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동현

  시인 최동현(군산대학교 국어국문학과 교수)이 첫 시집 <바람만 스쳐도 아픈 그대여>(모악)를 펴냈다.
  1985년 동인지 ‘남민시’를 통해 작품 활동을 시작한 이후 판소리 연구에 매진했던 시인이 30여 년의 세월 동안 품고 살았던 시대와 역사와 문학을 시집에 담았다.
  시집에는 1980년대를 관통하는 ‘아픈 자기’가 담겨 있다.
  “냉해가 들고, 아이들이/무리지어 가출을 했다.//학부형이 소환되고/닷새만에 죄인이 되어/불려온 아이들을 벌주면서/종아리를 치면서/다문 이를 악물었다.//끝끝내 학교를 다닐 수 없다며/한 아이가 퇴학을 하였다.//회초리를, 그 질긴 아픔을/휘두르며/겨울이 가고//학기가 바뀌어도 더러는 잊혀도 갔지만/수첩을 펴면 명렬표 끝에/아프게 남아 있는 이름, 성. 순. 애./아직도 너는 우리 반이다.” <‘어전리 3’ 전문>
  젊은 날 “더는 갈 곳 없는/오지”(‘어전리 1’)에서 선생님으로 근무했던 시인에게 ‘어전리’는 역사와 시대를 모르고 시도 모르는 곳이었다. 그곳에서 시인은 ‘아이들’에게서 ‘죄인’을 읽어내고 ‘끝끝내 학교를 다닐 수 없다’는 ‘질긴 아픔’을 겪었다. 공장에 가기 위해 학교를 떠나 결국 퇴학을 했던 그들이 30여 년 만에 시인의 시를 통해 ‘아직도 너는 우리 반’이 되어 돌아온 것이다.
  시집에는 66편의 시가 수록되어 있다. 1부 「언 강을 건너며」, 2부 「민둥산 너머」, 3부 「모진 그리움」, 4부 「봄이 온다」 등 각 부의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시인은 시대와 역사의 ‘겨울’ 속에서 도래할 ‘봄’을 기다리고 있다. 이 기다림의 순간을 ‘모진 그리움’이라고 표현하는 시인에게 이번 시집은 운명처럼 다가오는 ‘봄’에 대한 혹독한 고백록이다.
  30여 년이라는 시차에도 불구하고 <바람만 스쳐도 아픈 그대여>에 담긴 시간의 이음매는 매끄럽다. 그 세월 동안 시인 최동현은 자신의 문학을 하나의 결로 유지해왔던 것이다. 김만수 평론가는 해설에서 “이 시집을 관통하고 있는 정서는, 굳이 계절을 비유로 들자면, 추운 겨울의 분노와 상처가 전부는 아니며 오히려 완연한 봄날의 세계에 가깝다”고 지적했다.
  또 손택수 시인은 “최동현의 시는 잃어버린 감각과 사유를 자극하며 우리를 부끄럽게 한다. 모두가 떠나버린 들판과 들꽃과 자신의 나라에서 난민으로 사는 자들을 놓지 못하고 있는 시. 일 년도 못가 사라지는 새로움이 들끓는 시대에 참으로 기이하기까지 한 시집이다”고 평했다.
  복효근 시인도  “최동현의 시는 설움을 딛고 평화와 자유와 사랑의 공동체를 그리고 있다. 그 세상에 이르기 위해 고뇌하고 몸부림치는 검질긴 민중의 생명력을 노래하고 있다. 그의 노래는 지나간 한 시대를 관통하여 여전히 아직도 유효한 고뇌와 희망의 기록이다”며고 평했다.
  전북대학교 사범대학 국어교육과 졸업. 1985년 ‘남민시’ 동인지 제1집 <들 건너 사람들>에 시를 발표하면서 등단했다. 전북작가회의와 전북민예총 회장을 지냈다.
/이병재기자·kanadas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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