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원 교룡산성 북문지 주변과 군기고터에 대한 발굴조사에서 2개소의 집수시설이 확인됐다고 남원시가 20일 밝혔다.

집수시설은 산성에서 필요한 물을 모아두는 시설로, 현재 전라북도지정 기념물로 지정된 교룡산성의 축조 및 성의 운영시기 등을 밝혀 그 가치를 다시 살펴볼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남원시에 따르면 교룡산성은 남원시 산곡동에 자리한 포곡식 산성으로, 북문지 주변 시굴조사는 (재)전주문화유산연구원(원장 유철)에서 실시하고 있다. 지난 2014~2017년 두 차례에 걸쳐 교룡산성 북문지에 대한 조사를 실시한 바 있으며, 교룡산성 동문과 형태가 같은 조선시대 성문터와 옹성, 통일신라시대의 성문터 등을 확인했다. 당시 북문지 주변 성 안쪽에 평탄한 지형이 넓게 조성돼 있어 건물터 및 물과 관련된 시설이 존재할 가능성이 제기돼 왔다.

이번 시굴조사는 건물터와 집수시설의 존재여부를 밝히기 위해 지난 7~8월 두달여에 걸쳐 실시됐다. 그 결과 석재로 만든 방형의 집수시설과 건물터의 존재를 확인하였고, 백제시대 기와를 비롯해 통일신라∼조선시대의 유물들이 발견됐다.

방형의 석축 집수시설의 규모는 길이 10.6m, 너비 8.7m로 추정되는데, 집수시설의 노출된 상단부는 바른층쌓기를 하면서 조금씩 들여쌓기를 하고 있다. 이런 방형의 집수시설은 정읍 고사부리성, 장수 합미산성에서도 확인된 바 있다.

(재)전라문화유산연구원(원장 천선행)에서 실시하고 있는 군기고터 발굴조사에서도 산성 내에 여러 건물지가 자리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2015년 시굴조사에 이어 2017년 정밀발굴조사가 시작된 건물지에 대한 조사로 지난 5월부터 건물지의 축조시기와 정비복원을 위한 조사가 현재 진행 중이다.

이 조사는 교룡산성 내 여러 시설 중 일부인 군기고터로 전해져 오던 평탄대지를 대상으로 실시됐다. 그 결과 신라 말에서 고려 초기에 해당하는 건물지 1동과 통일신라시대로 추정되는 집수시설을 확인했다. 건물지 관련 유구로는 적심시설을 갖춘 초석과 기단 및 축대 등이 확인됐으며, 주변에서 배수로 등이 조사됐다. 건물지의 규모는 정면 6칸, 측면 4칸으로 정면은 동향이며 남북으로 긴 건물지이다.

군기고터 주변에서 확인된 집수시설은 교룡산성 내에서 발견된 최초의 통일신라시대 유구로 한변이 7m인 정방형의 집수시설이다. 집수시설이 확인된 위치는 건물지 동남쪽 하단으로 건물지보다 한단 낮은 곳에 자리한다. 집수시설은 시굴조사지역에서 확인되었기에 정확한 축조기법이나 부대시설 확인은 앞으로의 과제로 남았다.

유물로는 통일신라시대 굽다리접시(고배 高杯), 개배편, 신라 말에서 고려 초기의 평기와편과 토기편, 고려시대 청자편, 건물에 사용된 것으로 보이는 철제 못 등이 출토되었다. 특히 남원(南原)과 관(官)자 명이 찍힌 명문와의 출토는 건물지의 성격을 규명하는데 중요한 자료로 평가할 수 있다.

이에 따라 그동안 조선시대 산성으로 알려져 온 남원 교룡산성은 적어도 통일신라시대부터 경영되어 오던 산성으로써 역사적으로 중요한 가치가 있는 산성임이 확인됐다는 설명이다.

이환주 남원시장은 “조사 결과를 토대로 남원 교룡산성이 남원시는 물론 호남을 대표하는 산성으로서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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