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근 전북대병원 정형외과 교수

손은 단순히 밭을 일구고 물건을 만들고 집을 짓는 도구가 아니라 마음의 사랑을 전하는 도구이기도 하다. 그래서  예기치 않은 외상으로 손을 못 쓰게 되면 신체의 장애 외에도 정신적으로 심한 충격이 남게 된다. 더구나 평범한 주부로 생활하다 가정 형편상 쉰을 훨씬 넘기 나이에 산업 현장에 내몰려 장애가 남을 정도의 손상을 입었다면 더욱더 심적인 고통이 클 수밖에 없다. 또한 90을 넘긴 나이에 교통사고로 심한 상처를 동반한 손상을 입었다면 이대로 죽을지도 모른다는 심적 고통이 클 것이다. 그래서 단순히 상처만 치료하지 않고 심리적 치료를 병행하는 것이 마땅할진대 현재 우리 의료 실정은 이런 면에서 약간 인색하다. 그래서 주치의의 역할이 더욱 중요하고 가족 역시 심리적 위로를 해 주는 것이 안정을 회복하는데 도움이 된다.

필자의 진료실에는 최근 들어 유난히 눈에 띄는 두 분이 계신다. 한 분은 집에서 손자들 재롱 보며 지낼 나이지 싶은데 공장에서 일한 지 얼마 되지 않아 기계에 손이 말려 들어가는 사고를 당했다. 다발성 골절을 동반한 구획증후군이라는 심각한 합병증으로 응급 수술을 하고 1년 가까이 재활치료를 받고 계신다. 한 분은 90을 넘긴 나이신대 교통사고로 우측 손목 부위 두 뼈가 모두 개방성 골절을 당해 이물질에 의한 오염이 심해 수술은 하였지만 감염의 위험성 때문에 하루에 두 번씩 상처 소독을 해드렸던 분이시다. 소독하는 내게 연일 고맙다고 하시는 장ㅇ숙씨에게 나는 “장ㅇ숙씨 제가 해들 릴 수 있는 게 소독밖에 없어 죄송합니다. 상처 감염이 되지 않고 잘 나아야 어머니께서 행복해 질듯합니다” 라며 치료했던 기억이 난다. 그런데 이분들 곁에는 항상 자녀가 함께 있었다. 서울에서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엄마 곁을 지키는 딸, 공부를 잠시 접고 항상 엄마와 함께하는 아들, 60을 훨씬 넘긴 며느리 등이 그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난 여름 한분이 심한 적응 장애 및 우울증 중세를 보여 정신과 치료를 병행했다. 마음대로 움직이지 않는 손에 대한 마음의 고통이었다. 90이 넘긴 환자분은 이대로 죽는가보다 라는 두려운 생각에 역시 마음의 고통이 컸다고 했다.

어제는 외래 진료실에서 마침 두 분을 함께 볼 수 있었다. 한 분이 손톱에 네일 아트까지 해서 멋진 그림을 그렸길래 ‘누구 작품이냐’고 물으니 “딸내미가 해주었어요”하며 웃는다. 장ㅇ숙씨는 다행이 감염이 생기지 않고 적극적인 물리치료를 받고 손사용이 많이 좋아졌다고 직접 따신 풋고추 한 봉지를 며느리 손에 들려 가져오셨다. 함께 아파하고 응원하는 가족이 옆에 있었기에 지독하게 두렵고 힘든 치료시기를 보내고 한결 웃음과 여유도 찾으신 듯했다. 동행한 딸, 아들, 며느리는 어머니의 버팀목이 되어 주고 있었다.

두 분 모두 회복이 잘 되어서 고마운 마음에 악수를 청했다. 비록 힘은 없지만 악수가 가능해질 정도로 회복이 되어서 따스함이 느껴져 나 역시 행복해짐을 느꼈다. 비록 두 분에게 힘든 삶의 흔적이 그대로 손에 남아 버렸지만, 그 손이 아들과 딸, 며느리가 더욱 성실하고 열심히 살아가는 삶의 쓴 약이 되어 주리라 믿는다. 필자 역시 더욱더 공부하고 연구하여 이러한 환자들에게 희망이 될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래본다. “이제 많이 적응하시고 살아가시는 모습이 너무 대견합니다. 항상 희망 잃지 마시고 즐거워지려고 노력 하세요”. “장ㅇ숙 어머니 이제 저승사자들은 멀리 물러 간듯하니 행복하게 지내세요.” 하니 함박웃음을 지으신다. 이 말이 필자의 웃음과 더불어 심리 치료의 전부지만, 항상 옆에서 최선을 다해 줄 가족이 있기에 희망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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