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전탑 설치로 주민과 마찰을 빚던 한전이 방호 인력을 동원해 공사를 강행하는 등 대처가 도마 위에 올랐다.

29일 한국전력공사 중부건설본부 전북건설지사 등에 따르면 하루 전인 28일 오전 5시께 김제시 황산동 일원에서 154kV 김제-부안T/L 5호 공사가 재개, 이를 반발하던 인근 주민과 물리적인 충돌이 발생했다.

주민은 한전 및 건설 시공사 직원이 아닌 용역들로부터 포박당해 구금됐으며, 손가락이 꺾이고 한 여성이 성인 여러 명에게 짓눌리는 등 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이 과정에서 카메라 촬영 등 일방적인 채증도 이뤄졌음을 강조했다.

주민 A(40·여)씨는 “차량으로 공사부지 양쪽 진입로를 막고, 용역들이 그 앞을 나란히 줄지어 서있었다. 용역 여럿이 아버지와 남편, 동생의 온몸을 들어 날랐으며 내 몸을 짓눌러 꼼짝 못하도록 했다. 자신들이 촬영하는 카메라를 피해 어머니의 손가락을 꺾는 등 폭행도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들 주민 5명은 온몸에 멍이 들고 복부 통증을 호소하는 등 입원 중에 있다.

반면 한전 측은 용역이 아닌 보호를 목적으로 고용된 인력으로, 공사 간 발생할 수 있는 물리적인 충돌을 최소화하기 위한 조치였음을 해명했다.

한전 측 관계자는 “방호 인력은 주민들의 돌발행동을 저지하기 위한 시공사 측의 조치였다. 주민들의 저항에 이들 일부도 부상을 입었다”며 “주민들이 과거 사무실에서 자해를 시도하는 등 필요한 조치였으며, 이날 현장에서도 주민들이 자해를 시도했다”고 답변했다.

대치 과정에서 주민 한 명이 넘어져 차량에 머리 부위를 찢긴 사실관계를 놓고 주민은 ‘밀치는 등 무게중심 상실에 따른 찰과상’을, 한전 측은 ‘자해’를 각각 주장하고 있다.

이날 재개된 공사에는 구급차와 견인차 등 장비 10여대와 방호 인력 22명 등 한전 및 건설 시공사 직원 50여명이 투입됐다.

주민과 한전 측의 갈등은 2014년 3월 한전 측이 김제시로부터 송전탑 설치 승인을 받고 난 뒤 수개월 지나 이들 주민이 송전탑 설치 예정 부지 인근 토지를 매입하면서 빚어졌다.

A씨는 “송전탑이 인근에 들어선다는 사실을 알았더라면 일가족이 수억원의 빚을 지고 3년에 걸쳐 비닐하우스 등 시설을 설치할 이유가 없다. 2017년 공사를 마친 뒤에야 한전 직원들이 찾아와 동의서를 들이밀었다”며 “난실을 분양해 수익을 내는데 송전탑을 이유로 벌써부터 난실을 빼겠다는 사람들이 많다. 일가족의 생존이 달린 상황에서 한전은 위력을 동원해 공사를 강행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전 측은 “154kV 김제-부안T/L공사는 김제와 부안의 전력 공급을 원활히 하기 위한 사업으로, 당초 계획에 맞추기 위해선 이달에는 마지막 지점인 이곳에 송전탑을 세워야 한다”며 “절차상 아무런 문제가 없을뿐더러 보상 기준에도 들지 않아 난감한 상황이다. 이전부터 협의를 시도하고 있지만 수용할 수 없는 보상만 바라고 있다. 문제된 지점 인근에 전부터 송전탑이 세워져 송전탑이 설치되거나 고압전선이 지나갈 것이란 사실을 몰랐다는 주민들의 주장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말했다./권순재기자·aonglh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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