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여름 기록적인 폭염과 장기간의 가뭄으로 적지 않은 인명과 농작물 피해 등 큰 상처를 안았다. 뒤따라 폭우를 동반한 초강력 태풍이 예고되어 잇단 기상재해 예상으로 긴장했으나 경보가 빗나가 피해 가중 없이 지나갔다.
  자칫 엎친 데 덮치는 재난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나 비 없이 태풍이 일과한 후 곧바로 전북을 비롯한 국토 전역에 호우경보가 내려졌다. 폭염과 가뭄으로 바짝 마른 대지에 집중 호우가 큰 피해를 유발할 수 있어 걱정된다.
  전주 기상청이 어제 오전 현재 전북 북부지역에 하루 사이 150mm에서 250mm안팎의 물 폭탄이 쏟아진데다가 50~100mm가량 더 내릴 것으로 예보했다. 그간의 폭염을 식히고 가뭄의 해소에 도움이 될 것이다.
  그러나 지난 폭염과 가뭄 피해를 종식시킬 만큼의 기여가 될 것인지는 의문이다. 폭염과 가뭄이 이어지는 동안 전국서 수십 명의 인명 피해는 물론 수백만 마리의 가축이 죽었다. 가축 피해는 AI 피해에 육박할 정도였다.
  전국의 강과 저수지의 수량 부족은 여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북 지역 저수지들의 저수량이 50% 수준에 머물러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태풍 통과 때 내린 비로 1.5% 높여 47.2%가 됐으나 그 뒤의 비에도 크게 높아지지 못하고 있다. 올 여름 강수량이 평년의 절반 수준인 331mm에 그쳤기 때문이다.
  올 여름 이상기후가 더욱 분명해졌다. 한반도 전역의 폭염이 기상 관측 이래 가장 강력하고 길었다. 올 여름 철 평균 기온과 최고 기온이 각각 25.5도와 30.7도로 역대 최고였던 1994년의 기록을 깼다. 폭염 일수 일조시간 열대야 등 모두 그렇다.
  폭염 가뭄 폭우 등 이상기후는 비단 한반도 뿐 아니라 지구촌 전역의 공통 현상이다. 거기다가 해를 거듭할수록 강도와 일수가 더 세지고 있다. 한반도가 예외일 수 없음은 물론이다.
  천재에는 한계가 없지 않다. 그러나 극복을 위한 근본대책을 강화해 나가야 한다. 치산치수가 근본대책이다. 대규모로 댐과 보와 저수지를 막아 장마철 강수를 저장해 두는 게 이상기후 재난 극복의 근본이다.
  근래 우리는 역(逆) 치수의 시련을 겪고 있다. 녹조 제거를 빌미로 국가 치수사업의 상징인 4대강 보를 개방해 올 폭염에 혹독한 가뭄 피해를 부른 게 대표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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