에 문화재생으로 다시 돌아왔다.
팔복동의 쏘렉스 공장은 지난 1979년 설립돼 아시아 곳곳에 카세트테이프를 제작·수출했으나 CD시장이 성장하는 시대적 변화와 맞물려 사업을 정리했다.
25년 동안 새 주인을 기다려온, 잊혀진 장소는 예술창작공간과 문화예술교육센터로 예술, 과학, 인문학이 결합돼 즐거운 예술 놀이터로 재탄생, 전주시의 문화플랫폼이 됐다.
이곳에 젊은 작가들이 상주하며 작품 활동을 하고 시민과 관광객에게 예술 교육을 하는 등 전주 서북권의 예술교육 거점공간으로 역할을 해내고 있다.
또 한옥마을 위주의 전주관광 지형을 덕진공원, 팔복예술공장 등 북부권까지 넓히는 디딤돌이 되고 있다.
팔복동 철길은 북전주역에서 제지회사로 화물을 실어 나르는 기찻길이다. 이팝나무 꽃과 철길이 어울려 사진촬영 명소로 인기를 끌고 있다.
팔복예술공장은 지난 3월 개관 이후 현재 3만 여명이 다녀갔고, 최근 문화재생연구를 위한 벤치마킹도 줄을 잇고 있다.
스페인 출신의 세계적 ‘시각예술작가’ 마누엘 A. 디에스트의 사진전이 스페인과 핀란드, 스웨덴, 이집트에 이어 팔복예술공장에서 개최됐고, 지난 7월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및 도시재생관련 중앙부처 관계자와 광역·기초지자체장, 관련 연구기관 및 시민단체, 현장 활동가, 공기업 관계자 등 200여명이 참여한 ‘제1차 도시재생 광역협치포럼(전북권)’이 개최되며 국내 도시재생 우수사례 선진지의 진면모를 보였다.
이밖에 세계문화주간 행사 차 전주를 방문한 해리스 미국대사는 예술공장에 특별한 관심을 보이기도 했다.

▲ 대한민국 도시재생 으뜸도시, 전주
대한민국 도시재생 1번지답게 전주의 도시재생은 특별하다. 민선6기부터 시작된 도시재생은 동네를 무너뜨리고 새로 짓던 기존 재개발과 달리 다양한 사회·문화 프로그램을 도입 하면서 전주만의 이색적인 문화로 부활했다.
대표 사례로 선미촌 문화재생 사업을 꼽을 수 있다. 선미촌 내 폐공가와 성매매업소 등의 토지와 건물을 매입해 인권·문화·예술거점공간으로 활용하는 문화재생을 통해 60년 만에 문화예술복합공간으로 탈바꿈했다.
서학동예술촌도 도시재생 특색을 잘 보여준다. 서학동은 전주천을 사이에 두고 한옥마을과 접경한 동네다. 노후 주거지 밀집지역에 화가와 공예작가, 설치미술작가 등이 모여들면서 마을이 활기를 띠었다. 예술인들이 자발적으로 주민이 되고 작업공방과 갤러리를 함께 운영하면서 주거하는 예술인 마을은 ‘서학동 예술마을’이 전국 최초인 만큼 관에서 인위적으로 만든 예술인 마을과는 다른 사례다.
전주 ‘객리단길’도 빼놓을 수 없는 도시재생의 핫 플레이스다. ‘전주객리단길' 은 '전주객사'와 서울의 '경리단길'의 합성어다. 이곳은 70~80년대 전주시내 관광호텔과 유흥주점이 있는 중심거리로 유명했지만, 도시개발 등 신시가지 조성으로 상권이 몰락되면서 구도심의 골칫거리로 전락했다. 하지만 성공적인 도시재생 프로그램과 젊은 창업자들의 도전의 열정으로 젊음이 묻어나는 거리로 재탄생됐으며 영화의 거리와 객사길 한옥마을과 연결된 새로운 관광코스를 만들어 냈다.
전주를 찾는 관광객의 절반 이상이 전주역을 통해 유입된다는 통계에 착안해 전주역에서 명주골사거리까지 백제대로 850m에 첫마중길을 만들면서 도시의 낡은 첫인상이 바뀌었다. 기존 8차선에서 6차선으로, 불법주차가 만연해 통행이 불편했던 인도의 폭을 줄이는 대신, 도로 한 가운데 6차선 폭을 가진 명품광장을 조성하고, 광장에는 기증받은 느티나무와 이팝나무 등 수목 400여 그루를 심었다. 자동차와 매연, 문을 닫은 유흥업소 등으로 황량했던 전주의 첫 이미지가 녹음과 사람이 가득한 이미지로 개선됐다.

▲ 오래됨을 넘어 관광명소, 문화·경제 이끈다.
전주 도시안의 오래된 삶터가 창의적으로 재탄생 된 곳은 도시재생 그 이상의 것을 이뤄냈다.
시민들의 거주 여건을 개선해 생활불편을 줄이는 것을 넘어,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 냄은 물론 지역경제에도 활기를 불어 넣었고, 전주를 세계적으로 알리는 역할도 톡톡히 하고 있다.
최근 선미촌에 냉면집이 개업 하면서 많은 화제를 남겼다. 선미촌 문화재생사업은 아시아를 대표하는 인간도시 정책으로 손꼽히며 전국 지자체의 벤치마킹을 받고 있다.
또 전주시 미래유산 1호 사업이자 정부 핵심정책인 도시재생 뉴딜재생 사업에 선정된 서학동예술촌도 특색 있는 도시재생의 현주소를 보여주고 있다.
서학동에는 지난 2년간 총 17건의 식품접객업 영업신고가 접수돼 상권이 부활했다. 서학동 예술촌 도시재생의 성공사례는 국가에서도 인정돼 올해부터 4년간 국비 등 총 169억 원이 투입돼 전주형 사회주택 주거재생, 기초생활인프라 구축, 근린생활 상가재생, 창업 지원기반 조성, 도시경쟁력 활성화, 사회적 통합 역량강화사업 등이 추진된다.
객리단길은 동서남북으로 넓어진 한옥마을 관광영토를 각각 왕복 4~5차선인 팔달로와 충경로를 모두 건너야 하는 객사2길·객사3길까지 확산시켰다. 실제, 2016년 이후 전주시에 식품접객업 영업신고 후 생겨난 객사2길·객사3길에 생겨난 일반음식점과 휴게음식점, 제과점 등은 총 43곳에 달한다. 지난 2016년 12건이던 해당지역의 식품접객업 영업신고 건수는 지난해 23건으로 2배 가까이 증가했고, 지난 1달 새 8건이 접수되면서 관광객이 몰리고 지갑이 열리는 장사가 잘되는 곳으로 바뀌고 있음을 입증했다.
이렇듯 전면철거와 재개발의 도시설계 방식을 과감히 포기하고 도시안의 오래된 삶터들을 창의적으로 재탄생 시킨 곳은 오래됨을 넘어 문화·경제를 이끄는 쌍끌이 동력이 되고 있다.
김승수 시장은 “도시는 기억의 집합이다. 도시의 중첩되고 축적된 기억과 흔적, 역사가 사라지면 진정한 의미의 도시도 사라진다”며 “한 도시를 특별하게 만드는 것은 신축된 건물이나 도로가 아닌 바로 ‘도시의 기억’이다. 그런 의미에서 도시재생은 한 도시를 특별하게 만드는 힘이 있고, 그 특별함의 마력이 사람들을 끌어 모으기도, 시민들에게 자부심을 주기도 한다”고 밝혔다./김선흥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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