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준 한국무역협회 본부장

  대한민국 전국민들을 기진맥진하게 했던 지난 여름의 무더위 기세는 정말로 대단했다. 한 여름 땡볕이 내리치는 한 낮이 더운 것이야 당연한 것이지만 이른 아침부터 시작해서 한 밤중까지 내내 이어지던 무더위의 기세를 보면서 그 동안 막연하게 들어오던 지구 온난화의 영향을 조금 더 절감하는 계기가 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을 해본다.

  하기는 비단 우리나라만이 어려움을 겪은 것은 아니다. 여름동안 살인적인 무더위가 기승을 부린 일본, 해수면 상승으로 해마다 평균 1 ~ 15 센티미터씩이나 가라앉고 있는 인구 천만의 대도시 자카르타, 급속히 녹는 빙하와 먹잇감 부족으로 멸종의 위기에 처해있는 북극곰과 이상 고온으로 사상 최초로 발생했다는 스웨덴의 산불 등은 지구 온난화의 위기적 징후임에 분명하다.

  이미 십수년 동안 지구촌 곳곳에서 지속적이고 반복적으로 일어나는 기상이변은, 인류의 유일무이한 삶의 터전으로서 지구가 감내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서 한계에 도달했다는 경고음이다. 진즉에 우리별 청정지구를 보존하기 위한 전지구적 차원의 체계적이고 지속적인 노력과 실천이 필요했는데 75억 전세계 인구가 안락함과 편리함에 도취해서 지구를 혹사시킨데 대한 하늘의 응징은 아닐까?

  돌이켜보면 지구 온난화 방지 등 지구 환경 보전 문제의 필요성에 대한 인류의 각성은 이미 90년대 초부터 시작되었다. 1992년 6월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서 열린 지구 정상회의(Earth Summit)에는 전 세계 185개국이 참가해서 하나뿐인 지구를 보존하기 위한 ‘리우 선언’과 ‘의제 21’을 채택하고 그 이외에 '지구 온난화 방지 협약', '생물다양성 보존 협약' 등에 서명하는 성과를 거둔 바 있다.

  그러나 문제는 실행이었다. 자국 이익에 반한다는 이유로 파리기후협약에서 탈퇴한 미국의 예는, 복잡다단한 국제관계와 정치적 이해 속에서 보다 직접적이고 즉각적인 이익을 포기하고 온난화 해소를 위한 지난(至難)하고 성과가 불확실해 보이는 범지구적 노력을 흔들림 없이 실천한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결국은 특정국가와 거대한 산업별 이익집단의 이해득실 조정에 실패한 것이다.

  아울러 우리들 개개인의 생활습관도 문제이다. 얼마 전 우리나라 사람들의 1인당 비닐봉지 사용량이 420개로 4개에 불과한 핀란드의 100배에 달한다는 조사결과를 보고 평소 아무 생각 없이 쓰던 비닐봉지 사용 습관에 대해서 반성하게 되었다. 세계 최고의 강대국인 미국은 국력에 버금가게 최대의 과소비국인데 전세계 사람들이 미국인들처럼 소비하면 지구가 3개가 필요하다니 우리 모두의 대오각성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러한 와중에 최근 글로벌 경제의 화두로 등장하기 시작한 ‘공유경제’는 한줄기 빛과도 같다. 공유경제(Sharing Economy)는 2000년대 초부터 주목받은 개념으로 2008년 미국 하버드대 교수가 이름을 붙인 것이지만 사실 훨씬 그 이전부터 나타나기 시작한 ‘협력적 소비(Collaboration Consumption)’에 기반한 플랫폼이다. 쓰지 않는 상품과 서비스, 공간과 지식 등을 다른 사람과 공유함으로써 부가가치를 생산하는 것으로 ‘소유나 독점, 경쟁’이 아니라 ‘나눔과 협력’의 알고리즘인 것이다

  공유 플랫폼 기업 성공의 예는 미국의 우버와 에어비앤비가 대표적이지만 최근 글로벌 자동차 기업들도 차량 공유 서비스에 속속 참여하고 있다. 자동차의 개념이 바뀌고 있기 때문이다. 자동차‘운전’에서‘자율주행’으로, 화석 연료에서 전기로 바뀌어가고 있다. 뿐만 아니라 한 걸음 더 나가서 전세계적으로 부동산에 가까웠던 자동차는 소유, 렌트, 리스를 넘어 이제 ‘공유한다’는 개념이 일반적인 것으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한 연구조사 자료에 따르면 향후 차량 공유 확대로 2030년 소비자들의 자동차 구매가 연간 최대 400만대 감소하고, 차량 공유 서비스를 위한 공급은 200만대 증가하게 될 것으로 내다본 바 있다. 또 다른 시장 조사기관은 2030년 차량 공유 서비스의 이용자가 4억명에 달하고 전체 자동차 산업의 40%의 이익을 차지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한 바 있다.

  현대 기술산업 사회의 부조리와 병리현상에 대한 날카롭고 명쾌한 분석으로 유명한 미국의 사회심리학자인 에리히 프롬은 그의 명저 「소유냐 존재냐」에서 인간 생존의 두 가지 양식을 이야기 한 바 있다. 재산, 지식, 권력, 사회적 지위 등 소유를 기반으로 하는 ‘소유 양식’과 자기의 역량을 능동적으로 발휘하면서 삶의 진정한 즐거움과 의미를 추구하는 ‘존재 양식’이 그것이다.

  나에게 정말로 필요한지 여부에는 관계없이 자신이 가지고 있는 것을 통해서 자신의 가치와 주체성, 존재감을 과시하고 증명하려는 피동적인 삶에서 벗어나서 아무 것에도 집착하지 않고 속박 당하지 않는 진정한 자아를 찾는 ‘존재의 삶의 방식’을 음미하는 것은 나 자신을 위해서도, 과소비로 신음하는 우리 지구를 위해서도 매우 의미있는 일이 되지 않을지?! 글로벌 공유경제 시대의 본격적인 도래를 온 몸으로 환영한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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