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스짜글이 2016. 전주. pigment print

  지난 6일 1심 판결이 난 궁중족발집 사장 사건. 족발집 사장 김 모 씨가 건물주에게 폭력을 휘두른 혐의로 실형을 선고 받았다. 개인의 일탈이라는 시각보다는 남의 건물에서 세를 내고 장사를 하는 자영업자의 ‘이해할 수 있는’ 분노라는 시각이 많다.
  임대차계약 기간인 5년 동안 장사가 잘되고 사람이 모여들면 땅값이 오르고 그러면 집주인이 집을 판다고 나가라고 하고, 손님이 없어서 장사가 안 되면 그 비싼 인테리어비용과 권리금을 까먹고 파산을 하게 된다는 자영업자.
  오래된 낡은 건물이나 사라지는 대상에 시선을 두고 그 소멸의 과정을 찍어 온 사진작가 김지연(계남정미소 공동체박물관·서학동사진관 대표)이 구석으로 몰리고 있는 자영업자의 이야기를 세상에 내놓고 진지하게 생각해보는 사진전 ‘자영업자’를 마련했다.
  작가가 사는 동네 주변 상가도 몸살을 앓고 있다. 평생을 모아둔 돈으로 비싼 인테리어비를 지불하고 차린 가게가 2, 3년이 멀다고 무너지고 있다. 열심히 터를 닦아 놓은 가게 덕분에 동네가 떴지만 땅값이 오르면서 그 터를 닦아온 영세 상가는 오히려 대책 없이 쫓겨나는 일이 생긴다.
  그는 오늘날의 자영업자들을 일일이 만나 인터뷰 했다.
  식당업자가 낮에 건설 현장에 가서 일해야 하고, 수십 년 짜장면 집을 운영하는 부부는 딸까지 동원해서 열다섯 시간 이상을 일해야 겨우 밥을 먹고 산다. 청과 집 젊은이는 재고와 높은 임대료 걱정을 하더니 인터뷰 후에 문을 닫고 떠나버렸다. 또 프랜차이즈 빵집을 8년간 운영했지만 본점 배만 불려주면서 결국 빚을 진 채 나앉은 자영업자를 만났다.
  한때는 작은 가게라도 차려서 당당히 사장님 소리를 듣는 것이 작은 성공이라고 여기던 시절이 있었다. 이제는 장사를 안 하는 것이 남는다는 생각을 가질 만큼 열악한 상황에서 오늘도 문을 닫지도 못하고 손해를 보면서 장사를 계속해야 하는 영세 자영업자들이 있는가 하면, 무엇이라도 해야 하는 처지에서 그래도 희망을 품고 자영업에 뛰어들어 실패를 보는 서민들을 우리 주위에서 자주 볼 수 있다.
  이러한 현상이 자영업자 개인의 노력이나 운에 의해서 좌우되는 것일까? 그는 구조적인 문제에서 그 답을 찾는 노력을 한다.
  “어떤 대상이 사라지는 것은 세상의 이치고 시작이 있는 모든 것들은 끝이 있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재 존재하고 경쟁하며 살아야 할 대상이 타의에 의해서 사라져야 하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자영업자가 그 가운데 하나다. 이번 작업은 단순히 힘든 삶의 현장 기록이기에 앞서 함께 생각하는 사회적 고민이고자 한다.”<김지연>
  전시는 오는 11일부터 10월 30일까지 서울시 NPO 지원센터에서 열린다. 작가와의 대화는 11일 오후 6시.
/이병재기자·kanadas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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