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수호디딤무용단 예술감독 국수호

  “전주 무용의 큰 나무이신 정형인 할아버지의 춤을 제가 배웠던 원형대로 재현하는 것이 마지막 꿈이다.”
  국수호 예술감독(70·사단법인 국수호디딤무용단)은 21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50여 년만에 고향에서 본격적인 활동을 펼치는 이유는 단 하나, ‘기억의 춤’을 복원시키기 위함이라 말한다.
  오는 29일 열리는 ‘금파 김조균 추모 20주년 공연’ 무대에 서는 그는 이번 공연을 계기로 ‘정형인 춤 보존회’를 만드는 등 정형인 춤을 계승, 발전시키기 위한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갈 계획이다.
  완주 비봉면이 고향인 그는 전주농고에 입학하면서 정형인 선생을 만났다. 당시 전주농고 농촌예술반춤사범이었던 정형인 선생으로부터 재학기간 동안 기본춤부터 남무, 삼현승무, 학춤, 검무 등 다섯 가지 춤을 배웠다.
  “기본춤은 지금의 살풀이라고 할 수 있다. 현재처럼 긴 수건 대신 수건이 없거나 있으면 아주 짧은 수건이었다. 승무의 자락도 아주 짧았다. 대부분 좁은 방 등 실내에서 펼쳐진 춤이라 길이가 길 경우 구경하는 사람들과 접촉이 일어났기 때문이다. 정형인 할아버지가 추는 삼현승무는 불교 영산제의 순서에 따라 방문이 열리고 경과 함께 시작됐던 기억이 아직도 뚜렷하다. 남장 여자가 추던 남무, 학의 탈을 쓰지 않고 추던 전주학춤 등 할아버지로부터 배웠던 춤사위가 몸에서 절로 베어 나온다.”
  국수호 예술감독은 한국 전통춤의 거목으로 승무, 살풀이춤의 명예보유자인 우봉 이매방의 첫 번째 이수자이기도 하다. 그는 “이매방 선생님의 승무와 정형인 할아버지의 전주승무의 큰 차이점 가운데 하나는 장단이다”며 “전주 승무 장단의 맛을 오롯이 살려내고 정형인 할아버지의 춤사위를 재현하는 일이 앞으로 나에게 주어진 과제다”고 다짐했다.
  정형인 선생으로부터 춤을 처음 배웠던 시절의 장단을 되살려 몸으로 기억해내는 작업은 1967년 정형인 선생과 함께 전국 민속예술경연대회에 참가했던 전태준 전라삼현육각보존회장(전북무형문화재 제46호)과 함께 한다.
  전태준 회장은 “이번 금파 선생님의 추모공연을 통해 정자선, 정형인 선생님 부자의 춤사위가 정립되고 재현된다하니 얼마나 다행인지 모르겠다. 그 분과 함께 했던 반주자로써 전라도의 춤의 정수를 다시 볼 수 있다 생각하니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며 이번 공연을 반겼다.
  8년 선배인 금파의 권유로 서라벌예대에 진학했고 1973년 국립무용단의 남자무용수로 첫 월급을 받는 직업무용수가 됐다. 중앙대 교수로 후학을 양성했고 88올림픽 개막식, 2002년 월드컵 개막식 안무를 총괄하면서 한국춤 정수를 선보였다. 1996년부터 2000년까지 국립무용단 단장을 역임했다.
  선생님이자 동료인 금파 서거 20주년 추모 공연을 계기로 ‘고향 회귀’의 첫 걸음을 내딛는 그에게 전북 무용계의 시선이 모아지고 있다.
/이병재기자·kanadasa@

저작권자 © 전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