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넓은 무대에 노란 달빛이 쏟아진다. 늙은 기생 추월이 싸리 빗자루로 달빛을 쓸어 모은다. 길이 나고 오래된 한복 한 벌 놓여 있다. 추월이 입던 한복이다.’
  전주권번 마지막 예기 이추월(李秋月). 전라북도무형문화재 제15호 호남살풀이춤 보유자 최선의 스승이다. 최선의 제자 장인숙 널마루무용단장이 추월이 되어 전주 춤의 정수를 선보인다.
  널마루무용단의 2018 전라북도문화관광재단 무대제작지원 작품인 ‘춤추는 달그림자’는 추월의 이야기이자 장인숙의 이야기다.
  “선생님이 추시던 춤을 배우면서 항상 이런 생각을 했어요. ‘남자 선생님이 어떻게 여자 선생님이 가르치시는 춤을 소화하고 배웠을까?’ 그래서 저는 춤을 배우면서 한 번도 뵙지 못한 이초월 선생님을 떠올렸어요. 아마 이렇게 추지 않았을까?”
  장인숙의 이러한 상상력은 지기학 연출에 의해 아름답고 매혹적인 장면으로 무대에 그대로 구현된다. 모악당 후무대까지 펼쳐지는 전주 춤은 김백천의 신곡 작품으로 더 빛난다.
  작품은 모두 4마당으로 구성돼 있다.
  추월의 권번 입문과 어린 기생이 기녀가 되어 추는 아름다운 동초수건춤이 첫 번째 마당이다.
  어른이 된 기녀들이 앞서거니 뒤서거니 장고를 매고 들어와 보여주는 장면은 두 번째 마당. ‘호남교방 쥘 부채춤’ ‘호남교방 검무’ ‘호남교방 장고춤’등 ‘호남 교방춤 삼제’가 차례로 펼쳐진다. 각각의 춤은 육자백이 연주곡을 바탕으로 느린 진양 중머리에 쥘 부채춤을, 허튼타령 잦은타령에 검무를, 중중머리와 자진머리 장단에 장고춤을 춘다.
  세 번째 마당은 젊은 추월의 애틋한 사랑이다. 거문고의 ‘취월’ 노래 아래 이루어지지 못한 사랑이 춤에 담긴다.
  ‘술잔에 비취빛 달이 뜨면/그 달을 일러 취월이라/술잔에 뜬 달 한 모금 베어 물면/달의 조각 월편(月片)이라/한 조각은 그분 속으로 흘러들고/한 조각은 내게로’(‘취월’ 일부)
  네 번째 마당은 추월이 춤을 배우고 싶어 하는 어린 남학생 최선을 만나 얘기한다. “춤이란 것은 본시 드러내는 것이지만 드러남이 지나쳐 넘치지 말아야 하며 부족해서 모자라서도 아니 된다. 저 달처럼.” 전주 춤의 정수 호남 살풀이 춤이 무대에 펼쳐진다.
  이어 이 모든 춤을 녹여 낸 장인숙의 전주 부채춤이 대미를 장식한다.
  공연을 통해 시작과 끝은 바로 달이다. 춤과 달이 이번 공연을 관통한다.
  김백찬이 만든 곡 이름에는 모두 달이 담겨있다. ‘월아요배(月娥遙拜)’ ‘달빛을 삼키다’ ‘농월(弄月)’ ‘취월(翠月)’ ‘달 없는 밤’ ‘만공산월(滿空山月)’ 등이다.
  전주 팔경 가운데 첫 번째가 ‘기린토월(麒麟吐月)’이다. 기린봉 정상에 비가 갠 후의 달로 솟아오르는 여의주 같은 달의 모습을 뜻한다. 팔경은 아니나 곤지봉에 솟아오른 달빛을 즐기는 곤지망월(坤地望月)이야기도 전주의 자랑이다.
  전주의 자랑이 전주 춤과 만나는 지점이 바로 ‘춤추는 달그림자’다.
  공연은 29일 오후 7시 30분 한국소리문화의전당 모악당에서 펼쳐진다.
  장인숙 널마루무용단 대표는 “전주 춤을 지켜 오신 스승님의 정신을 저뿐 아니라 제자에게도 이어주고 싶다”며 “공연이 성공적으로 끝날 수 있도록 많은 성원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이병재기자·kanadasa@

저작권자 © 전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