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백렬 전북대 상과대학 교수

 

4차 산업혁명의 핵심은 기계의 지능이 인간의 지능을 대체한다는 것이다. 즉, 인간인 호모사피엔스(Homo Sapiens)의 역할을 인공지능 로봇인 로보사피엔스(Robo Sapiens)가 대체하게 될 것이다. 이에 따라 세계경제포럼(WEF) ‘일자리의 미래’ 보고서(2016년)는 향후 20년 이내로 현재의 직업군 65%가 소멸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과거 1차 산업혁명 시기에 인간의 일자리를 기계가 대체함에 따라 영국에서는 대규모 실업 사태가 나타났다. 사람들은 기계파괴운동 이른바, '러다이트운동'을 전개한 사실이 있다. 그러나 러다이트운동은 결국 시대적 흐름을 거스르지 못하고 수그러들었다.

4차 산업혁명도 결코 일자리 무덤이 되지는 않을 것이다. 인공지능이 마법은 아니다. 역설적이게도 기계가 인간을 대체하기 위해서는 그만큼 인간이 더 노력해야 한다. 그래서 여전히 사람은 인공지능 시대에도 할 일이 많다고 본다. 분명 미래에는 인간이 할 수 있는 새로운 일자리가 만들어 질 것이다. 창의적·비판적 사고와 가설적 생각 등은 인공지능이 인간을 넘어설 수 없다. 따라서 사람들은 미래사회의 새로운 일자리를 얻기 위해 새로운 교육을 필요로 한다.

대학은 현재의 일자리를 지키기 위해 존재해야 하는 것이 아니다. 미래 어떤 세상이 펼쳐질 것인지 예견하고, 그에 맞는 인력을 양성해야 한다. 대학이 4차 산업혁명을 이끌고 대비해야 한다는 것은 AI, IoT, 드론, 로봇, 빅 데이터, 클라우드 등과 같은 기술개발에 필요한 인재양성에만 몰두하라는 것이 아니다. 거대한 패러다임의 변화에 따른 새로운 직업군의 인재양성을 위해 교육내용, 교육방식, 교육체계, 교육철학 등의 변화를 추구해야 한다.

앨빈 토플러는 오늘날 대학교육은 2차 산업혁명이 있었던 19세기말 방식과 똑같다고 일갈 한 바 있다. 지금의 환경변화는 ‘지식과 정보’에서 ‘창의와 혁신’으로 빠르게 전환되고 있다. 이제 대학은 창의와 혁신으로 미래 직업군의 인력을 양성하여 국가 발전을 선도해야 한다. 대학이 이에 대한 준비가 미흡하거나 시대의 흐름에 역행한다면 대학의 생존도 위협받을 뿐만 아니라, 국가는 나락으로 떨어지게 마련이다.

미래직업군 인재는 창의력, 비판적 사고, 소통·관리·협업 능력을 보유하고 집단지성의 힘을 활용할 줄 알아야 한다. 이를 위해서 대학은 첫째, 학문간 장벽 없는 유연하고 창의적인 융·복합전공 운영으로 다재다능한 양손형 인재를 양성해야 한다. 둘째, 소통·협업 능력을 갖춘 인재양성을 위해 기존의 강의식 주입교육에서 토론 중심의 탐구학습으로 바뀌어야 한다. 셋째, 교육소비자의 니즈를 즉각 반영할 수 있는 탄력적인 교육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넷째, 더불어 사는 인성, 협력과 배려, 도덕과 매너 정신을 배양하는 전인교육이 이루어져야 한다.

또한 기술의 발달에 따라 직업의 주기가 짧아지고, 기대수명이 늘어남에 따라 새로운 직업군의 지식을 습득하기 위한 재교육의 수요가 늘어나고 있다. 따라서 대학은 재교육을 위한 평생교육기관으로서의 사회적 소명도 다해야 한다.

대학은 변화에 둔감한 집단의 하나이기에 패러다임의 변화는 먼 일이고, 나와는 상관없다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4차 산업혁명은 이미 우리들의 삶을 지배하고 있다. 대학은 혁신의 플랫폼을 선점하여 미래를 개척해야 한다.

변화를 거부하는 기성세대는 미래세대에 죄를 짓는 것이다. 혁신의 리더십을 갖춘 지도자가 능동적으로 변화를 선도해야 한다. 한국의 미래, 대학에 달려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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