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홍재 농촌진흥청 식량산업기술팀장

 

우리나라에 고구마를 처음으로 들여온 사람은 조엄이다. 1763년 400여명의 사절단을 이끌고 일본 땅을 밟은 조엄은 대마도(쓰시마)에서 사람들이 일명 ‘효자마(孝子麻)’라 부르던 고구마를 처음 접하게 된다.
당시 조엄의 기록에 따르면 생김새는 무 뿌리나 토란과 같지만 그 모양이 일정하지 않으며 그 맛은 반쯤 구운 밤 맛과도 같다고 하였다. 날로 혹은 굽거나 삶아서 먹어도 되고 곡식과 섞어 죽을 쑤거나 밥에 섞어 먹을 수 있어 흉년을 지낼 밑천으로 좋다고 설명 했다. 당시 조선의 백성들은 조선후기의 혼란 속에서 심각한 기근으로 인해 굶주림에 허덕이고 있었다. 조엄이 가져온 씨고구마는 ‘조내기’라는 곳에서 최초로 시험 재배했으며, 이후 전국으로 퍼져 오늘에 이르게 됐다.     

1970년대까지 고구마는 식량부족 문제를 해결해 준 대표적인 구황작물로 통했다. 그러나 먹을거리가 풍족해지고 더 이상 구황작물이 필요하지 않은 시대가 되자 점차 소비가 줄었다. 그러나 건강과 다이어트, 미용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높아지면서 고구마가 다시 주목받기 시작했다.
우리나라 고구마 주산지는 익산, 김제, 고창, 해남, 영광, 여주 등이며, 전국에서 약 23,000ha가 재배되고 있다. 가공용을 제외한 생식용은 100% 자급하고 있다. 

고구마는 항암?항산화를 돕고, 혈중 콜레스테롤 강하 작용 등 성인병 예방에 좋은 식품으로 잘 알려져 있다. 특히 주황색의 베타카로틴과 자색의 안토시아닌은 대표적인 항산화 물질로 활성 산소를 제거하여 노화와 질병을 예방한다. 또한 콩, 토마토와 함께 칼륨 함량이 높아 고혈압의 원인이 되는 나트륨 배설을 촉진해 혈압을 내리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고구마 전분은 물엿, 포도당, 당면, 의약품, 화학약품, 화장품 등으로 이용하고 있으며, 잎과 줄기에는 비타민A, C, E 등과 항산화물질인 폴리페놀 함량이 높아 기능성 식품소재로 적합하다. 

농촌진흥청은 풍원미, 호감미, 단자미 등 새로운 우리품종 고구마 를 개발해 농가에 보급하고 있다. 이 품종들은 소비자들의 기호를 고려해 기존 품종을 개량한 것으로 다양한 영양소는 물론 농업인들이 재배 할 때 가장 큰 어려움으로 손꼽고 있는 병충해 등에 강한 특징을 갖고 있다.
국립식량과학원 바이오에너지작물연구소와 전북 익산에 위치한 농업기술실용화재단은 바이러스에 감염되지 않은 건강한 고구마 무병묘를 연간 20여 만주 공급하고 있다.
전북김제에 있는 동명고구마 김동춘 대표는 56ha의 면적에서 고구마를 재배하고 있다. 수확한 고구마는 전처리 후 냉장 보관하여 생고구마로도 판매하지만, 올해부터는 생산부터 가공, 유통까지 일원화하는 가공사업장을 설치해 고구마의 부가가치를 높이고 있다. 특히 고구마 과립즙(퓌레)를 만들어 피자 원료로 납품하고 있어 소득향상 뿐만 아니라 지역민 고용을 통한 일자리 창출에도 기여하고 있다.

좋은 고구마는 모양이 곱고 매끈하다. 잔털이 많은 것은 육질에 섬유질이 많아 맛이 좋지 않다. 껍질 색깔은 엷은 것보다 진한 것이 당도가 높다. 또한 육질이 물렁물렁하거나 표면에 반점이나 움푹 파인 곳이 있는 것은 조리했을 때 쓴맛이 나기 때문에 단단한 고구마를 고르는 것이 좋다. 보관 할 때는 10∼24℃ 상온 보관하거나, 씻은 고구마는 5℃에서 냉장 보관하면 된다.

고구마는 대표적인 겨울간식이지만, 제대로 된 맛을 보려면 지금이 좋다. 8월 중순 이후부터 9월까지 햇고구마가 출시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올해는 폭염과 가뭄 등으로 고구마의 생육부진이 나타나면서 수확량 감소 등 농가의 어려움이 적지 않다. 이 계절, 고구마를 사는 소비자들은 올 여름 누구보다 뜨거운 계절을 보낸 농업인의 노고를 떠올리며 감사하는 마음을 갖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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