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병선 전주대 부총장

오늘은 신선한 가을을 맞이하며 더위가 그친다는 뜻을 지닌 처서(處暑)다. 한국민속대백과사전에 따르면, 처서는 24절기 중 열네 번째에 해당하는 절기로서 입추(立秋)와 백로(白露) 사이에 있으며, 태양이 황경 150도에 달한 시점으로 양력 8월 23일 무렵, 음력 7월 15일 무렵 이후이다.
처서는 ‘땅에서는 귀뚜라미 등에 업혀오고, 하늘에서는 뭉게구름 타고 온다’라는 표현에 걸맞게 여름이 가고 가을이 시작된다는 계절의 의미를 드러내는 때이다. 아침저녁으로 신선한 기운을 느끼게 되는 계절이기에 ‘처서가 지나면 모기도 입이 비뚤어진다’라는 속담이 있다. 이 속담처럼 파리, 모기는 사라지고, 귀뚜라미가 하나둘씩 나오기 시작할 것이다.
올 여름은 폭염과 열대야가 극에 달했다. 매일 매일 폭염주의 문자와 역대 최고의 기록 갱신이라는 뉴스의 제목으로 대부분의 신문기사가 도배됐다. ‘1907년 기상 관측 이래 111년 만에 가장 더운 날씨로 기록’, ‘폭염일수 26.1일…1994년 같은 기간 기록 넘어 역대 1위’, ‘열대야 14.3일…역대 1위’ ‘짧은 장마·기록적 폭염에 1973년 이후 46년만 최악 가뭄’ 등 온열질환 관리와 농·수·축산물 관리에 각별히 유의’등. 이처럼 무더위가 기승을 부린 여름, 우리의 일상생활은 무질서, 무가치, 불안감, 부정적인 생각 등 나빠지는 방향으로 진행되었다. 꼭 무더위 때문이 아니더라도 우리의 일상이 나쁜 방향으로 변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자연의 법칙이다.
이를 물리학에서는 열역학 제2법칙이라 하며 이러한 자연적인 현상을 19세기 독일의 물리학자이자 수학자인 클라우지우스(R. Clausius, 1822-1888)는 ‘엔트로피(Entrophy) 증가의 법칙’이란 물리학적 용어를 사용하여 설명했다. ‘엔트로피증가의 법칙’이란, 인간의 사고계(thoughts)는 특별한 에너지의 주입 없이 본성대로 방치하면 자연스럽게 무질서가 증가한다는 것이다. 엔트로피는 ‘질서, 가치, 정돈, 청결’ 등에 상대되는 뜻으로 ‘무질서, 무가치, 어지러짐, 더러움’이라는 의미로서 모든 자연에서 벌어지는 현상은 엔트로피를 증가하는 방향으로 진행된다는 것이다.
이처럼 모든 자연현상은 질서, 가치, 정돈, 청결보다는 무질서, 무가치, 어지러짐, 더러움으로 되기가 쉽다. 올 여름은 ‘더워서, 폭염 때문에, 열대야로 잠을 못자서, 피곤해서, 바빠서, 시간이 없어서, 형편이 복잡해서’ 우리 대부분은 질서 있는 삶을 살기보다는 게으름, 나태, 태만, 무질서한 삶을 살았다. 하지만 인간은 자연과 더불어 살면서도 자연과 확연히 구분되는 것이 있다. 우리 인간들은 어느 방향으로 나아갈 것인지 선택할 수 있는 자유의지가 있다. 그냥 흘러 가는대로 내버려 둠으로써 엔트로피가 증가하는 방향을 택할 수도 있고, 수고와 노력과 땀을 들여 그 반대방향을 택할 수 도 있다.
예를 들면, 덥다고 에어컨을 마음껏 사용하여 지구온난화를 부추킬 수도 있지만 자제하면서 환경문제를 해결할 수 도 있다. 담배꽁초를 길에 그냥 버릴 수도 있지만 쓰레기통에 버림으로 청결하게 할 수 있다. 무덥다고 반바지에 반팔차림으로 돌아다닐 수 도 있지만 정장차림으로 우리의 옷매무새를 다듬을 수도 있다.
먹고 싶은 것 마음껏 먹어 몸매를 망가트릴 수도 있지만 자제하거나 운동을 통해 아름다운 몸매를 유지할 수도 있다. 어느 쪽을 선택할 것이냐는 우리들의 몫이다. 수고와 노력과 땀을 들여 엔트로피가 감소하는 방향을 택할 수 있으며 땀 흘려 노력하는 자에게만 질서와 가치가 부여된다.
처서에 즈음하여 거의 대부분의 초중고가 개학을 하였다. 곧 이어 대학도 2학기 개강을 맞이한다.
예부터 처서가 지나면 따가운 햇볕이 누그러져 풀이 더 이상 자라지 않기 때문에 논두렁의 풀을 깎거나 산소를 찾아 벌초를 하였다. 부인들과 선비들은 여름 동안 장마에 젖은 옷이나 책을 음지(陰地)에 말리는 음건(陰乾)이나 햇볕에 말리는 포쇄를 했다. 처서를 맞이하여 우리들의 주위를 살펴보고 무더위로 인해 게으름과 나태함으로 신경 쓰지 못했거나 미루어 두었던 일들을 새롭게 시작하는 계기로 삼자. 흐트러진 옷매무새를 고쳐 입거나, 책장에 그대로 쌓아두었던 책들을 꺼내어 다시 읽어보자.
돌보지 못했던 몸매, 시들어버린 화초, 무질서해진 집안을 청소하거나, 잡초가 우거진 화단을 정리하거나, 미처 생각하지 않았던 스승과 친한 벗,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감사와 사랑의 편지를 쓰는 일들을 새롭게 시작하자. 
예부터 처서 무렵의 날씨는 한해 농사의 풍흉(豊凶)을 결정하는 데 매우 중요하다고 하였다. 맑은 바람과 왕성한 햇살을 받아야만 오곡백과가 잘 여물고 풍년이 된다. 우리의 삶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싶다. 처서 이후의 삶은 올 한해 우리 행복의 중요한 바로미터가 될 것이 분명하다. 처서를 맞이하여 우리들의 삶을 되돌아보고 플러스사고 즉 엔트로피를 감소하는 노력의 계기로 삼자. 그리하여 올 한해 모두가 가장 행복한 해로 기억되는 삶을 살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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