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병술 전주시의회의장

 유래 없는 폭염이 이어지던 여름이었다. 강원도 홍천에서는 우리나라가 기상관측을 시작한 이래 최고치인 41도를 기록해 지난 1994년 폭염 당시 대구에서 측정된 40도를 넘어섰다.
 봄여름가을겨울의 아름다운 사계절과 온대기후를 자랑하던 한반도가 아열대 기후로 변하고 있다는 지적도 일리가 있다.
 특히 6월 하순이면 장마가 찾아와 7월 하순까지 비를 뿌린 후 8월부터 한여름이 시작되는 전형적인 여름의 패턴도 완전히 변하여, 이른 장마가 끝난 후 가뭄이 계속되면서 폭염이 7월부터 8월까지 계속되는 현상을 보였다.
 문제는 여름의 폭염만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어느 해에는 ‘물폭탄’으로 불릴 만큼 게릴라성 집중호우가 나타나고 또 어느 해에는 기록적인 폭설과 한파가 한반도를 뒤덮는다는데 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한반도 날씨가 계절에 따라 변동폭이 커져 예측하기가 더 어려워졌고 제대로 대비하지 못하면 재해 수준이 아닌 재난으로 닥쳐올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하고 있다.
 또한 여름엔 집중호우나 가뭄, 폭염이 지속되고 겨울에는 기록적인 폭설이나 한파가 반복되는 이상기후는 지구온난화가 끝나지 않는 한 계속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러한 기후 변화는 우리의 삶에 많은 변화를 가져왔다. 에어컨 없는 생활이 불가능해져 전기세가 폭등하고 이에 대한 사회적 불안과 우려가 가중 되었ㅇㅡ며, 폭염 환경에 노출되어있는 어르신들이 인천공항까지 가서 더위를 피하거나 더운 날씨에 뜨거운 불 앞에서 요리를 할 수 없어서 배달음식의 수요가 증가하기도 했다. 겨울에도 높은 유가와 도시가스 요금 등으로 서민들의 고통이 가중되고 있는 형편이다.
 기후변화를 연구하는 학자들은, 이러한 현상이 계속 될 경우 지구의 생물들이 대멸종에 임박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계속 녹고 있는 남극의 빙하 또한 변수다. 빙하가 녹으면서 해수면이 상승하여 태평양의 섬들은 거의 물에 잠겼고, 앞으로도 많은 도시들이 해수면과의 사투를 벌이게 될 것이다.
 이러한 기후변화에 대해 세계의 많은 나라들이 1992년 리우회의와 1997년 교토의정서를 발표하는 등 공동체적 노력을 기울였으나, 자국의 이익 앞에서 등 돌리는 국가들 때문에 이 또한 유명무실해졌으니 안타깝기 그지없다.
 사실상 지구 전체의 기온이 섭씨 8도나 상승할 만큼 세계적인 재앙 앞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도 많지 않다.
 다만 국가적으로 온실가스 배출을 감축하고 일상생활에서 우리 스스로가 불필요한 에너지 사용을 줄이며 대중교통 등의 활성화로 탄소발생을 절감시키는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무엇보다 지방자치단체를 중심으로 지역 내 기후변화대응 정책을 철저하게 마련하는 일이 시급하다. 자연재해가 인재(人災)가 되지 않도록, 이상 기후를 대비할 시설 인프라를 마련해야한다는 뜻이다.
 폭우나 폭설을 피하기 위한 배수시설 및 제설작업 등의 꼼꼼한 방재대책을 구현하고 폭염에 대비하기 위한 도심 내 물놀이장, 바닥분수, 도심 인공폭포와 같은 시설물을 설치하거나, 고층건물의 신축 시 바람 길을 고려하고 도심녹지조성, 거리의 그늘막 설치나 양산을 쓰는 습관 등 폭염을 대비한 본격적인 정책 마련이 필요할 것이다. 무엇보다 앞으로 더욱 무서운 속도로 이어지게 될 기후변화에 대비한 국가적·지역적 중장기대책 마련을 강력히 촉구하는 바다.
 어느새 아침저녁으로 선선해져 곧 가을이 다가올 듯하다. 그러나 오늘의 시원함과 편안함을 생각하기보다, 다가오는 겨울의 혹한과 또 다시 이어질 폭염을 대비하여, 내일을 준비하는 전주시 행정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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