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시는 전투 없이 인민군 손에 넘어간 후였으므로 미군기의 공습은 가끔 있었지만, 거리의 질서나 시민들의 생활이 비교적 평온했다. 복숭아, 참외 등 과일이 한창이고, 명물인 떡집이 거리에 즐비했는데, 시원한 콩나물냉국을 곁들여 주는 떡이 일미여서 떡보인 나는 어쩌다 거리에 나가면 떡을 사먹는 것이 유일한 재미였다”<이태의 소설 ‘남부군’ 중에서>

  2018전주독서대전 기획전시 ‘전주를 그리다’가 14일부터 16일까지 한벽문화관·완판본문화관 외벽과 거리 등 야외에서 펼쳐진다.
  올해는 ‘전주’와 ‘독서’에 집중해 △전주의 역사·문화 콘텐츠가 담긴 문학 작품 △전주의 문학상 ‘혼불문학상 수상작과 독후감’ △작고작가전 ‘전주 출신 소설가 이정환’ 세 형태의 전시를 선보인다.
  전주의 콘텐츠가 담긴 문학 작품은 전주를 대표하는 역사·문화 콘텐츠를 소재로 했거나 작품 속에서 비중 있게 언급한 시, 소설, 희곡, 수필 20편을 소개한다.
  ‘태조어진’과 어진화사를 소재로 한 서철원의 장편소설 <왕의 초상>, ‘완판본’과 각수를 소재로 한 장은영의 동화 <책 깎는 소년>, ‘전주한지’가 담긴 박월선의 동화 <닥나무 숲의 비밀>, 전주의 ‘1987년 민주화운동’을 그린 최형의 시집 <다시 푸른 겨울>, ‘정여립’을 앞세운 홍석영의 장편소설 <소설 정여립>, 전주한옥마을 은행로에 서 있는 ‘전주최씨종대은행나무’를 소재로 한 최기우의 희곡 <은행나무꽃>, 전주콩나물국밥이 담긴 허영만의 만화 <식객(10)> 등이다.
  신영복의 수필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에 묘사된 ‘모악산’과 이병초의 시집 <밤비>에 담긴 ‘황방산’, 이병천 소설 <모래내 모래톱>에 담긴 ‘전주사투리’, 박경리 대하소설 <토지>에서 들려주는 ‘비가비 명창 권삼득’, 이태의 소설 <남부군>에 언급된 ‘1950년 전주의 음식도 함께 소개한다. 양귀자의 단편소설 <한계령>에 그려진 옛 전주역(현 전주시청)과 철길을 살피고, 박성우의 시집 <가뜬한 잠>에서 2000년대 전주한옥마을의 풍경을 읽는다. 이운룡 시인의 시 <고들빼기>와 조기호 시인의 시집 <전주성>에도 잊힌 전주의 콘텐츠가 살아있다.
  ‘전주의 문학상’은 전주를 기반으로 하는 많은 문학상과 우수 도서(출판)상, 글쓰기 공모전, 독후감대회 중 매년 하나를 택해 소개한다. 올해는 혼불문학상 수상작품과 이를 대상으로 연 독후감대회 수상작품에 주목했다. 올해 여덟 번째 수상자를 낸 혼불문학상은 작가 최명희와 관련된 모든 단체가 힘을 모은 문학상 운영의 모범 사례로 꼽힌다. 또한, 올해 봄 독자의 요청에 답하고, 문학 대중화에 기여하고자 제1회 혼불문학상 수상작 감상문 공모전을 개최해 전국적으로 큰 반향을 일으켰다. ‘쓰는 자의 시대와 읽는 자의 시대, 경계의 만남’을 작은 주제로 역대 혼불문학상 수상작품과 독후감 대회 수상작품을 꺼내 놓는다.
  ‘소설가 이정환’전(展)은 작고작가세미나에 초대된 전주 출신 이정환(1930∼1984) 소설가의 삶과 작품 세계를 들려준다. 소설가로 누구보다 굴곡진 삶을 살았고 이야기꾼의 삶을 사랑했던 이정환의 작가정신을 읽고 보는 시간이다.
  기획전시를 총괄한 최기우 씨(극작가)는 “전주는 한국 문학사에 뚜렷한 자취를 남긴 튼실한 바탕”이라며 “전주독서대전에서 도시 전주가 가진 힘을 확인하고, 우리 사회의 온도를 높일 수 있는 건강한 독자가 많아지기를 기대한다”라고 말했다.
/이병재기자·kanadas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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